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관련 제도, 서비스와 사회적 가치 논하는 ‘2022 돌봄로봇 정책 심포지엄’ 열려
돌봄로봇 정책 심포지엄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돌봄자에게 로봇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첨단기술의 접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기술을 활용한 돌봄’의 관점에서 로봇기술을 활용한 돌봄이 유럽, 일본, 미국 등에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가족과 외부 노동력이 노인과 장애인을 돌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많은 노동이 간병에 투입돼야 하는 시점이 노동력이 줄어드는 시점과 겹치게 되면서, 기존 노동력의 생산성을 돌봄로봇을 통해 향상시키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이 가운데 국립재활원이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모색에 나섰다. 돌봄이 필요한 최중증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돌봄자를 위한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6월 28일 ‘돌봄로봇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립재활원은 돌봄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생활 밀착형 돌봄로봇 확산을 위한 기반 조성, 돌봄 환경 개선 등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돌봄로봇 서비스 모델 개발, 중개 연구, 제도 연계를 고려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송원경 국립재활원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의 ‘돌봄로봇 중개연구 및 서비스 모델개발 사업 소개’를 시작으로 국내 돌봄 관련 제도, 서비스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돌봄 관련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루어졌다. 주요 참가자들의 발표내용을 소개한다.
로봇기술, 돌봄 부담 완화에 효과적
신용순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신용순 교수는 ‘돌봄로봇 기술이 장애인 및 노인의 돌봄제공자 돌봄 부담에 미치는 효과’를 주제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사회과학적인 측면에서 매뉴얼케어(Manual care)보다 로봇보조케어(Robot-aided care)를 제공했을 때 관계에 대한 부담, 감정에 대한 부담이 2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로봇적용 이후 신체적 돌봄 부담도 26.9% 수준 완화됐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기존 방식의 돌봄의 경우, 작업변화가 필요한 고위험 수준의 부담이 측정됐으나 돌봄로봇을 활용했을 때는 중증도 위험 수준으로 부담이 줄었다”며 “특히 상지 근골격계질환 위험 요인 노출 정도는 6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신 교수는 돌봄로봇의 사용 대상이 고령층인 만큼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는 점은해결해야 할 과제로 언급했다.
또한 “돌봄 받는 자가 돌봄로봇이 생겨서 도움 받고 싶은 행위는 침상에서 휠체어 또는 휠체어에서 침상으로 이동(이승), 목욕, 이동하기 순이었다”며 “이 행위들은 대체로 돌봄 제공자가 현재하고 있는 돌봄 행위 중 가장 힘들다고 답한 순서와도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승보조 로봇은 대체로 편리했다는 의견인 반면, 식사보조로봇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고, 돌봄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 로봇팔을 조정하는 것 등에 어려움과 불편함을 느끼는 사례가 많았다”며 “돌봄로봇을 확산할 때 사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돌봄로봇의 사회적 가치
박경옥 강릉원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경옥 교수는 돌봄을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돌봄로봇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강원 원주시 지역 돌봄 수요자와 제공자 2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요양보호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와 같은 돌봄을 주는 자들은 환자들의 행동으로 인한 감정적인 상처를 피할 수 있다는 점과 학대로 의심받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또한 “일부는 요양보호사의 월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한 반면 로봇이 모든 일을 다 해주는 것은 아니니 일자리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하면서 오히려 “환자도 돌봐야 하고, 기계도 관리해야 해서 사람의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답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노인이나 장애인 등 돌봄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내용 소개가 이어졌다. 대상자들은 “활동지원사와 달리 돌봄로봇은 24시간 함께 있을 수 있어 편할 것 같다”며 “성별에 따라 활동지원사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도 없고, 로봇이 덜 불편하고, 덜 수치스럽고, 덜 미안하다”라고 답했다며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지만 “사람 특유의 정겨움, 심리적 교류는 미비할 것 같다”는 의견과 “인지가 낮은 사람은 오히려 로봇을 다루기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돌봄로봇이 조직이나 사회에 어떤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조사결과, 간병인마다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의 질이 균일해질 수 있다는 의견, 현재 간병인 비용보다 저렴해야 돌봄로봇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고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부 지원금이 필요하다는 의견, 로봇으로 인한 사고·위험이 있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며, 모니터링에 따른 법적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음을 소개하기도 했다.
복지용구 현황과 정책 시사점
박상희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연구위원
박상희 위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현황과 정책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박 위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는 시설급여를 제공하는 장기요양기관에 입소하지 않은 수급자의 일상생활·신체활동 지원 및 인지기능의 유지·향상에 필요한 용구”로 “의료기관에 입원한 경우에는 전동침대·수동침대, 이동 욕조, 목욕 리프트는 대여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용구 이용자, 돌봄 제공자, 복지용구 사업소, 복지용구 제조수입업체 모두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이 한정되어 있다”고 강조하며 “수급자의 욕구를 고려한 급여 품목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무자들은 복지기술에 대한 인식과 활용수준이 낮고, 노인은 복지기술의 구매·대여·이용과정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으며, 노인들은 자기부담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제품 성능과 상관없이 저성능의 제품들을 선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현재 수급자에게 필요한 복지용구 사용을 도와주는 복지용구 전문인력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노인의 개별적인 욕구 및 신체 상태, 복지용구 품목의 특성, 노인이 거주하는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복지용구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용구사업소의 인력기준은 시설장 또는 관리책임자 1명만 있으면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영세한 복지용구사업소 관리 방안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신체 및 건강상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급자에게 연간 160만 원 한도액을 동일하게 정하고 있어 정작 필요한 사람이 복지용구 품목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히며 “신체기능을 고려한 등급별 급여한도액 차이를 설정해 불필요한 보험지출을 줄이고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한 말벗로봇
김윤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교수
김윤수 교수는 먼저 “돌봄로봇의 기본적 목적은 인권 보호, 사회적 약자 배려, 안전 기여 등 사회적 가치를 함양하는 것이며, 독거노인이 가진 취약성을 보완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시설 부재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로봇과의 반복적인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주는 등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말벗로봇은 돌봄 대상자들의 친구와 이웃으로부터의 지지수준을 보완할 수 있다”며 “추가적으로 병원이나 은행 등 부족한 편의시설과 불편한 교통시설로 인한 낮은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외출 시 동행, 심부름, 교통편의 제공 등 부가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회교감형로봇, 사회적로봇, 돌봄로봇 등 다양한 형태로 불리는 말벗로봇의 유용성이 학문적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일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말벗로봇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검토해 본 결과, 협력적 거버넌스 운용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므로 향후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지자체가 사업을 선정해 이용자에게 바우처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김 교수는 “지역특성과 주민 수요에 부합하는 사회서비스를 지자체에서 직접 기획하고 제공하므로 말벗로봇을 렌탈서비스로 운용한다면, 지역주민 복지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