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남양주 사릉 기행
모든 만남에는 반드시 이별이 있고(회자정리會者定離),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거자필반去者必返)는 말이 있다. 불경
에 나오는 말이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괴롭지만, 사람들은 한편 그 이별의 순간을 두고 만남의 시작이라고도 한다.이별
뒤엔 만남이 있음을 알기에 그런 것 같다. 해후(邂逅)의 기쁨은 석별의 아픔과 비례하니 더더욱. 그런데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이별도 있다. 살아 64년, 죽어 495년이 지났어도 계속 이별 중인 한(恨) 많은 영혼들이 있다. 바로 영도교(永渡橋. 한
양 청계천)의 별리(別離)로 유명한 단종(端宗)과 정순왕후(定順王后)의 이별이 그렇다. 인왕과 북악산을 내린 물이 옥류로
흐르는 흥인지문 밖 청계천의 돌다리가 오늘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다리(영도교)로 이름되어 진 사연이기도 하다. 지금
도 단종의 장릉은 영월에 단릉(單陵)으로 있고, 사릉은 남양주에 또한 그렇게 있다. 지난 몇 주간 강원도 영월을 찾은 산행
길에 장릉(莊陵)을 찾았다가 능 앞에서 정령송(精靈松)을 보았다. 17년 전인 지난 1999년 남양주문화원이 단종의 넋을 위
무하기 위해 사릉에서 가져다 심은 금강송이었다. 주위의 장송에 비하면 아직은 유목(幼木)이지만 이름 만으로도 그 몫은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릉(思陵)은 조선 6대 임금인 단종 비 정순왕후(定順王后,1440 ~1521)의 능이다. 1454년(단종 2년) 열네 살에 왕비로 책
봉되었다. 그러나 1457년 단종이 세조에 의해 노산군(魯山君)으로 감봉되어 영월로 유배되어 떠날 때 정순왕비도 같이 부
인(夫人)으로 감봉되어 궁궐(창경궁)에서 쫓겨나게 된다.지금의 청계천 영도교에서 마지막 이별을 나눈 왕비는 이후 낙산
(駱山) 청룡사(靑龍寺)로 들어가 비구니(법명 허경虛鏡)로 일생을 지냈다. 이별 후 단종은 4개월 만에 승하하였지만 왕비
는 그 후에도 64년을 더 살며 낙산 거북바위에 올라 영월을 바라보며 떠난 님을 그리워 했다 전한다. 그 당시 왕비께서 옷
감에 물을 들이며 사용하던 샘인 자주동천(紫芝洞泉)과 거북바위는 지금도 창신동 비우당(庇雨堂) 뒤란에 그대로 있다.
지난 일요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사릉을 찾았다. 사릉을 알리는 일자 기둥 모양의 높이 세운 표지판 앞엔 재실
(齋室)이 마주하고, 정문은 100여 미터 그 서쪽에 있었다. 능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수 백년 창송들이 유난히 울울하고, 금천
교를 건너자 곧바로 소나무 사이로 홍살문이 눈길을 가져간다. 능원은 솔숲으로 된 진입공간에, 잔디밭 잘 다듬어진 제향
공간과 능침공간으로 구분이 뚜렸하고 또한 아름답다. 마치 한 폭 초록 수채화 같다. 사릉도 장릉과 같이 외로운 단릉이다.
정순왕후의 능호가 사릉(思陵)인 것은 일생동안 영월땅을 바라 보며 단종을 사모하셨던 왕비의 마음을 헤아린 뜻에서라 한
다. 하지만 안타깝다. 사 후에도 영월과 남양주에서 서로 떨어져 있음이 임들의 뜻일까? 애사 당시의 두 분은 왕과 왕비이
기 이 전에 홍안(紅顔)의 청춘이었는데. 반 천년이 지난 두 분은 아직도 거자필반을 모른다. 홍살문을 들어서며 혹여 잔디
를 밟아 상할까봐 참도를 따라 걷는다. 정자각 뒤로 돌아가 능을 향해 읍(揖)하고 장릉의 소식을 전해 본다. 사릉의 영월에
서 온 장릉송이 잘 자라듯, 사릉에서 보내어진 영월 장릉의 정령송도 잘 자라고 있더라고.
◎ 사릉 관람 안내 ◎
⊙ 관람시간 - 09시~18시. ⊙ 관람소요시간 - 약 30분. ⊙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일.
⊙ 관람요금 - 1,000 원 ⊙ 관람 주의 사항 - 애완동물 및 운동기구 반입 금지.
⊙ 대중교통 - 지하철 - - 경춘선 사릉역 택시 3500원
경춘선 금곡역 길 건너편에서 23번 버스. 마을버스 77, 55번 이용
⊙ 기타 문의 - 사릉 관리소, (031) 573-9658
⊙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사릉로 180.
▼ 사릉(思陵), 조선 제6대 단종(端宗)의 비 정순왕후(定順王后) 능

-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사릉로 180. 사릉입구 -

▼ 사릉 정문



▼ 솔숲사이로 보는 사릉



▼ 사릉 참도와 제향공간

▼ 정자각




▼ 사릉 능침공간

▼ 비각

▼ 정자각에서 내다본 홍살문 밖 풍경

▼ 사릉 재실

▼ 영월 장릉에서 온 소나무. 2004, 04, 22.

▼ 영월 장릉에 있는 정령송, 남양주문화원이 남양주 사릉에서 가져다 심은 소나무

▼ 사릉 진입공간의 소나무 숲 풍경




▼ 우듬지 없는 소나무의 읍하는 모습









▼ 청계천 영도교 / 단종과 정순왕후가 마지막 이별한 곳

▼ 낙산 동망봉의 동망정

▼ 창신동 비우당 뒤란 자주동천


▼ 창신동 비우당 뒤란 거북바위

첫댓글 발품팔지 않고 잘 보고 갑니다 ~
시간내서 한번 가보고 싶네요 .
가을 쯤
회원들고 함께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