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물리·천문 분과 최승언
조선의 시헌력은 1653년(효종 4년) 청나라의 시헌력(時憲曆)을 도입하여 사용하였다. 이 시헌력은 17세기 명나라 말기부터 서양의 카톨릭 선교사들이 서양의 천문학 지식을 가져와서 만든 천문 역법으로 청나라는 1644년 시헌력을 시작하였다. 시헌력 이전에 조선이 사용한 역법은 주로 중수대명력(重修大明曆),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 칠정산외편 (七政算外篇)이다. 중수 대명력은 1171년 금나라 조지미(趙知微)가 양급의 기존 대명력을 개정한 역법으로 고려시대부터 사용하였다. 칠정산내편은 1270년 원나라 곽수경이 만든 중국 역사상 가장 정밀한 역법인 수시력(授時曆) 그리고 명나라에서는 수시력을 계승하여 대통력(大統曆)으로 불렀는데 이 역법을 조선 1442년(세종 24년)에 이순지(李純之), 김담(金淡) 등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역법서로 한양(서울)을 기준으로 일월오행성의 운동을 계산한 우리나라 최초의 독자적인 역법서이다. 칠정산외편은 1444년(세종 26년) 이순지와 김담이 서역 (아라비아)으로부터 유래된 회회력(回回曆)을 연구하여 조선의 실정에 맞게 편찬한 역법서이다. 이 회회력은 프톨레마이오스(Ptolemaios)의 《알마게스트(Amagest)》가 기본으로 유럽에서 1,000년 이상을 사용한 지구 중심 체계의 일월오행성의 위치와 교식 추보 그리고 항성 목록이 수록되어 있다.
시헌력의 기본이 되는 중국의 역법서는 명나라 말기(1631~1634년)에 서광계 등이 예수회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16~17세기 서양 천문학 이론(주로 튀코 브라헤 체계)을 도입해 편찬한 역법서인 《숭정역서(崇禎曆書)》이다. 이 역서는 청나라에서는 같은 내용으로 《서양신법역서》라고 불렀다. 이 역법서에 나온 내용은 1710년(숙종 36년)에 관상감 제조 허원(許遠)이 편찬한 천문서인 《세초유휘(細草類彙)》에 모두 수록되어 있다.
태양의 운동은 평행 운동(mean motion)과 이상운동 (anomalistic motion)으로 나눈다. 천문학에서 지구의 운동은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타원운동이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심원 모델(Eccentric model) 혹은 대원(deferent)과 주전원(epicycle) 모델로 설명하였다. 수시력을 포함하는 중국의 역법은 주로 이심원 모델과 유사하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행성의 위치를 추보할 때 가장 잘 나타난다. 그러나 튀코 브라헤(Tyco Brahe)는 주전원을 두 개 사용하는 ‘두 주전원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이 모델은 균심 모델(Equant model)과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태양의 실제 위치를 추보할 때 모든 역법은 태양의 평균 황경(황도 상의 위치)을 먼저 계산한다. 역원(epoch)에서 태양의 평균 황경를 알면 태양의 1일 평균 각속도가 일정하기에 이 값을 이용하여 역산대상일의 태양의 평균 황경이 계산된다. 실제 황경과 평균 황경의 차이를 가감차(加減差, equation of center)라 하는데 지구 중심과 태양 궤도원인 이심원의 중심과 차이 즉 중심차가 있기에 생기는 황경값의 차이이다. 이 값은 모델을 통해 혹은 모델을 통해 계산된 표(table)로부터 알아내고, 이 값를 평균 황경에 더해 태양의 실제 황경을 구한다. 이 가감차는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 따라 그 값이 조금 다르다. 케플러가 타원궤도를 발견하기 전에 사용한 모델은 모두 원이기 때문에 가감차를 보정하여도 모델에 따라 실제값에 오차가 생긴다. 《서양신법역서》는 이 가감차를 균심모델을 이용하여 계산한 표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조선의 《세초유휘》도 이 표를 사용하였다.
《역상고성(曆象考成)》은 1724년(청나라 옹정 2년)에 중국 천문학자인 매각성(梅瑴成)과 하국종(何國宗) 등이 중심이 되어 편찬된 튀코 브라헤의 쳬계를 기본으로 하는 천문역법서이다. 물론 《세초유휘》는 이 역법서보다. 먼저 편찬되었지만, 내용 여러 곳에 《역상고성》의 중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태양의 경우, 균심 모델 대신 두 주전원 모델을 사용하고 있지만 계산한 값은 두 모델에서 거의 비슷하다. 《역상고성후편(曆象考成後編)》은 1742년 서양 선교사 대진현(戴進賢, Ignatius Kögler) 등이 중심이 되어 청나라에서 편찬된 천문 역법서로, 케플러의 타원 궤도 이론을 도입하였다. 이 역법책을 기본으로 조선에서는 1860년(철종 11년)에 남병길(南秉吉)의 《시헌기요(時憲紀要)》, 1862년(철종 13년)에 남병철(南秉哲)의 《추보속해(推步續解)》로 편찬되었다. 조선의 시헌력은 1895년(고종 32) 태양력이 채택되면서 병용되었다.
필자소개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Ph.D., 서울대 석사, 학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관악영재교육원 원장
한국지구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