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사이영상 경쟁 지각변동 조짐?2017.09.04 오후 01:57 | 기사원문 해외야구 김형준 메이저리그 방송 해설위원

7월24일 클레이튼 커쇼(29·LA 다저스)가 부상자명단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내셔널리그의 사이영 경쟁은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였다.
7월28일 맥스 슈어저(33·워싱턴)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먼저 200K를 달성하고 300탈삼진 도전을 이어갔다. 7월까지의 승리기여도(fwar)는 슈어저가 '4.5' 커쇼가 '4.1'로 커쇼가 돌아왔을 때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8월2일 마이애미전에서 슈어저는 목에 이상을 느끼고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2회초 타석에서 생애 첫 홈런을 때려낸 경기였다). 등판을 앞두고 잠을 잘못 잔 탓이었다. 마사지를 받고 베게를 바꾼 슈어저는 다음 세 경기에서 7이닝 9K 2실점, 7이닝 10K 2실점, 7이닝 10K 1실점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다시 9월3일 밀워키전에서 1회 트래비스 쇼의 타구에 다리를 맞았고 5이닝 2K 1실점에 그쳤다. 슈어저의 탈삼진 페이스는 최근 5경기 31개를 통해 278개로 뚝 떨어졌다.
슈어저가 5경기에서 승리기여도 0.8을 버는 데 그친 반면 커쇼는 9월2일 복귀전에서 70개의 공을 가지고 6이닝 7K 무실점 승리(fwar 0.3)를 따냈다. 이로써 슈어저(5.3)와 커쇼(4.4)의 승리기여도 차이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은 0.9가 됐다.
슈어저(26경기) vs 커쇼(22경기)
슈 : 172.1이닝 232K / 13승5패 2.19 커 : 147.1이닝 175K / 16승2패 1.95
슈 [FIP] 2.88 [whip] 0.85 [피안타율] .172 커 [FIP] 2.84 [whip] 0.86 [피안타율] .193
커쇼의 아킬레스건은 이닝이다. 남은 5번의 선발 등판에서 35이닝씩 추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슈어저는 207이닝을 기록하는 반면 커쇼는 182이닝에 그치기 때문이다. 평균자책점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경우 25이닝의 차이는 사이영 투표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역사상 200이닝에 실패한 선발투수가 사이영상 수상에 성공한 경우는 네 번에 불과하다. 1984년 릭 서클리프는 클리블랜드(AL)에서 15경기 4승5패 5.15에 그친 후 시카고 컵스(NL)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컵스에서 기록한 20경기 16승1패 2.69(150.1이닝)의 성적을 가지고 내셔널리그의 사이영상 수상자가 됐다. 그것도 드와이트 구든(218이닝 17승9패 2.60)에게 한 장의 1위 표도 내주지 않은 만장일치 수상이었다. 컵스는 그 해 서클리프 경기에서 18승2패를 기록한 덕분에 1945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시즌 중 리그를 옮긴 선수가 사이영상 수상에 성공한 경우는 서클리프가 유일하다.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192.2이닝 13승7패 2.48)와 1994년 데이빗 콘(171.2이닝 16승5패 2.94)도 200이닝을 못 던지고 사이영상을 따냈다. 하지만 1981년과 1994년은 모두 파업으로 인한 단축 시즌으로, 발렌수엘라는 그 해 리그 최다 이닝 투수였으며 콘의 이닝수 또한 지미 키(168.0) 랜디 존슨(172.0) 마이크 무시나(176.1) 등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다.
반면 2002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20승(4패)과 함께 평균자책점(2.26)과 탈삼진(239)에서 리그 1위에 오르고도 배리 지토(23승5패 2.75 182K)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30이닝의 차이가 결정적이었다(지토 229.1이닝 마르티네스 199.1이닝).
이닝의 열세에도 사이영상을 수상한 가장 확실한 사례는 2014년의 클레이튼 커쇼다. 커쇼는 데뷔 후 처음으로 부상자명단에 오른 그 해 198.1이닝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승(21승3패)과 평균자책점(1.77)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45이닝을 더 던진 자니 쿠에토(243.2이닝 20승9패 2.25)에게 한 장의 1위 표도 내주지 않았다(심지어 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현재 평균자책점 1위와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커쇼가 상징적인 의미의 1점대 평균자책점과 함께 두 가지 타이틀을 모두 차지할 경우 2014년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통산 5번의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이 샌디 코팩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크리스티 매튜슨과 같은 커쇼는 특히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를 경우 레프티 그로브(9회)와 로저 클레멘스(7회)에 이어 역대 세 번째 6회 수상자가 된다. 반면 슈어저는 2002년 커트 실링 이후 첫 번째 '300K 우완'이라는 확실한 가산점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사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판도는 커쇼보다는 슈어저(사진)에 달려 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7월28일 슈어저가 6이닝 9K 1실점을 기록한 경기를 보면서 "피로 증세가 보인다"는 지적을 했는데 절묘하게도 그 이후로 슈어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워싱턴으로서는 슈어저의 사이영 도전보다는 포스트시즌 준비에 포커스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
내셔널리그가 혼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면 아메리칸리그는 크리스 세일(28·보스턴) 대세론에 작은 균열이 일어났다.
하필이면 경쟁자인 코리 클루버(31)의 팀인 클리블랜드에게 두 차례 크게 혼나며(5이닝 7실점, 3이닝 6자책) 흔들리기 시작한 세일은 4일 양키스전 4.1이닝 3실점 패전을 통해 한 번 더 휘청였다. 양키스전을 통해 승리기여도(fwar) 0.2를 까먹은 세일(7.5)은 이제 클루버(6.0)와의 차이가 1.5로 줄었다. 아직 넉넉하다고는하나 세일이 최근 11경기에서 4승4패 3.26에 그치고 있는 반면(경기당 9.4삼진) 클루버는 최근 15경기에서 9승2패 1.76의 폭주를 이어가고 있다(경기당 10.2삼진).
세일(28경기) vs 클루버(24경기)
세 : 189.2이닝 270K / 15승7패 2.85 클 : 168.2이닝 222K / 14승4패 2.56
세 [FIP] 2.85 [whip] 0.94 [피안타율] .201 클 [FIP] 2.56 [whip] 0.90 [피안타율] .194
세일을 제치고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 있는 클루버는 다승에서도 단독 선두인 세일에 1승 차이로 따라 붙었다. 여기에 최근 팀의 기세(클리블랜드 11연승, 보스턴 4승7패)를 고려하면 다승에서 역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무척 높다. 클루버도 커쇼처럼 평균자책점과 다승 타이틀을 차지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슈어저에 비해 세일(사진)의 수성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은 300탈삼진 기록 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내셔널리그에서는 2000년 이후 5명의 달성자가 나온 반면(2000 2001 2002 랜디 존슨, 2002 커트 실링, 2015 클레이튼 커쇼) 아메리칸리그의 300K 기록은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마지막이다. 1989년 놀란 라이언(42) 이후 아메리칸리그 달성자는 1993년 랜디 존슨과 1999년 마르티네스뿐이다. 따라서 300탈삼진이 세일에게 줄 가산점은 어지간한 타이틀로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세일은 올 시즌 유일한 220이닝 달성자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클루버가 사이영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세일이 300탈삼진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평균자책점에서 차이를 크게 벌려야 한다. 세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만들어지기 어려운 전제다.
커쇼의 네 번째 수상 대 슈어저의 세 번째 수상. 클루버의 두 번째 수상 대 세일의 첫 번째 수상. 더욱 흥미진진해진 마지막 한 달을 지켜보자.
슈어저의 월간 승리기여도
4월 : 0.9 5월 : 1.3 6월 : 1.7 7월 : 0.8 8월 : 0.6 9월 : 0.2
커쇼의 월간 승리기여도
4월 : 1.2 5월 : 0.8 6월 : 1.0 7월 : 1.2 8월 : 없음 9월 : 0.3
세일의 월간 승리기여도
4월 : 2.0 5월 : 1.3 6월 : 1.5 7월 : 1.9 8월 : 1.3 9월 : -0.2
클루버의 월간 승리기여도
4월 : 0.5 5월 : 0.0 6월 : 2.5 7월 : 1.4 8월 : 1.4 9월 : 0.4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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