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회 서울 옥션 미술품 경매 전시 마지막 날이 오늘이다. 이번 전시의 PREVIEW가 부산 대구 서울의 평창동을 거쳐 이곳 강남의 호림 아트센터에 이르기까지의 장장 18일에 걸친 구간 마라톤 코스임을 보면 서울 옥션의 피 터지는 노력을 감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다.
호림 아트센터는 서울 신사동에서 가까운 터, 이왕의 외출 길에 겸사겸사 논현동 가구 골목부터 둘러 한국물물의 한 사장을 만나니, 자기도 구경 갈 겸 데려다주겠노라 하여 그의 차를 타고 서울옥션 경매 전시장에 도착하였다.
최욱경의 <추억>이 우선 눈길을 끈다. 매끈한 속도감의 모노톤 블랙의 칠 맛. 형태도 없는데 시선을 붙잡고 마음까지 꺼내가는 그 매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고 있는 것일까? “내가 도달하려는 것은 본연의 감성 그 자체를 시각적 용어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나는 체험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작품에 대한 이해는 곧 내 경험에 대한 이해가 된다.” 그녀가 토해 놓는 말의 조각들이다. 생각은 말이 된다. 아니 말이 되기 전에 그림이 되었다. 난 그녀의 그림을 통해 그녀의 열정과 집념을 읽고 나 역시 그녀의 주파수에 동조되어 감을 느낀다.
김환기의 <집>과 <항아리와 매화>가 외출 나왔다. 도록에서나 간신히 구경할 수 있었던 귀한 작품들이다. 오늘 인연이 되어 이 작품들을 직접 대면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지만 이들을 그 어디선가에서 또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여 보고 또 보며 작품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색상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조형인가? 아! 얼마나 지독한 탐구이며 시도였단 말인가?
오치균의 <신체>를 보면서 그림에 귀신이 들러붙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림은 저렇듯 미쳐서 그려야 한다. 그리고 김종학의 두 설경이 마음에 든다. 흰색 배경위에 퍼부어대는 번트시엔나 셉그린의 몸부림을 보라! 그리고 박서보의 신문지에 그린 묘법을 보면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녁7시. 오늘은 각 갤러리에서 누드 크로키 하는 날. 나는 서울옥션에서 보내준 도록 골판지 포장 박스 4장에 흰 물감을 두텁게 마구 칠해 놓고선, 이 위에 연필과 붓과 목탄을 마구 부셔가며 4점의 드로잉 작업을 끝냈다. 오전에 떠오른 아이디어의 실습이었다.
2011.6.28
첫댓글 그럼~ 그렇치요.............................................!
못쓰는 박스 펼쳐놓고 화이트 두껍게 문지르고 목탄가루 뿌리고 할때 ~~알아 봤슈 !!
낼~아침에 카페에 작품되어 올라오리라.....!
항상 연구하는 윈디박님! 진짜 연구대상 이지요~~~ ㅋ ㅋ ㅋ
다른 분들께 민폐나 안 끼쳤으면 좋겠어요. 연구대상이요? 전 밥상까지 포함해서 상이란 상은 무조건 좋아합니다.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작품을 보고있으니~~~많은 움직임에 댕기내요 화요일에 작업하러 갈게요
대환영이지요.
순간에 떠오른 영감을 실천에 옮긴다는게 저같은경우 잘되지않는데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눈길을 확 끄는게 좋은느낌입니다..황색과 화이트 목탄가루의 자연스러움이 조화를 잘이루고 있는거같아요..잘봤습니다...
이날 모델이 참 최선을 다하더라고요. 나이가 든 모델이셨는데 젊은 사람들에 비해 몸매는 뒤지지만 손가락과 발가락에까지 혼신을 기울이던 모델을 보며 많이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영향이 전달된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농익은 선의 유희가 현란합니다. 얼핏 <에곤 실레>를 떠오르게도 하는................
모기에 뜯겨 이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이거 큰 일 났습니다. 오늘 토요화가회에 나가야 하는데 벌써 잠이 깼으니 말입니다. <에곤 실레>요? 정말이지 모델에게서 클림트 내지는 에곤 실레의 모델을 보는 듯하였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이야기가 남아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