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이론 - 상징적 상호작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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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09.28. 00:45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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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이론
상징적 상호작용주의
인간은 자신에게 할당된 의미의 기초 위에서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건에 대한 실재를 규정한다. 상징적 상호작용주의는 인간의 자아 형성에 미치는 언어와 상징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어떤 대상을 지각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여기서는 인간 존재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라는 상징의 교환에 따른 결과 혹은 효과를 다룸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1. 영화 〈넬〉과 상징적 상호작용
인간의 행위는 '상징을 매개로 하는 상호작용'이라 주장한 조지 미드(George H. Mead, 1863~1931)
ⓒ 커뮤니케이션북스
미개척지 애팔래치아(Appalachia) 산맥 어느 숲 속. 문명 세상과 단절된 채 인적 없는 외딴 통나무집에 영화 속 주인공 넬이 살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그녀는 문명사회의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넬을 처음 발견한 시골 의사 러벨과 심리학자 올센은 넬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그녀를 문명사회로 인도한다. 이 과정에서 러벨과 올센은 넬이 구사하고 있는 언어가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20년이 넘도록 읽어주었던 킹 제임스(King James)의 성경에 기초하고 있고, 뇌일혈 후유증인 안면마비로 생긴 넬의 언어 장애가 그녀의 언어를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그 후 그들은 넬의 정신세계에 도리어 감화되어 버리고 만다.
이 영화는 언어라는 상징의 교환이 인간의 자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통찰력 있게 다루었는데, 이는 조지 허버트 미드(George Herbert Mead)가 주장하는 상징적 상호작용주의(Symbolic Interactionism)를 강력하게 뒷받침해 준다.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미드는 자신의 이론이나 지적 체계를 책이나 이론으로 발전시키지는 않았다. 여기서 다루는 상징적 상호작용주의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미드의 제자인 허버트 블루머(Herbert Blumer)가 수업 시간에 나눈 스승과의 대화를 『마음, 자아, 사회(Mind, Self, Society)』라는 저서로 발간하면서부터다. 이 책은 상징적 상호작용주의의 핵심 원칙을 의미, 언어, 사고라는 세 가지로 제안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삶에서 소통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통찰력 있게 말해준다.
2. 의미와 언어, 그리고 사고
상징적 상호작용주의는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기호에는 의미가 있고, 또 인간은 생활환경을 구성하는 모든 사물에 주관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인간은 모든 대상에 대해 주관적으로 해석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대상과 의미를 주고받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 중에서 사회적 행위가 가장 압도적이라고 가정할 때, 인간의 사회적 행위란 의미를 매개하는 상호작용과 마찬가지다. 이는 사물과 상징에 대한 의미는 본래부터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한 삶의 과정 속에서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세계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이 사회적 실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도 이러한 상징적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학습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미드는 자아라는 것을 사회가 인간의 정신세계로 통합되는 기제로 파악한다. 이러한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그러한 과정에서 사회 관습과 그 내면화의 과정을 통해 구축되는 세계다. 그리고 이러한 자아의 세계는 그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나 공동체의 어울림 속으로 통합되며, 이 과정에서 자아는 '주체로서 나(I)'와 '객체로서 나(me)'로 구분된다.
전자는 외부 세계와 공동체의 변화에 자발적, 즉흥적으로 반영하는 감정적 자아를 일컫는데, 이러한 주체 자아의 행동 욕망은 보다 이성적인 객체 자아와 갖게 되는 유기적 상호작용 속에서 발현된다. 즉, 주체 자아가 의도한 행동이 외부로 표출되기 전에 객체 자아의 감시와 통제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유아나 아동기에는 주체 자아의 행동 욕망이 발현되지만,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서서히 객체 자아가 그 중심에 자리하게 된다. 결국, 자아란 주체 자아와 객체 자아 사이의 연속적인 상호작용이며, 성숙된 행동은 주체 자아의 발현 욕망과 객체 자아의 반응 양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상징적 상호작용주의는 언어라는 상징의 상호교환이 가지는 의미와 그러한 교환에 따른 결과에 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사회적 실재에 대한 의미라는 것이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라는 상징을 사용함으로써 협상되고 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언어로 사물을 명시할 수도 있고,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화시킬 수도 있다. 예컨대, 새끼 고양이를 뜻하는 'mitten'이라는 단어가 본래부터 '작은, 부드러운, 사랑스러운'이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미는 언어라는 상징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얻어진 상징 교환의 산물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의미의 원천으로서 언어는 주체 자아의 동기와 객체 자아의 정당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릇된 언어는 결국 주체 자아의 발현 욕망과 객체 자아의 반응과 평가를 부정적으로 이끌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나의 공동체 내에서 사람들은 자기 내부의 주체, 객체 자아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는 것과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의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편, 상징적 상호작용은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는 길이기도 하다. 다음의 예는 상징의 교환을 통해서 우리가 세상에 대한 의미를 어떠한 방식으로 부여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아버지와 아들은 자동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중에 자동차가 기찻길 위에서 멈춰서 버렸다. 멀리서 달려오는 기차가 경적을 울리고, 당황한 아버지는 미친 듯이 시동을 걸어댔다. 그러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아버지는 결국 시동을 걸지 못했고, 급기야 기차에 치이고 말았다. 구급차가 급히 아버지와 아들을 후송했으나, 아버지는 이송 도중에 숨지고 말았다. 아들은 생명은 붙어 있었으나, 매우 위급한 상태여서 응급 수술을 해야 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은 응급 수술실로 옮겨졌고, 한 외과의사가 들어왔다. 그 소년의 얼굴을 본 의사는 아연실색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난 수술 못해. 이 아이는 내 아들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잠시 동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자. 이 이야기에는 의사의 성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지만, 대부분의 미국 의사가 남성임을 전제로 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이야기 속의 외과의사가 당연히 남성일 것이라고 하는 그릇된 가정이 개입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사실에 기초를 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미묘한 상징의 횡포가 개입함으로써 우리가 구성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그림을 잘못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의사라는 언어 혹은 상징은 한 사회 혹은 공동체 내 상호작용 과정 속에서 남성의 전유물로 기정사실화되어 버린 결과다.
한편, 상징적 상호작용주의는 사고를 다른 사람의 역할에 대해 말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어떤 상징에 대한 개인의 해석이 사고의 과정, 즉 내적 대화에 의해 조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드는 주체 자아와 객체 자아는 내적인 대화의 과정을 통해서 상호작용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내적 대화의 과정은 객체 자아를 일반화된 타자로 전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어떤 언어적 자극이 주어졌을 때 사람들은 그러한 자극의 사회적 의미를 단순화시켜 받아들이는 대신, 이를 다른 사람의 역할과 다른 상황이나 맥락 속에서 파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 존재가 '다른 사람의 역할을 수행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 미드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 부모 역할 놀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나 배우의 연기 따라 하기를 통해서 대리 만족을 얻는다. 자신의 자아를 다른 사람의 자아 역할로 변환시킬 수 있는 인간의 탁월한 능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주체 자아와 객체 자아의 변화를 수반하며, 이는 다시 그 자신이 지금까지 견지하고 있던 사회적 의미의 변화를 이끌게 된다.
3. 상징적 상호작용주의 : 용례와 함의
이러한 '거울 반사 자아(looking glass self)'는 '자기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나타나는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에 대한 지각과 다른 사람의 판단 결과로 갖는 갖가지 감정을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 개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좋게 생각해 주고, 자신의 행위를 긍정적으로 인정해 준다고 느끼면, 그 결과로 자기 스스로를 긍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정당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울 반사 자아는 한 사회 혹은 공동체 속에서 중층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소통의 과정을 통해서 사회화에 대한 기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공동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다른 구성원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러한 행동의 의미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고민하도록 함으로써 자신만의 자아는 다시 '일반화된 타자(generalized other)'로 전환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음에 제시한 삽화는 이러한 상징적 상호작용이 자아 형성에 미치는 과정과 효과 그리고 결과를 가장 잘 집약하고 있다.
〈그림 1〉 상징적 상호작용의 결과 : '개 조심'
출처 : 『첫눈에 반한 커뮤니케이션이론』(김동윤·오소현 역, 2012)
상징적 상호작용주의는 결국 우리 인간에게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동시에 인간은 언어를 먹고 사는 의사소통적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특히, 앞에서 제시한 삽화 '개조심'은 인간이 언어라는 상징을 통해서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어떠한 상징이나 언어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자아를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지도 말해준다. 언어의 인간 자아에 대한 개입이 장기간에 걸쳐 특정한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한 인간이 어떠한 자아를 구축할 것인지의 문제는 결국 그 공동체 내 상호작용 행위자가 서로에게 어떠한 상징과 언어를 사용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이 주어지며, 동시에 그러한 공동체에서 언어와 상징, 나아가 그러한 경험을 어떻게 평가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징적 상호작용주의는 인간은 언어를 만들고, 언어는 다시 인간의 자아를 규정한다는 커뮤니케이션 본질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참고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상징적 상호작용주의 (인간관계 이론, 2013. 2. 25., 김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