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로치성 태을도인 도훈
세운이 곧 도운이다
2023. 10. 8 (음 8.24)
태을도인 새달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이 선선하고 심지어는 바람결이 차서, 이제 가을이 깊어간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습니다. 오늘이 한로이고요, 절기치성을 모시면서 자연의 시간은 어김이 없어서 시간의 마디 속에서 자연의 흐름에 잘 맞춰나가야 한다는 것을 매번 느끼곤 합니다.
며칠 전 시골에 있는 시누이로부터 고구마 몇 개와 신문지에 쌓인 오이 가지 부추 고구마줄기가 골고루 든 작은 아이스박스를 택배로 받았습니다. 폐장을 의미하는 상강이 훌쩍 다가왔음을 체감했습니다. 지금 시골에서는 작물들을 수확하느라 무척 바쁠 것입니다. 상강이 되면, 벼도 이삭이 다 여물어서 추수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환경으로 작용하는 시공간과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 젊은 시절, 증산신앙을 시작하면서 세운과 도운이라는 용어를 배웠습니다. 신앙하는 처음에는 세운은 세운대로, 도운은 도운대로 흘러가다 어느 시점, 소위 급살병 직전에 도운과 세운이 만나 같이 가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대 후반에 상제님을 접해 환갑 진갑을 넘긴 나이까지 신앙해오면서, 점차로 어수선해지고 그 규모도 커지면서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국내외 상황을 접하다 보니, 도운이 곧 세운이고 세운이 곧 도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애초부터 세운과 도운은 동전의 양면이었던 거지요.
증산신앙인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듯이, 사회상황 속에서 우리는 세운의 매 순간마다 정치적 선택을 해왔습니다. 그 선택을 우리는 ‘정치(적) 행위’라 규정하지요. 구도의 길을 걷고 있으나, 사회정치적인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즉 세운을 도외시하고 도운만 붙들고 갈 수는 없는 거지요.
증산상제님의 천지공사만 봐도 그렇습니다. 상제님께서 조선을 일본에 넘기신 것과, 그전에 동학난이 일어났을 때 상제님께서 동학 접주를 찾아가 집단봉기를 만류한 것이나, 싸움이 있는 곳마다 좇아다니시며 김형렬 성도 등을 동학도 대열에서 떼어내 피신시킨 것 등을 기록으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특정 시공간에서 존재하는 이상, 사회상황을 외면할 수도 또 분리할 수도 없습니다. 종교라는 용어는 으뜸가는 가르침이라는 뜻입니다. 이 으뜸가는 가르침은 우리를 현실에서 유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상황 속에서 우리가 정말 붙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대강을 잡고 중심을 바로세우기 위한 가르침 또는 행위를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종교단체의 움직임을 보면요, 기독교의 경우 애국보수운동을 가열차게 벌이면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중심세력으로 사력을 다하는 걸 봅니다. 물론 기독교 안에도 일부 좌익세력이 있어서 서로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탄생 자체가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기독입국 정신에 입각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복음의 기지로 지키고자 하는 방향성이 뚜렷합니다.
불교의 경우,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승려 몇 분이 개인 신분으로 참여하지만, 기독교만큼 범불교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원불교는 일정 부분에서 좌익세력의 활동을 공공연히 지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천주교의 경우, 천주교신자들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걱정해서 애국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만, 일부 성직자들은 정의구현사제단의 오랜 활동에서 보다시피 뚜렷한 좌익 행보를 일관되게 보여줍니다.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보면, 최고위층을 비롯한 성직자들이 좌익화 활동에 동조한다는 의심을 충분히 살 만한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일부 성공회대 교수들도 심히 우려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고 신영복 교수만 봐도, 성공회대는 좌익의 거점이라 의심할 만 하지요.
그럼 우리 증산종단은 어떨까요? 제가 처음 몸담았던 증산신앙단체는 민족종교를 표방하다 보니, 반일의식이 강해 반일 시위도 종종 했었습니다. 원불교만큼의 상징적인 정치 제스처는 없지만, 민족종교로서의 정통성을 견지하다 보니 상제님 천지공사에 입각해 천하대세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좌파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이고, 여타 증산종단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태을도의 경우,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시점부터 일부 사안에 대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상제님 약장공사를 보면, 약장 가운데 칸에 ‘단주수명 열풍뇌우불미 태을주’를 쓰시잖아요. 여기엔 천명을 받은 단주가 열풍뇌우의 상황에서 불미하지 않도록, 미혹당하기 쉬운 혼돈상황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바른 길로 이끈다는 의미가 구절에 담겨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 상제님의 뜻에 맞춰, 태을도에서는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상제님의 천지공사에 입각한 논지로 꾸준히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태을도 내부에 반대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태을도는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므로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인 의사 표명이나 행위는 삼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그 때문에 태을도를 떠나간 분들도 계십니다. 어쨌든 반대의견을 내신 분들의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본인의 직장 분위기나 집안의 정치성향, 지역 성향, 개인의 정치성향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도운과 세운이 따로 가다가 합쳐질 거라고 여겼던 저의 신앙초 생각이 이제는 바뀌었다고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도운과 세운이 처음부터 맞물려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맞다고 한다면, 증산상제님 재세시에 국내외 상황이 복잡한 가운데 조선의 시운이 급박했고, 상제님 또한 인간으로 오셨기에 고부화란에서 보듯이 그런 주변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조선을 일본에 맡긴 것처럼 천지공사는 그러한 세운을 잘 풀어내어 후천 건설이 틀림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빈틈없이 잘 짜여진 설계도라는 것입니다.
천지공사를 포함한 생전의 상제님의 정치적 행적을 봤을 때, 태을도를 포함한 증산종단 및 여타 종교들이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의무라고 보고요, 그럼 정치적 입장을 표명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이냐? 한마디로 세상 사람들을 올바른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각 종교의 중심 교리가 갖는 의미를 잘 따져서 내가 몸담은 사회나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올바른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내가 믿는 종교의 교리와 어떻게 일치하는지 생각하면서 정치적인 의사 표명을 해야, 세상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종교적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제님께서 말씀하셨던 자연지리, 시간의 마디를 거치면서 진리적인 중심을 붙들고 시천주 봉태을이라는 가르침을 잘 녹여서 세상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세운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의 태을도 임무라고 확신합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일어나 아직 계속되고 있는 와중인데, 생각지도 않게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에다 몇천 발의 로켓탄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원래 세계의 화약고였던 중동지역이 전쟁상황에 들어간 것이지요. 세계적으로 커다란 전선이 유럽-중동에 걸쳐 2개가 만들어졌습니다. 대만과 한국에 눈독 들이고 있는 중국이 지금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호기에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 예의주시해야 하고, 또 기회 있을 때마다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면서, 우리의 방향성과 태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태을도 역할이 진리를 추구하고 급살병을 대비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도인들이 명확히 아셨으면 합니다. 급살병이 뜬금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천지공사 내용은 모두가 예외없이 인사로 전개되며 현실로 이화합니다. 종장님이 계속 강조하셨듯이 ‘북사도전란 남군산병겁’을 향해서 국내외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될 것인데,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충분히 생각하면서 일치단결해서 세상사람들에게 진리의 향도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제님께서 “마음에 대중을 잃으면 쉽게 삐뚤어지니, 중심을 잃지 않도록 성력하라.”고도 하셨고, “세상의 모든 일에 있어서 비록 지극한 선행을 할 때라도 그 중을 잡지 못하면 도리어 악에 가까워지니라.”고도 하셨습니다. (정영규, 「천지개벽경」 p279, 291) 증산상제님의 이 말씀을 모두 가슴에 새겼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국내외의 정세를 폭넓게 살펴야 천하의 대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증산상제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조선이 일본과 미국 중국 러시아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좋을지 물으시고, 조선이 취해야 할 합당한 외교재판을 통해 천지공사로 결정하셨습니다. 고종과 민비가 국제정세 판단을 잘못하여 조선이 망했습니다. 증산상제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천하의 대세를 알면 살 기운이 있지만 천하 대세에 어두우면 죽을 기운이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세운과 교운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간다는 말씀 깊이 새겨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치적인 입장 표명은 민감한 부분이라 꺼리는 신앙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태을도는 선천 세상을 마감하고 후천 세상을 여는 대시국 건설을 평생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급살병을 극복하고 후천을 건설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통성업'이라 하고, 또 '천하사'라고도 합니다.
세상 사람들을 올바른 진리와 생명의 길로 이끌어야 할 태을도인들은
천하대세를 읽는 안목과 세운에서의 정치적 선택을 올바로 알리고 이끌고 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도제천하의 길은 구도의 길이면서, 결단이 필요한 고도의 정치적 행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