1. 그림 속의 장면이 유럽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3월1일에 이어, 오늘 3월 3일, 경찰 추산 2700대의 트랙터가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를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2. 루마니아, 폴란드, 네델란드,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의 나라의 농민들은 1월초중순부터 모두 각자의 나라에서 트랙터를 동원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그들의 방식대로 경고하고 있다.
3.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더 이상 자유무역협정(FTA)은 안된다. 그들은 유럽연합이 이 모든 작전의 중심에 있음을 안다. 이런 식이라면, 유럽은 파괴와 파멸을 조작하는 중심센터다. 일부에선 자유무역협정에서 문화를 예외시켰던 것처럼 농업을 예외시키자고 주장하나, 이들은 아예 자유무역 협정 자체가 제거되어야 한다고 본다. 오늘 집회에 와서 연설한 남녀 농부 모두가 같은 주장을 했다.
4. 에콜로지, 기후문제는 유럽연합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무기가 됐다. 그들은 에콜로지의 이름으로 농부들을, 축산업자들을 파괴자처럼 대하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검열하고, 벌금을 물린다. 그러면서, 18000km 떨어진 곳으로부터 유럽엔 일찌감치 금지된 농약과 살충제돼지와 닭, 소를 <자유무역>의 이름으로 대량으로 실어 나르도록 하는 모순을 자행한다. 에콜로지의 철칙 1번은 지역농산물을 먹는 거다. 유럽연합의 원칙엔 그 어떤 논리도 없다.
5. 오늘 에펠탑 아래서, 파리 근교 도속도로를 막고 시위중인 농민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그들은 파리 진입을 시도하지만, 경찰이 철저히 그들을 막고 있다. 일부 농민들이 집회에 와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는 마치 등뒤에 총을 겨누고 상어들이 우글거리는 바다로 뛰어들지 않으면, 가족들을 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꼴이다. 40년 농부 생활에 이런 미친 짓은 처음 겪는다면서, 농민들은 이판사판으로 싸움에 뛰어들었따. 어차피 이대로 돌아가면 농사를 그만둬야 할 판이니 승리할 때까지 거리에서 싸우겠다고 외쳤다.
6. 여태까지 그들을 속이며 적당히 정부와 타협해온 FNSEA(프랑스 전농)는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돈 몇푼 떼어준다 하였으니, 이제 모두 깃발내리고 돌아가라 지시했다. FNSEA의 대표는 농사꾼이 아니라, 농사꾼을 등쳐먹는 소위 농공업자이며, 농산물 투기업자다. 바로 이런 인간들이 정부와 농민들 중간에 서서 오늘의 비극을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투쟁의 최대의 쾌거는 바로, FNSEA와 그 대표 아르노 루소의 본질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FNSEA가 해산을 명한 날, 곳곳에선 그들의 깃발을 불태우는 농민들의 저항이 목격되었다. 돈 몇푼 쥐어주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 하겠다는 지키지 않을 약속으로 바뀔 상황이 아닌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다행히 프랑스엔 FNSEA가 아닌 전투적이고 현명한 농민 단체들이 2개 더 있다. 농부들은 이제 FNSEA이 제거해야 할 내부의 가장 악랄한 적임을 잘 알게 되었다.
7. 오늘의 프랑스를 물려준 조상들의 명예를 걸고, 우리가 받은 풍요롭고 자유로운 나라 프랑스를 자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안고, 이들은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이땅에서 나온 건강한 음식을 시민들이 먹게 하기 위해, 농사를 지으며 존엄한 생을 누리기 위해 싸운다고 말한다. 그것을 막아서는 유럽연합은 필요없다고. 그래서, 프랑스는 이런 유럽연합은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8. 고쳐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탈퇴하고, 새로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브렉시트에 이어 프렉시트를 주장하는 모든 입에 대해 언론은 무조건 <극우>라는 (마치 한국에서 종북 딱지를 붙이듯) 딱지를 붙이며 매장시키려는 전략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이라는 현실에 가장 깊이 뿌리 박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프렉시트 주장은 결코 간과할 수 없으며,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것이다.
9. 2005년 프랑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55%의 국민들이 유럽연합 헌법에 NO를 천명했다. 지금처럼, 다국적 기업들이 누릴 무한한 자유만을 허락하는 단위로서의 유럽연합을 프랑스인들은 원치 않는다고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미 표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