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부터 5월 6일까지 쿠바 하바나시 근처에 있는 훌리오 안토니오 멜라 캠프에서 쿠바 민중우호협회가 주최한 '2012 노동절 브리게이드'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습니다.
미국의 쿠바 봉쇄와 거짓 선전에 대항하여 쿠바의 실상을 이해하고 쿠바에 대한 국제적인 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행사였습니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그라나다, 아이티,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나라들 외에, 유럽에서 영국,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터키, 벨라루시,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 한국, 일본, 호주,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콩고 등 23개국 250여 명이 2주 간의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사회주의로서 쿠바를 알고 배우려는 사람들로부터 단순히 경제봉쇄를 해제하고 쿠바의 자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까지, 참가한 나라만큼이나 참가자들의 성향도 다양했습니다.
이 캠프와는 별도로 5월 1일 노동절 행사와 다음날 공식적인 국제연대회의에는 캠프참가자를 포함하여 62개국 1,000여 명의 노동조합 대표단들이 참가하여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봉쇄 해제와 스파이 및 테러 혐의로 14년째 수감되어 있는 쿠바 5인의 석방을 촉구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저와 통역, 노조 관계자 7명 등 9명이 쿠바 사회주의의 실상도 보고, 미국의 쿠바 봉쇄 해제를 위한 연대에 동참함과 아울러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등 노동문제를 전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또 하나의 사명을 가지고 참가하였습니다.
참가단 사진촬영 담당자가 찍은 사진을 아직 받지 못해서 저와 다른 참가자가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에서 골라 올립니다. 더 좋은 사진이 있으면 나중에 추가로 올리겠습니다.
도착한 첫날 캠프 책임자의 동의를 얻어 식당벽에 영어/스페인어로 된 설명문을 붙인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아래는 전시한 사진과 글입니다.
제주와 강정에 대한 소개
제주의 아픈 역사 4.3 학살과 4.3의 교훈을 되새기기 위한 '세계평화의 섬' 지정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강정 해군기지, 추진 경과와 의미
정부의 사법적, 행정적, 물리적 탄압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민, 평화활동가들
여러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전시된 사진을 관심 있게 보고 질문을 던집니다.
저 뒤쪽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이시죠?
식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쪽에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투쟁과 관련된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강정 사진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쪽 벽에 전시했고요.
참가자들이 강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대한 지지 메시지들을 적었습니다.
5월 1일에는 전 세계 62개국에서 온 1,000여 명의 대표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혁명광장에서 노동절 퍼레이드가 펼쳐졌습니다.
국가수반인 라울 카스트로도 참가했는데 연설은 노총 위원장 딱 한 사람만 하더군요. 연설이 끝나고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필두로 수십만의 노동자들이 행진하며 지나갔습니다. 행진이 시작되는건가 했더니 행진을 하고 와서 이 광장을 지나며 마무리하는 것이었더군요. 우리는 내빈(?)으로 행진을 지켜본 셈입니다.
노동절 행진 모습. 사회주의 국가라 좀 딱딱한 행진이 아닐까 했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제각기 자기 부문을 상징하는 다양한 조형물들을 만들어 와서 자유분방하게 행진을 합니다. 축제분위기였습니다.
한국 참가자가 행진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제주 해군기지 반대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피켓을 들고 있는 한국 참가자들은 인기짱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 옵니다.
우리는 한반도기를 들고 갔습니다. 한반도 지도만 있으니 좀 맹숭해서 "Korea is One" "Corea es Uno" 이라고 써넣었습니다.
저 건너 보이는 쪽이 주 무대입니다. 독립투쟁의 영웅 호세 마르티 동상 아래 단상이 있습니다. 나중에야 우리가 서 있던 단상 반대 쪽에도 행진대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무대(사진촬용장소?)가 있는 것을 발견. 그곳에 올라가 행진대오가 보이도록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돌아섰습니다.
5월 2일 저녁에 강정 해군기지 동영상(알자지라 방영분)과 쌍용 사진 영상을 보여주는 상영회를 가졌습니다. 밤마다 새벽 2시까지 술 마시고 춤추는 사람들이라 날이 가면서 공식 행사에도 반 정도밖에 참석하지 않아 상영회가 시작될 때까지 몇명이나 올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남아 있던 참가자 절반이 넘는 120여 명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한국 참가자들이 말이 통하든 안 통하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사귀고 좋은 인상을 준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작에 앞서 영상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영어로 소개한 다음에, 스페인어 통역자가 다시 스페인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아래)
상영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조끼, 머리띠, 손수건, 뱃지 등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조끼가 특히 인기였는데 이 행사 전에 빨간 색 조끼는 이미 동이 났고 이날은 푸른색 조끼와 머리띠를 나누어 주었는데 일찍 온 참가자들이 조끼를 받고 좋아라 입고 있습니다. 나중에 온 사람들이 자기들도 달라고 애걸복걸해서 결국 우리가 입고 있던 조끼들까지 다 벗어줘야 했습니다.
강정 물품도 가져가려고 했었는데 뒤늦게 주문하는 바람에 출발할 때까지 도착하지 않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집에 몇장 남아 있던 3/31 서울에서 열린 문화집회 초청 엽서만 가지고 갔는데 홍보물과 함께 들고 있습니다. 앞 줄 두 분은 브라질에서 온 분들이네요.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영상을 보고 있는 참가자들
시작하면서 강정 구호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해군기지~~" 하면 "결사반대!!"를 제법 그럴 듯하게 따라합니다. 발음은 조금씩 달랐지만 마음만은 하나였습니다. 끝나고 사진 찍을 땐 너도 나도 카메라를 내놓는 바람에 "해군기지~~" "결사반대!!" "정리해고~~" "결사반대!!"를 열번 이상 외쳐야 했습니다(폼 잡느라고). 당시 한국 참가자들이 모두 손님 치르느라 경황이 없어 영상 촬영을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쉽습니다. 혹시 그 와중에 누가 촬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영회가 끝나고 어떻게 연대할 수 있냐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홍보물에 영어 사이트와 페북 주소, 지지연대 방법 등을 넣기는 했습니다만, 이번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메일이나 페북 등을 통해 강정 소식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연대 행동을 요청하려 합니다. 스페인어 통역자로 참가했던 분도 앞으로 계속해서 강정투쟁을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하니 큰 힘이 될 듯합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머나먼 타국에서도 외치는 "해군기지~~ 결사반대" ..
여러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
쿠바에서도 해군기지 반대... 넘 멋짐... 수고 많았습니다... D.K.K.K
수고많으셨네요. 힘내요 강정~~
이렇게 멀리서도 우리와 연대하는군요. 멋지십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어디에서도 수고를 마다않는 강정앓이님들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