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레일웨이를 걷다
단절이 아쉬운 그린레일웨이, 산책길보단 소공원 역할
구간구간 끊어진 산책로… 무단횡단도 일쑤
도심 속 재미 쏠쏠한 휴식공간 기대
그린레일웨이의 2단계 사업이완공됐다. 2015년 9월 공사에 들어가 2016년 말 올림픽교차로에서 부산기계공고까지 1단계 1.6㎞ 구간에 이어 미포에서 송정구간을 제외한 부산기계공고에서 동부산관광단지 입구까지 3.4㎞ 2단계 구간사업이 마무리됐다. 지난 2일 올림픽교차로에서 출발해 미포입구까지 그린레일웨이를 걸어보았다.
올림픽 교차로에서 시작한 그린레일웨이는 잘 정돈되어 있었다. 산책로가 널찍하고 산책로 바닥도 구간마다 다르게 꾸며져 있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게다가 산책로를 따라 벤치며 운동기구, 놀이터까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어 주민들이 편안하게 걷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우동 롯데아파트 앞에 이르자 차로에 가로막혀 산책로가 끊어졌다. 산책로로 계속 가려면 산책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 얼마 못 가 반도보라빌 앞에서도 다시 이런 불편이 반복됐다. 산책로를 걷던 시민들은 횡단보도에 설치된 신호등의 보행신호를 기다리지 못하고 차로를 무단횡단하기까지 했다.
이 두 지점에서 산책로가 단절되는 것은 애초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원래 이곳에는 아파트 방향 진입로 위로 철로가 지나가는 굴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린레일웨이 사업이 진행되자 두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굴다리를 철거해 달라는 주민 민원이 제기되어 굴다리를 없애고 횡단보도가 놓인 것이다.
사실 이 구간에 있는 높은 철길 언덕을 제거하는 일은 좀 더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철길 언덕을 살려 산책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자는 의견이었는데 주민들 다수가 굴다리 철거를 요구하는 바람에 현재와 같이 굴다리는 없어지고 철길 언덕은 평탄화 작업을 통해 지금의 야트막한 산책로로 조성된 것이다.
굴다리를 제거해 달라는 인근 주민들의 바람도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평탄화 작업을 하더라도 굴다리 부근에 구름다리 형태의 연결로를 조성했다면 그린레일웨이가 계속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철길 곁에서 세월을 다진 거목들을 바라보면서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우동 신동아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곧이어 옛 해운대역 부지와 만나는 이곳 역시 차도로 끊어져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옛 해운대역사는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옛 해운대역사 부지는 생각 외로 굉장히 넓었다. 해운대에 아직 이렇게 넓은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것에 놀라울 정도였다. 이곳을 어떻게 채울지 선택하기에 따라 해운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에 바라건대, 단순한 개발논리에 젖어 해운대에 차고 넘치는 상업시설이나 위락시설을 세우기보다는 진정 시민들이 즐겁고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옛 해운대역에서 잠시 향수에 젖어 걸어가는 동안에도 고층건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속속 올라가고 있었다. 옛 해운대역을 지나 해운대고등학교 방면으로 향하는 차도로 인해 또다시 단절된 산책로가 중동 과선교 아래로 향한다. 과선교 아래는 한창 공사 중이라 도로를 횡단하기조차 힘들다. 이 구간은 춘천을 바라볼 수 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다 복개되고 말았다.
마침내 달맞이길 입구다. 이곳에서 산책로는 더 큰 복병을 만나게 된다. 도로를 횡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산책로 아래쪽에 횡단보도가 있지만 신호등이 아직 작동되지 않아 차량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엉거주춤하면서 겨우 횡단보도를 건너 이윽고 미포 입구에 이르렀지만 산책로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서 있다. 미포~송정 구간이 아직 착공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그린레일웨이를 걸어보니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였다. 산책로를 걷다 차도를 만나면 산책로가 끊기고, 그 지점에서 보행자 신호를 기다렸다 다시 걷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번거로웠다. 그냥 철길마냥 쭉 이어지는 산책로를 기대했는데 아직은 동네에 있는 작은 휴식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올림픽교차로에서 해운대역까지의 구간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통행을 금지하는 교통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어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옛 해운대역을 지나면서 교통표지판도 없고 덩달아 자전거 통행량도 많아졌다. 이 구간은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다녀도 된다는 말인가? 오토바이는 당연히 산책로를 통행해서는 안 되지만, 자전거 역시 보행로에서는 노약자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교통수단이므로 적절한 제재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레일웨이를 걷는 재미는 쏠쏠했다. 구간 구간 나름대로 주제를 가지고 꾸며져 있고 도심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여유로운 산책길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옛 기찻길 옆에 있는 아주 오래된 집들과 나무들, 골목길 등에 켜켜이 쌓인 세월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달콤쌉쌀한 낭만이었다.
그린레일웨이 조성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옛 해운대역 구간과 미포~송정 구간이 아직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완성된 구간에도 부족한 것을 꾸준히 채워 넣어야 한다. 시민들이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곳을 오고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