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힐링,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
글 / 김덕길
‘솔향 머금은 저녁 이슬이 내 발등 적시는 곳’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사실은 정읍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구절초축제 행사안내의 첫 구절이다.
해마다 10월이 오면 정읍 산내면 매죽리는 소나무 사이사이를 온통 하얀 구절초 꽃으로 수놓는다. 이곳에 가면 시가 절로 써진다.
꽃이 눈부셔 눈 감으려 해도
차마 감지 못하네
바람은 솔잎 사이를 헤집고 다니고
꽃은 바람의 춤사위에 어깨춤이 덩실덩실
전국 경관농업의 1번지를 꼽으라면 고창 청보리밭 축제를 꼽는다.
2004년 처음 개최한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해마다 5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청보리 한포기만 있으면 누가 거들떠 보려하지 않는다. 구절초도 그렇다.
그런데 수백만평이 온통 청보리로 수놓으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했던가?
솔향기 은은한 동산 사이로 새하얀 구절초꽃 흐드러지니 멀리서 보면 눈 온 듯 하고
다시 보니 메밀꽃 같은데 자세히 보니 구절초가 맞다.
이곳은 구절초뿐만 아니라 진홍색으로 수놓은 분홍바늘꽃도 신비롭다.
해질 무렵 햇빛에 반사된 분홍바늘꽃의 아우라는 산의 능선 한 면을 온통 진분홍색으로 칠해버린다. 같이 나들이를 간 친구들의 감탄사가 멈출 줄 모른다.
코로나이후 전국은 다시 각종 축제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몽골 사람의 시력이 좋은 이유는 푸른 초원에서 풀어놓은 양이 어디 있나 멀리까지 바라보는 생활을 반복해서 라고 한다. 그들의 시력은 6.0까지 되는 사람도 있다.
몽골 목동이
“저기 말을 탄 남자가 오고 있네!” 라고 말하면
관광을 온 외국인은
“대체 어디서 온다는 거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5분쯤 지나니 말을 탄 남자가 오는 것이 아닌가? 그만큼 자연경관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해마다 이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려 수많은 사람들이 꽃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었을 것이다.
정읍구절초 지방정원은 거대한 암벽에서 퍼붓는 폭포도 아름답고 한반도 모양의 연못도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올해 축제기간에만 무려 3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축제는 끝났지만 아직도 산은 온통 구절초와 분홍바늘꽃으로 아름답다.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친구들 10여명은 동창회 대신 1박2일의 아름다운 여행을 선택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쁘다.
공원 아래 놀이터에서 우리는 어릴 적 초등학교로 돌아가 어린이들이 하는 놀이를 우리가 해보며 깔깔깔 웃었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가난했던 날을 견디며 살아온 우리들, 자식들 모두 장성해 독립시키고 이제 겨우 허리 좀 펼까 싶은데 여기저기 아프단다. 나이 들었음을 인정하려 안 해도 인정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은은한 정읍 전통찻집에서의 쌍화차 한잔도 좋고, 이른 아침 격포 바닷가에서의 맨발걷기도 좋았다. 지평선 축제 공원의 엄청나게 큰 용 두 마리는 우리에게 기를 넣어주는 듯싶다.
1년에 겨우 두세 번 보는 친구들이라 만나면 더없이 반갑고 헤어지면 그립다.
모쪼록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살기 바라고 다시 만나면 더 멋진 힐링 장소에서 지금처럼 아름다운 동행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