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 ART WORK
2011-05-04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가
제프 쿤스의 작품 중 공개적으로 가장 비싸게 팔렸던 것은
2008년 7월 런던 크리스티에서 경매로 팔린 ‘벌룬 플라워 Balloon Flower’이다.
낙찰 가격이 2천5백70만 달러였다.
그보다 8개월 전인 2007년 11월에는 뉴욕 소더비에서 그의 작품 ‘행잉 하트 Hanging Heart’가 2천3백60만 달러에 팔렸다.
원화로는 수백억 원이다. 피카소와 세잔 같은 서양미술사 대가들의 작품 못지않은 가격이다.
그의 작품 중 특히 조각은 수백만 달러, 즉 수십억 원이 넘게 팔리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제프 쿤스 얘기를 할 땐 가격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 한 점이 수백억 원에 팔리는 것을 보는 작가의 기분은 어떨까?
그는 물론 매우 긍정적이고 자랑스러운 입장이다.
“내 작품에 대한 시장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믿고 지켜줄 것이라는 뜻이다.
이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그는 말한다.
작품의 사회성과 시장성이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 S SHINSEGAE STYLE 2011 APRIL 에디터 설미현 글 이규현(미술 저널리스트, <그림쇼핑> 저자) CATEGORY /
예술과 키치 사이에 선 가벼움의 미학
제프 쿤스
필자가 처음으로 제프 쿤스 Jeff Koons(1955~)의 작품에 ‘진심으로’ 감동받았던 것은
5년 전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갔을 때였다.
빌바오는 인구가 35만 명인 스페인의 작은 도시다.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간 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자,
전형적인 유럽의 저층 아파트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유럽의 평범한 작은 도시 풍경이 펼쳐졌다.
정류장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지나가는 노인에게 길을 물으려고 다가가니, 내가 묻기도 전에 그가 웃으며
“구겐하임 미술관 찾으세요?” 했다. 여기 온 관광객들이 찾는 곳은 뻔하다는 듯,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는 자신 있게 손가락으로 구겐하임 미술관 쪽을 가리켰다.
특별히 멋스러운 건물 하나 없이 평범한 골목 몇 개를 지나자
갑자기 길 건너편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첫째,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이 건물은
그 자체가 한 점의 대형 조각 같아서 그 시골 도시에서 혼자 너무 잘나 보였다.
그런데 웃음이 나온 건 미술관 앞에 서 있는 높이 12미터짜리 대형 강아지 조각 ‘퍼피 Puppy’ 때문이었다.
이 강아지는 이제 제프 쿤스 작품의 아이콘처럼 됐는데 이 작품은 그 중 특히 유명한 것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강아지 틀을 화분용 꽃 수만 점으로 감싼 조각인데
그때가 마침 여름이어서 꽃이 색색으로 예쁘게 피어 있었다.
미술관 바로 건너편에 있는 시골 아파트의 주민들과 이 동네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마치 강아지가 “이 미술관 멋있죠? 하지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번 들어와보세요” 하며 손짓을 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살아 있는 실제 꽃으로 만든 강아지라서 계절에 따라, 아니 하루하루 날씨에 따라 모습이 바뀔 테니,
관객에게 이 강아지 조각은 살아 숨 쉬고 변화하는 생물체나 다름없다.
이 특이하고 친숙한 강아지 덕분에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대단함,
그리고 한 점의 대형 추상 조각처럼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의 기를 죽일 수 있는 건물의 위압감이 확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술관 앞에서 가볍게 웃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미술관 건물 뒤편 테라스에도 제프 쿤스의 유명한 튤립 조각이 있다.
풍선을 비틀어 만드는 풍선 공작처럼 생긴 조각인데,
스테인리스 스틸 특유의 반질반질한 질감과 풍선 공작 같은 튤립이라는 익숙함 덕분에
이 조각 역시 강 건너편 이웃을 향해
“현대미술 어렵지 않아요. 한번 와보세요”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제프 쿤스는 “내 미술은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열려고 한다
My art tries to open the door to everyone”라고 말한다.
이건 그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술 철학인데,
그것을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실제 피부로는 처음 느꼈다.
어려운 현대미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그의 기술이랄까,
그의 영리한 감성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 S SHINSEGAE STYLE 2011 APRIL 에디터 설미현 글 이규현(미술 저널리스트, <그림쇼핑> 저자)
이 작품은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축하 Celebration> 시리즈 중 하나로 제프 쿤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축하> 시리즈는 흔히 선물로 주고 받는 사물들을 크게 확대시켜 거대한 금속조각작품으로 형상화하는데,
그 소재로는 막대풍선이나 인형, 어린이장난감이나 기구, 꽃, 초코렛, 강아지 등을 다룬다.
보라색 호일에 금색 리본으로 포장된 이 작품은 발렌타인 데이에 주고 받는 하트 모양의 초코렛을 연상시키며,
또한 어린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집집마다 다니면서 사탕과 포장지를 팔러 다녔던
작가의 자신의 기억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작품의 표면은 보라색으로 투명 코팅되어 보는 이의 모습도 비춰질 만큼 거울처럼 반짝인다.
매끄러운 표면과 풍성한 볼륨감이 마치 공중에 떠있는 풍선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실제로 이 작품은 높이 373.3cm, 무게 약 1.7톤(1751kg)의 고크롬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매우 무겁고 거대한 조각 작품이다.
초코렛 모양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선물이라는 의미 외에도 종교적인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인 ‘Sacred Heart’는 성심(聖心)이라고 번역할 수 있으며
가톨릭교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속죄를 상징한다.
작가는 초코렛이라는 일상적 소비의 모티브를 감각적인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보는이에게 시각적 유희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작품과 동일한 붉은색 버전의 작품이 2
00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Jeff Koons on the Roof’에 설치된 바 있다.
제프 쿤스는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1980년대 키치(Kitsch)적인 예술작품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는 일상적 오브제와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나무, 대리석, 유리, 스테인리스 등을 이용한 예술작품으로 재현한다.
강아지, 인형, 장난감, 꽃, 보석 등과 같이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대중적 상품 모티프를 선택해
그것의 크기와 재료를 바꾸는 방식으로 조각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통속적인 이면을 잘 드러내는 동시에,
고급문화와 저급문화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예술이 관습적 미학의 종속체계 안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에 주목한다.
이처럼 대중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쿤스의 작품은 팝아트 작가인
앤디 워홀(Andy Warhol)에 이어 1980년대 네오-팝(Neo-Pop)/포스트-팝(Post-Pop)으로 분류된다.
2008년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베르사이유 궁에서 전시를 개최면서 국제적인 이슈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제프 쿤스는 현대미술계에서의 국제적인 명성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대중적인 인기도 많이 받고 있다.
그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서 마이클 잭슨, 핑크 팬더와 같은 대중문화의 이미지나 광고의 시각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또한 최근 BMW Art Car, 키엘(Kiehl’s), 갭(Gap), 타겟(Target), 일리(illy),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등
상업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작업을 통해
기존의 상품이미지를 탈기능화시키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제프 쿤스는 매릴랜드 미술대학(Maryland College of Art)과
시카고 미술학교(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뿐 아니라 세계 미술계 슈퍼스타로 대접 받고 있다. 예술계의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며
생존 하는 작가 중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그의 작품은 앤디 워홀이나 마르셀 뒤상에 비견되며
‘살아있는 거장’, ‘현대 미술계의 군주’라 불린다.
그의 작업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회화, 사진, 설치 등 모든 표현 수단을 이용하여
평범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다룬다.
그의 작품은 마냥 어렵고 부담스럽기만 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업적 물건들을 소재로 삼는 팝아트의 계보를 잇고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4월 3일 뉴욕에서 마돈나의 뮤직비디오부터 이탈리안 보그의 패션 사진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Tom Munro의 촬영 Studio에서 제프쿤스 광고 촬영이 있었습니다.
광고촬영의 컨셉은 '제프쿤스의 하트를 사랑하는 발레리나'로 진행되었습니다. 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