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상대인 그리스를 꺾었다. 힘겨웠던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스전은 48런던올림픽 이후 59년 만에 축구본고장 한복판 런던에서 치른 A매치다. 잉글랜드에서의 승전보는 자신감을 더한다. 유럽에서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가졌다는 경험 측면도 소득이다.
59년만의 런던 A매치 승리
평가전의 핵심은 내용적 평가에 있다. 그리스의 힘과 높이에 밀려 고전하기도 했으나 짧은 소집훈련 기간과 한 동안 실전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한다면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베어벡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 운용과 포지션 이동 등은 지적 받아온 벤치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의 비판을 줄였다. 위치와 전술 변화를 무리 없이 소화한 선수들의 플레이도 평가할 수 있다. 2006월드컵과 해외리그의 경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가능케 한 결과물이다.
한 경기만으로 대표팀의 경쟁력을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스전을 아시안컵에 대비해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삼은 베어벡 감독이다. 한편으론 베어벡호 출범 후 반년에 걸쳐 지켜본 선수들에 한 해 최상의 조합을 꾸리겠다고 언급했다. 새 얼굴의 발굴보다는 손에 쥐고 있는 리스트 중 옥석을 가려 뽑아 아시안컵 본선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각기 다른 주전 경쟁 스펙트럼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베어벡 감독이 아시안컵 본선 개막(7월7일)까지 소집훈련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정한 3차례의 A매치 데이(3월24일/5월30일/6월2일)와 본선 개막 보름 전 소집훈련이 전부다. A매치 데이의 경우 대표팀 소집훈련규정에 따라 경기 이틀 전 소집한다. 아시안컵 본선까지 훈련할 수 있는 일수는 21일에 지나지 않는다. 뉴 페이스를 발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그리스전이 아시안컵 본선 베스트일레븐 구성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그리스전을 통해 지켜본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 골키퍼라인은 각기 다른 스펙트럼을 보였다. 공격과 골키퍼라인은 치열한 주전 경쟁을 예고했다. 반면 미드필드진은 특정 라인업의 경쟁력이 두드러졌다. 수비는 다소 우려스러웠다. 활용 자원이 부족했고 경험과 조직력 또한 미흡했다.
점입가경의 공격라인
공격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양상이다. 이천수(울산)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입지는 공고했다. 공히 윙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3스트라이커 시스템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조재진(시미즈)과 설기현(레딩)은 그리스의 파워풀한 수비진에 막혀 다소 고전했으나 전방과 측면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녹록지 않은 경쟁자들의 존재다. 잠재한 날개 자원이 여럿이다. 후반 교체 투입된 염기훈(전북)을 비롯해 박주영(서울) 정경호(울산) 최성국(성남) 등이 대기 중이다. 최전방 경쟁은 더하다.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한 이동국(미들즈브러)과 K리그에 컴백한 안정환(수원) 패트리어트 정조국(서울) 파워맨 김동현(성남) 등이 바늘귀 경쟁률을 예고하고 있다.
골키퍼, 섣불리 우월을 점치지 마라
골키퍼는 난형난제(難兄難弟)의 양상이다. 우월을 점치기 힘든 혼전 흐름을 띠고 있다. 그리스전 김용대(성남)의 급부상 영향이다. 2002월드컵 이후 넘버원 골키퍼로 활약한 이운재(수원)의 후퇴 이후 차기는 김영광(울산)으로 굳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김용대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로 전망은 급속도로 불투명해 졌다. 일단은 김용대와 김영광의 2파전으로 흐를 공산이 크지만 이운재의 부활 여부에 따라 시계가 제로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드필드진은 전정만리(前程萬里)라 할 수 있다. 전망이 대체로 투명하고 유망하다. 그리스전을 통해 성장한 이호(제니트)의 존재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투지 넘치는 파이팅과 상대의 역습을 끊는 효과적인 플레이, 필드를 폭넓게 소화하는 움직임 등이 눈에 띄었다. 풍부한 경험의 김남일과 함께 더블 볼란치로 나서 안정된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미드필드라인은 이호의 성장과 김남일의 건재 속에 백지훈(수원) 이종민(울산) 등이 도전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호의 성장과 김남일의 건재
삼각형 중원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유동적이다. 그리스전 선발라인업처럼 박지성설기현이천수 등이 동시에 출격하면 박지성과 이천수 중 한 명이 공격형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들을 모두 스트라이커 옵션에 둔다면 김두현(성남)이 꼭짓점에 포진할 가능성이 짙다. 재능을 검증 받은 오장은(울산)이 넘어야 할 벽이다.
수비라인은 전전반측(輾轉反側)이다. 근심이 있어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형국이다.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의 대표팀 은퇴 이후 확고한 후계자를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중앙이 걱정이다. 김진규(전남)의 성장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자원이 부족하다. 김동진(제니트)의 자리 이동과 경험 많은 김상식(성남) 등을 기용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조직력 배가와 최적의 조합
그리스전을 통해 젊은 피 오범석(포항) 김치우(전남) 등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소득이다. 송종국, 조원희(이상 수원) 김영철, 장학영(이상 성남) 김치곤(서울) 이강진(부산) 등과 더불어 수비라인의 조직력을 배가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첫댓글 난 조재진 별로
안정환 돌아와~
정경호 홧팅 ~ 한번의 기회라도 줬음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