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주말에 또 태풍이 올라온다는 예보가 있는데 어디로 가실건지? 윤> 올해는 반갑지도 않은 태풍이 우리나라를 자주 들리는 듯해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저번 피해에 대한 수습도 제대로 안되었는데 아무쪼록 별 피해 없이 조용히 지나가길 빌어보며, 이번 주말에는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고 하니 대구에서 가까운 경산 쪽으로 안내를 해 드릴까 합니다.
MC> 경산이면 정말 상황 봐 가며 언제든지 갈 수 있는데 소개 해 주시죠?
윤> 경산 자인은 씨름으로 유명한고장이고 씨름대회에서 우승한 장사들이 소를 많이 타와서인지 한우로 유명하고 자인시장터에는 한우식당이 즐비합니다.
그 중에 평일에도 식사시간에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만큼 유명한 소고기 구이 전문점이 하나 있습니다.
위치는 남산면사무소 부근인데 옛날 정육점처럼 유리로 된 냉장고에 고기를 걸어두고 썰어가며 판매하고 있는데, 이곳의 인기메뉴인 토시와 안창살은 주말과 바쁜 시간에는 이미 동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특수부위를 드시려면 반드시 예약을 해야 드실 수 있습니다.
이 집을 제가 처음 찾아간 지가 벌써 30년쯤 되었고, 그때 식당을 하시든 주인은 이제 소를 구입하고 도축해서 공급만 하시고, 그 아드님과 따님 고모님까지 온 가족이 출동해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겉모양이 하도 허름해서 유명세만 듣고 찾아왔다가 실망하시는 분이 있을 정도이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옛날 집 안방 건너 방을 털어서 식당으로 쓰고 있는데 딱히 왜 이 집이 유명한지 처음 가신 분은 다들 의아해 하십니다. 밑반찬도 없습니다.
오로지 상추와 파 재래기와 소금 없는 참기름 그리고 쌈이 전부입니다.
가스 불 돌 판에 소고기를 구워먹는데 불을 최대로 높여 소기름덩이로 기름칠을 먼저하고 기다리면 나오는 소고기는 겉으로 보기에도 색깔이 선명한 것이 좋은 부위는 아주 육질이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로스구이 특성상 여러 부위가 섞여서 나오게 되는데, 아쉽다면 부위별 편차가 심하여 조금 질긴 것들도 있어, 좋은 부위 걸리면 엄청 좋지만 좀 두껍고 퍽퍽한 부위도 섞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격은 시중보다는 역시 저렴합니다.
고기는 그렇다 치고 이 집의 진짜 인기비결은 푸짐한 된장찌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된장찌개를 시키면 테이블 당 2,000원 따로 받고 공기 밥도 1,000원씩 따로 받습니다.
된장찌개의 내용물이 엄청 튼실해서 어떤 분은 소고기찌개라고 하실 정도인데, 소고기왕창 넣고 두부에, 버섯에, 생 콩나물을 넣어 줍니다.
그래서 콩나물이 익을 때 까지 푹 끓여야 되는데 매운 풋고추 듬성듬성 썰어 넣고 다대기 왕창 넣어서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담백합니다.
된장찌개에 고기가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다 먹을 때 까지 끝까지 고기가 나옵니다.
밥공기에 된장 퍼 담고 비벼 드시면 구워 드신 소고기의 느끼함 까지 삭 가셔주는 것이
가격대비 만족도 우수한 집이라고 생각됩니다. (남산식육식당 053-852-5124)
MC> 경산의 유명한 소고기 집이라 언제 한 번 가 봐야 될 것 같은데 또 다른 집은요?
윤> 남산에 소고기가 유명하다면 진량에는 돼지고기가 또 유명합니다.
아마 이 곳에 경산공단이 있어 근로자들을 위한 저렴한 돼지고기 음식이집이 많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데, 이곳에 개업한지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점심시간 때면 사람이 많이 몰려 줄을 서는 돼지찌개 집이 하나 있습니다.
다른 집 찌개가 고추장의 텁텁한 맛이 너무 강하다면 대파와 김치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맛이 손님을 불러 모으는 것 같은데, 이 집 주인아주머니가 진량에서 제법 유명한 돼지찌개 집에서 일 하시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6년 전 쯤 개업을 하셨습니다.
청출어람이라고 음식을 배운 집 보다 어쩌면 더 맛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 후라이팬에 깔고 대파 수북이 올려 대파의 끈적한 단맛과 돼지고기 국물 맛이 배어든 돼지찌개는 당면의 녹말성분이 풀어져 걸쭉한 맛을 만들어 내는데, 찌개가 맛나게 끓으면 양푼이에 김가루 듬뿍 넣고 비벼서 볼이 터지도록 한입 밀어 넣고 씹으면 돼지비계의 구수한 맛과 막 익힌 돼지살의 쫀득함이 기가 막힙니다.
어떤 식당을 가보면 맛도 없으면서 1인분 시키면 안된다고 하는 집도 있는데, 이집 아주머니 싫은 내색 없이 혼자서 1인분을 시켰는데도 푸짐하게 주시고, 처음오신 손님에게는 먹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그런 친절함이 단연 돋보이는 집입니다.
그런데 아쉬움은 공단이 쉬는 일요일엔 장사를 안하고 토요일은 일찍 문 닫아서 평일에만 먹을 수 있어 너무 아쉽습니다.
이집에서는 돼지찌개와 함께 수육과 제육볶음을 메뉴로 내놓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수육을 맛보기 위해선 1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합니다. (진량 돼지찌개 053-857-6071)
MC> 경산에 우리에게 익숙한 그런 맛 집들이 많이 있군요 또 있습니까?
윤> 소고기 돼지고기 이야 했으니 이번에는 웰빙한식으로 한번 가 볼까요?
행정구역상 경산시이긴 하지만 갓바위 뒷길 하양방향에 위치한 이집은 팔공산 드라이브 길에 들려 볼만한 집입니다.
이 집은 토속음식 전문점이라고 하지만 냄새가 좀 덜 나는 청국장으로 아주 유명하며, 청국장 요리의 화려한 변신이 새롭고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음식으로 몸을 치유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이 집 사장님이 개발한 떠먹는 요구르트 형태의 청국장 요플레가 식전음식으로 먼저 나오는데, 생강과 청국장이 만나 발효된 요플레의 맛이 참 오묘합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요리는 청국장 도토리묵 샐러드인데, 묵 채 큼지막하게 썰고 상추 파 얹고 소스 뿌린 뒤 일본 청국장 ‘낫토’ 같은 청국장 알갱이를 고명으로 한 숟가락 올려서 통 깨 뿌려서 내 오면 비벼 먹는데, 알알이 씹히는 콩과 묵의 조화와 아삭한 야채의 씹힘이 참 절묘합니다.
방풍, 명이, 두릅, 가죽, 원추리, 당귀 등 제철 나물과 곰치, 뽕잎 등 숱한 제철 장아찌가 밑반찬 베이스를 풍성하게 치장하고, 그리고 뚝배기 가득 청국장 보글보글 끓여서 부산에서 들여와 팔공산 바람에 말렸다는 직화에 석쇠로 구운 간고등어가 정말 먹음직합니다.
이 때쯤이면 주인아주머니 오셔서 고등어 뼈 발라 주시며 “가장 맛있는 메뉴르 꼽자면 우리부부의 웃음이죠” 이렇게 청국장 애찬 론이 시작됩니다.
왜 이렇게 그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먹으면 그 음식이 더 맛있는데, 대접에다 김 모락모락 나는 밥에 야채와 함께 청국장 퍼 담아 비비고, 상추에 쌈 싸서 고등어구이 한 점 얹고 김치 한 조각 또 얹어 싸 드시면 맛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이 집 청국장은 경산 지역에서 재배한 콩을 재료로 쓰고 있는 것이 특징이고, 이 집에서 사용하는 채소류는 전량 근처 텃밭에서 재배한 것만 사용한다고 하고, 파릇한 토마토 장아찌가 식감을 돋웁니다.
식사 후 발효 청국장을 포장해서 구입해서 사 올 수도 있습니다. (박터진 흥부네 053-851-7042)
MC> 청국장의 화려한 변신이 정말 궁금하네요 태풍이 온다는 이번 주말 맛있게 먹고 경산 어디를 들려보면 좋을까요?
경산이야 제가 길 안내를 안 해도 잘 아실테고 다음주 19일부터는 대구지하철이 연장개통해서 영대까지 운행 한다고 하니 이제는 더 가까워 졌습니다.
청송에 주산지가 있다면 경산에는 반곡지가 있습니다.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주산지의 왕버들 보다 많지는 않지만 미니 주산지라 불릴 만큼 위용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반곡지가 있습니다.
크기만 보면 여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작은 저수지이지만 뚝 위에 늘어선 왕버들은 수령이 300년이 넘은 버드나무들로 장관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슨 복을 타고 났는지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들만이 알음알음 이곳을 찾았어나 요즘은 평일 낮인데도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꼽히면서 전국의 '찍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왕버드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린 둑길 위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연인들이 지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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