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구(暫定球)는 영어로 예비볼(Provisional Ball)입니다. 말 그대로 잠정적으로 치는 공이라는 뜻이죠.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골퍼가 친 공이 OB(Out of Bounce)로 나갔거나 분실(紛失)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입니다.
만약 잠정구를 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샷을 하기 위해 현장에서 갔을 때 다행히 공을 발견하고 다음 샷을 하는데 어려움 없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약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공이 OB지역으로 들어간 것이 확인 되었거나 공을 분실했다면 골프룰에 의거 원래 자리(첫번째 친 자리)로 돌아 가서 제3타를 쳐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경기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됩니다. 해당 골퍼가 원래 자리로 가서 제3타를 치고 오는 과정은 대개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게되며 그때까지 다른 골퍼 – 동반골퍼와 뒤 따르는 모든 골퍼 – 들은 모두 손 놓고 기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잠정구 제도는 경기 진행을 원할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OB나 로스트볼(Lost Ball) 또는 그와 유사한 결과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동하기 전에 잠정구를 치고 나가는 것이 현명한 행동입니다.
다음 샷을 위해 현장에 이동했을 때 처음에 쳤던 원구(原球)를 발견하게 되면 잠정구를 수거한 뒤 원구로 경기를 속행하면 그만이고 만약 원구를 잃어버렸거나 OB지역으로 나간 것이 확인 되었다면 임시로 친 잠정구가 인플레이 볼(Ball In Play)이 되는 것입니다.
잠정구를 칠 때는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잠정구를 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마커나 동반플레이어에게 잠정구 플레이를 하겠다는 의사를 통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잠정구 선언을 하지 않고 공을 치게 되면 골프규칙에 의해 자동으로 첫번째 볼(원구)을 포기하겠다는 의사표시가 되는 것이며 다시 치는 공은 잠정구가 아닌 그냥 제 3타째가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장에 가서 원구(첫번째 볼)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 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잠정구를 치고 싶다면 잠정구 선언을 분명히 하는 습관을 만드세요.
'프로비저널 볼(provisional ball)' 규칙을 몰라 실격 당하는 선수가 꽤 있습니다.
골프는 하나의 공만을 사용합니다. 한 홀에서 두 개의 공으로 플레이하면 당연히 규칙 위반입니다.
잠정구는 원구가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날아가거나 분실구가 염려될 경우에 한해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 미리 치는 예비구입니다(A ball played if the previously played ball is thought to be lost or out of bounds).
원구가 워터해저드로 날아갔다고 해서 잠정구를 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잠정구는 원구를 찾다가 못 찾아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 수고와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므로 반드시 공을 찾으러 나서기 전에 쳐야 합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사실은 잠정구를 치기 전에는 동반자에게 반드시 '잠정구를 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해야 합니다. 영어로는 "I'll hit a provisional" 또는 "I'm going to play a provisional ball"입니다.
"숲속으로 날아가 한 번 더 치겠다"나 "OB 같으니 한 번 더 도전하겠다", "이거 임시타(temporary shot)" 등의 표현은 '잠정구를 치겠다'는 의사가 아닙니다.
잠정구를 치겠다는 의사표시는 '멀리건을 받고 싶다'는 의미로 보면 됩니다.
잠정구를 쳤는데 원구가 인 바운드(in bound)면 원구로 플레이하면 된다. 물론 원구를 5분 안에 찾지 못하거나 원구가 OB로 확인됐다면 잠정구가 '인플레이 볼'이 된다.
잠정구를 치겠다는 의사 표시 없이 그냥 치면 원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해 잠정구가 곧바로 인플레이가 됩니다. 원구는 곧바로 '볼 데드(ball dead)', 즉 무효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1993년 박남신이 미국에서 열린 골프 국가대항전 월드컵에서 '잠정구를 치겠다'고 하지 않고, 드라이브 샷을 한 번 더 했다가 원구를 찾자 다시 원구로 플레이했습니다. 동반자는 그러나 "잠정구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박남신은 원구로 친 스코어를 제출해 결국 실격당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김수아는 2004년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에서 드라이브 한 공이 바위를 때려 사라지자 2분간 수색하다가 돌아가서 다시 쳤습니다. 하지만 동반플레이어가 원구를 찾아줬고, 이 공으로 플레이하다 실격됐습니다.
공을 찾다가 본래 쳤던 곳으로 되돌아가 잠정구를 치는 순간 원구는 분실구로 처리됩니다. '오구(誤球) 플레이'를 하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