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현대 과학을 소화하기 힘들어한다.
사용하는 수학 언어가 우리의 머리로는 파악하기 어렵고
그 연구결과가 상식과 배치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 70억명 중에서 양자역학이나 세포 생물학, 미시경제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과학은 막대한 특권을 누린다. 그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주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장군들은 핵물리학은 이해하지 못할지 몰라도 원자폭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잘 안다.
1620년 프랜시스 베이컨은 《신기관 The New Instrument》이라는 과학 선언문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주장했다.
'지식'의 진정한 시금석은 그것이 진리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힘을 주느냐의 여부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1백 퍼센트 장확한 이론은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 결과 , 진리인가의 여부는 지식인가 아니가를 판별하는 검사법으로서는 부족한 것이 되었다.
진정한 시금석은 유용성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이론이 지식이다.
여러 세기에 걸쳐 과학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구를 많이 제공했다.
일부는 사망률과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 데 쓰인 것 같은 정신적 도구였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술적 도구다.
과학과 기술 사이에 구축된 연결관계는 매우 강력해서 오늘날 사람들은 양자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과학 연구 없이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신기술을 낳지 않는다면 연구에 무슨 의미가 있는냐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실제로는 과학과 기술이 관련을 맺은 것은 매우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다.
1500년 이전에 과학과 기술은 완전히 별개의 분야였다.
17세기 초반 베이컨이 양자를 연결시킨 것은 혁명적인 아이디어였다.
17~18세기 동안 둘의 연결은 강화되엇지만, 매듭이 지어진 것은 19세기에 들어와서였다.
1800년에도 강한 군대를 원하는 지배자나 성공적인 사업을 원하는 사업계 거물은
대부분은 물리학, 생물학, 경제학에 자금을 대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이 규칙에 예외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역사학자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선례를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휼륭한 역사학자는
그런 선례가 큰 그림을 파악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진기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일반적으로 근대 이전 대부분의 지배자와 사업가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우주의 속성에 대한 연구에 자금을 대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사상가들은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기술적 장치로 해석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지배자들은 교육기관에 자금을 댔지만,
그런 기관의 의무는 기존 질서을 유지하려는 목적하에 전통적 지식을 확산시키는 데 있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지만,
그 기술들은 보통 교육을 받지 못한 장인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만드러낸 것이었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추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마차 제조업자는 늘 같은 재료를 가지고 늘 같은 마차를 만들었다.
새로운 마차를 연구 개발하기 위해서 연간순익의 1퍼센트를 따로 떼어놓는 일은 하지 않았다.
마차의 설계는 가끔 개선되었지만, 이는 대학에 발을 들여 놓은 일도 없으며
글을 읽을 줄조차 모르는 어느 지방 목수가 천재성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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