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제가 “북쪽의 현대판 모본왕”이라는 말을 썼더니, 모본왕이 누구냐
묻는 분이 계시더군요.
어느 왕조에나 한 둘은 있기 마련인 폭군이, 우리의 고구려 왕조에도 있었으니,
바로 모본왕(慕本王)과 봉상왕(烽上王)이지요.
모본왕은, 전쟁을 워낙 잘해서 무신(武神)으로 추앙 받은 대무신왕(大武神王)의
아들이자 사랑과 배신의 아이콘 호동왕자의 이복동생입니다.
낙랑 정복에 커다란 공을 세워 왕위계승이 유력해진 호동왕자를, 교묘한 술수로
모함하여 자결하도록 음모를 꾸며낸 오비(烏妃)의 아들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삼국사기에 나오는 이 모본왕의 악행이 참으로 웃기는 겁니다.
왕의 횡포와 잔학이 날로 심해져, 앉을 때는 늘 사람을 깔고 앉으며, 누울 때는
사람을 베고 눕는데, 만약 깔린 사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용서 없이 죽이고,
잘못을 간하는 신하가 있으면 활을 당겨 쏘았다
왕일증폭학 거상좌인 와즉침인 인혹동요 살무사 신유간자 만궁사지
王日增暴虐 居常坐人 臥則枕人 人或動搖 殺無赦 臣有諫者 彎弓射之
물론 악행으로 말하자면 봉상왕도 결코 밀리지는 않지요.
왕위에 오르자마자, 숙부가 백성들의 추앙을 받음을 시기하여 살해하고, 형제인
돌고를 온갖 트집으로 사사하며, 조카마저 기어이 죽이려 합니다.
살해위협에 시달리던 조카가, 소금장수로 변신하여 겨우 살아남기도 하지요.
이 두 폭군을 합해보면, 지금 북쪽을 지배하고 있는 3대 왕과 비슷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