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사거리
미세 먼지인지 안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뿌옇다. 며칠째 찜통인 5월의 햇볕도 시내 중심가를 달구고 있다. 점심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청계천 모진교를 건너 종로통 D일보 방향으로 향했다. 광화문 사거리다. 우리나라 심장부인 한 복판. 서울의 한복판이다. 북악산도 역시 뿌옇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내리쬐는 태양도 어렴풋이 가린 체 자동차의 물결과 함께 북악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맡고 십지 않다. 오가는 행인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지만 보수단체 인 듯한 00대한 당이라는 사람들이 좌판과 좀 시끄럽게 녹음한 방송으로 종북세력 척결과 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거창한 구호성을 오치고 있다. 호응도 없는데 말이다. 청계광장 입구엔 장애인을 위한 바자회가 한창이고 그 시간에도 청계광장의 상징인 아이스크림 모양의 대형 조각물은 여전히 청계천 하류를 내려 보고 있다.
프레스센터 지하도를 건너 서울시내투어 버스 승차장이다. 중년의 여인 다섯 명이 투어버스에 오른다. 경복궁을 비롯해 남산과 한강. 서울시내 유명 관광지를 순회하는 버스다. 거리원점 이라는 대리석 표시판이 눈에 띄었다. 전국 어디서나 서울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표시판이다. 광화문 네거리 비각 옆에 있었는데 꽤 오래전에 옮겼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D일보 옥상 전광판에는 광고내용이 계속 바뀐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 제목의 뮤지컬 공연이 번쩍 뜨인다. 잠시 서있는데 허연 상의와 흰 바지의 이상한 사람이 행인 사이를 오가며 뭐라고 중얼중얼 거린다. 이상한 사람도 괘 보인다. 중년 남녀 한 분이 거치대와 노트북과 광고판 두 개를 들고 와 내 곁에 멈추며 바닥에 앉으며 판을 벌리려고 하니. 사거리 경비를 서며 왔다 갔다 하던 경찰이 묻는다. 광고판을 보며 신고를 했느냐고 하면서 말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기관이 많다보니 경비차원 인거 같다.
우리나라가 해방되고 미군이 진주한 모습과 6.25전쟁. 해방 후 가난하게 살았던 우리들의 모습. 포츠담 회담 등 현대사 초기의 우리들 삶의 모습 사진을 어느 시민이전시하고 있다. 한쪽에선 하이디스라는 외국기업이 해고자 대책과 공장폐쇄라는 구호를 게시하며 행인들의 시선을 끌고자 했다. 나도 행인들도 무관심이다. 이세 돌의 바둑대국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포시즌스 호텔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봄이 부서질까봐 조심조심 속삭였다” 는 어느 금융회사 사옥에 걸친 걸개그림이 마음속 한편에 편안함을 준다. 정갈하게 정장을 한 두 여인이 내게 광고지를 주며 홍보하려고 한다.
바로 옆 면세점으로 향했다. 건물 중앙을 지나니 관광버스들이 삥 둘러 주차하고 있다. 한국의 중심. 서울의 심장인 복판에 요커(중국 관광객)라는 많은 사람들이 무어라고 시끌 거리며 떼를 지어 몰려 있다. 그렇다. 면세점 1층과 지하층을 둘러보았다. 나도 처음 구경이다. 하기야 코앞에 있어도 면세점 갈 일 없으니까! 시계와 귀금속은 1층에 자리하고 있었고, 명품 브랜드는 지하매장인데 시설이나 분위기가 사고 싶을 정도로 충동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파는 주인, 사는 고객의 대화가 마치 심장처럼 역동적이다. 외국관광객을 통해 외화수입으로 국부가 되어 부족함이 많은 서민들에게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면세점을 나와 광화문 네거리로 향했다. 정장으로 정숙한 차림 두 여인이 광고물을 주며 말을 걸어왔다. 자칭 새로운 천지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사거리 넓은 보도를 차지하며 열 명 정도는 되는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마이크는 사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한기총이 인권유린 한다는 내용부터 조00목사, 장00목사, CDS 사회에 고발 한다는 뜻이라고 그럴듯하게 말이다. 횡단보도 섬에는 세월호 가족과 관계자인거 같다. 열 개가 넘은 천막과 대형리본을 광화문 네거리에 2년이 넘게 치며 관심을 끌게 한다. “진실 마중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지나가던 여학생 서너 명이 사인을 하는 모습이다. 어디가 결론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씁쓰레한 마음이다.
출발한 청계광장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바자회는 계속 되고 있었다. 뒤돌아 본 북악산과 파란집도 청계광장에 주변이 지금도 뿌옇다. 여성가족부 건물이 보였다. 강남역 여인 사건으로 뒤숭숭하다. 남녀차별이니 하는 걸 보며 너무 나간 느낌이다. 청계천에 물은 한강물이다. 인공으로 보내는 청계천이다. 방류가 시작되는 발원지라고 할까. 이곳 청계광장이다. 흰 모습으로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우리들의 사고와 삶이 밝고 맑아 졌으면 좋겠다. 모진교를 건너며 흐르는 청계천의 물은 찌든 삶의 모습과 생각 까지도 정화시킨다. 햇볕에 자신들을 반짝 거리며 도도히 오늘도 내일도 계속 흐를 것이다. 말이 필요 없이 행동으로 말이다. 중랑천을 지나 한강을 거쳐 바다의 이르기 까지. 전도서의 말씀이 생각난다. “물이 바다 덮음 같이“ 모두 하나 되어 그 영광을 나타내자고.
첫댓글 광화문의 좋은 사진 몇 장 올리려고 했더니
떠 있는 사진자료가 모두 어두운 내용이었습니다.
마치 내가 광화문 네거리에 서서 여러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것 같습니다.
구름은 조금 있지만 오늘도 많이 덥네요. 건강하세요.
@현명순 예. 집사님!
오늘도 해는 나왔지만,
뿌연 날씨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응환 서울시내 한 복판의 시끄러운 풍경이군요 읽기만 해도 상상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청게천의 시원한 물줄기는 보고 싶네요
@조정자 권사님. 감사합니다.
밤 늦게 들어오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뿌옇게 사방을 둘러쌓인 날씨에다
아무리 다양한 사회라고 하지만 무언가에 눌린 분위기였습니다.
그래도 청계천은 그 모든 것을 안은체
계속 흐르고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