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 ⓒ뉴스1
장애인·치매노인 코로나19 사망 잇따라
정부, 엔데믹 전환 후 일상회복 방침 고집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 관리에 연일 헛점을 보이고 있다. 재택치료자가 급증하면서 장애인, 노인 등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다. 그러자, 당장 장애인단체 등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고 나섰다. 내달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정치방역이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엔데믹(풍토병) 기조로 일상회복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에서 A씨(53·시각장애3급)가 자택 인근에서 쓰러져 있던 걸 행인이 발견해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경찰과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이미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 코로나19 검사 결과 A씨는 양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70대 부모와 여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PCR(유전자증폭)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로 가던 중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서울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설립 후 10여년 간 중증장애인 이동권과 주거권 보장 운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80대 치매노인이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 숨진 일도 있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3일 오전 2시31분께 “천호동 한 주택가 도로변에 할머니가 입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은 호흡과 의식이 없는 80대 B씨를 발견했다. 이후 B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병원 측은 신고 당시 B씨는 이미 숨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B씨 역시 사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는 평소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던 치매 노인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지난 15일에도 70대 코로나19 확진자가 인천의 찜질방에서 숨지기도 했다.
당장 사회 각계에선 정부의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경고음을 냈다. 보건당국의 낙관론이 방역사각지대 피해를 확산시킨다는 지적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그간 장애계에서는 장애인들이 방역사각지대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구해 왔으며, 복지부도 대응매뉴얼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배포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며 “현재 중증장애인이 증상이 있어 PCR검사를 받기 위해 주민센터나 보건소 등에 지원을 요청하면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가 주된 병이 아니라 코로나인데 분만 해야 하거나 심근 경색이거나, 암이거나, 수술해야 하거나 하는 환자들이 부지기수로 발생하는데 병원들은 이 분들이 코로나 환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할 만한 시스템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 전이라고 대통령이 바뀔 거라고 아무것도 안하고 이대로 있을 것인가. 후보들도 자기가 당장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표를 얻기 위해 위기에 걸맞지 않는 발언은 이제 그만 쏟아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실제, 재택치료 환자 수는 25일 0시 기준 65만여 명으로, 동거가족까지 합하면 100만명이 넘는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엔데믹 전환에 따른 일상회복 기조를 강조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오미크론 대응 전문가 간담회에서 “조금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상적 방역·의료체계 전환 논의가 다른 나라에서 이미 본격화된 만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작년 말보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17배 증가했지만 위중증 환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고 중환자 병상가동률도 30%를 유지하는 등 의료대응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