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4일 일요일
밤이 선생이다
김미순
이 책은 황현산 교수의 산문집이다.
*115 쪽 ㅡ 이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을 폭력 일반에 대한 관심으로 넓혀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폭력 속에 살고 있고, 그 폭력에 의지하여 살기까지 한다. 긴급한 이유도 없이 강의 물줄기를 바꿔 시멘트를 처바르고, 수수만년 세월이 만든 바닷가의 아름다운 바위를 한 시절의 이득을 위해 깨부수는 것이 폭력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고속도로를 160킬로 속도를 달리는 것도 폭력이고, 복잡한 거리에서 꼬리물기를 하는 것도 폭력이다. 저 높은 크레인 위에 한 인간을 1년이 다 되도록 세워둔 것이나, 그 일에 항의하는 사람을 감옥에 가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너는 앞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다. 의심스러운 것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다. 어떤 죗값을 치르더라도 폭력을 폭력인 것을 깨닫고, 깨닫게 하는 것이 학교 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처방이다 (2021)
위의 글은 2021년도에 쓰여진 글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폭력의 강도가 조금은 약했다. 지금은 우리 삶을 폭력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폭력이 만연해 있다.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안전하고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집이 없기도 하고 집에서도 살해당하는 세상이다 보니 잠을 잘 수도 없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 휴~ 나는 안 당했다, 학교에 다니는 자식이 없으니 다행이다'. 외출해서 무사히 들어 왔으니 살 것 같다. 티비에서 나오는 흉흉한 기후 얘기, 정치 얘기, 전쟁 이야기~~ 참으로 조마조마하게 하루를 버티며 산다. 그래서 휴대폰을 놓지 못한다. 무슨밀이 생기면 안 되니까 충전을 빡빡 챙겨서 바로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에 둔다.
나는 이 산문집이 정말 마음에 든다. 생각하는 가치관이 나의 그것과 같다. 그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통상적으로 동의를 하게 한다. 특히 마음 속에 가라앉아있는 기억에 저항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환하는 것이 무척 아름답다. 더구나 프랑스 문학이나 우리 문학, 영화에 대한 평을 섬세하게 풀어내서 글의 이해를 도와서 무척 유익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히고 싶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