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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뒤영벌이 부화해 늘어나기 시작하는 사육케이스)
(사진 설명 : 불빛없이 암전되고 일정 온도가 유지되는 뒤영벌 사육장 모습)
뒤영벌은 토마토 등 무밀식물(꿀이 없는 가지과 식물)의 수정에 효과가 크고, 좁은 공간에 대한 적응성도 높아 시설원예작물 수정에 활용되는 화분매개벌이다.
국어사전에는 준말로 ‘뒝벌’로도 나온다. 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만 뚫어 속을 파낸 마른 그릇으로 쓰는 바가지인 뒤웅박에서 유래된 말이다. 벌의 몸이 뚱뚱한데 날개가 상대적으로 짧아 마치 뒤웅박처럼 생긴 것에서 나온 것이다.
뒝벌은 가을에 교미를 끝낸 신여왕벌이 월동에 들어가서 이듬해 봄 땅속에 산란을 시작한 후 봉세가 확장된다. 신여왕벌이 우화되서 교미를 끝낸 후 땅속에 잠입하면 휴면에 들어간다. 세계 239종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종은 서양뒤영벌(Bombus terrestris)이다. 유럽에서는 1987년 처음 상업적으로 인공사육되어 꽃가루받이용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후 2015년에 전 세계에서 약 250만개의 벌통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 설명 : 뒤영벌을 국내에서 대량 생산해서 국산화에 기여한 윤형주 박사)
우리나라는 1993년 2,300통을 처음 수입해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그 후 농촌진흥청 윤형주 박사가 뒤영벌 대량생산 기술 국산화에 성공하며 국내 자체 생산으로 보급 가격을 낮춰 농가 소득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이 기술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뒤영벌은 2013년 말 기준 80% 이상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고, 전량 수입하던 2002년에 통당 15만원하던 가격은 현재 6만~6만5천원까지 낮아졌다.
땅속에 사는 야생벌인 뒤영벌을 실내에서 대량 생산하기 위해 여왕벌의 실내 인공사육법, 연중 생산을 위한 기술과 온도원리을 이용해 뒤영벌 산란유도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지구 이상기온 탓에 작년 2020년 52년만에 최악의 꿀흉년에 봉착한 양봉업계가 이 화분매개곤충인 뒤영벌로 전환하면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현재 뒤영벌은 국내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봉과 뒤영벌사육은 근본부터 다르다. 양봉은 랑스트로스 표준 벌통에서 일벌들이 35도까지 온도를 높여 알을 부화시키고 육아 습도를 맞추는 등 알아서 봉군이 유지되지만 뒤영벌은 작은 케이스에서 봉군이 자라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를 사람의 손에 의해서 맞춰줘야 한다.
또한 양봉 여왕벌은 다년생인것에 비해 뒤영벌 여왕은 1년생이다. 상업적인 뒤영벌 업자들은 주문을 받으면 여왕벌 한 마리와 일벌 100여마리를 6만원 내외가격으로 농가에 보내준다. 그럼 그 봉군은 30여일에서 45일후 수분매개 임무를 마치면 궤멸하고 만다. 일회용인 셈이다. 그냥 양봉벌처럼 야생에서 키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시중에 뒤영벌용 양봉도구도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내 물모지였던 수분매개곤충 뒤영벌의 미래는 스마트 하우스농업과 맞물려 시장 성장가능성이 매우 밝지만 대량 사육 기술 노하우를 습득해서 시장 진입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아 보인다.
유성근기자 beekeepingtim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