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가 講院에 처음 들어간것은 戒받고 이듬해 스무한살 가을 이었다.
그곳의 첫 느낌은 거의 평양 모란봉 초대소 내지 육군 훈련대같은 엄격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山門을 들어서면서 왠지 가슴을 돌로 꽉 누르는듯한 중압감이 들어 한숨이 나도 몰래 자꾸만 나왔다.
僧法은 군대법보다 더 엄하여 선후배간의 서열은 날선 칼날같아 항상 조신한 마음으로
차수(叉手)를 하고 거의 묵언을 하다시피하고 지냈다.
나는 그날밤 큰방에서 방부(房付)를 드리며 나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름은 아무꺼씨이고 은사는 누구시고 본사는 양산 통도사, 나이는 올해 스물 한살 먹었습니다."
대중 막내, 스무살에 계를 받았을때 전국에서 모인 스님네중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어려
내 이름은 한 십년쯤 어디가서도 늘 "대중 막내스님"이었다.
그래도 나름 다 컸는데 나를 꼭 아이취급을 하며 사탕이나 먹을것을 챙겨주시는
스님들이 많았고 귀여움을 꽤 많이 받았다.
대중에 어울려 빡빡한 일정따라 공부를 하고 일절 외부와는 끊고 그저 공부에만 열중하였다.
겨울이 가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이듬해 여름이 돌아왔다.
요즘은 선풍기도 있고 그러지만 30년전에는 아예 그런것이 없었고 스님들도 원하지도 않았다.
한창 젊은 이삼십대의 젊은 스님들이 모여 사니 더러 참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어느날 더워죽겠는데 운집 목탁소리가 들려 모두 황급히 큰방에 동방 잡숟고 다 모이게 되었다.
시내에 사는 어떤 신도의,약국집 며느리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튼 신고(?)가 들어왔는데 내용인즉
새파란 젊은 학인스님 서너명이 벌건 백주대낮에 극장에 들어가는것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그 영화의 제목이 문제가 되었다.
삭발한 머리에서 윤이 퍼렇게 나는 입승스님이 아주 엄한 얼굴과 어조로
"오늘 참 어이없는 일이 있었고 차마 제 입으로 말을 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오늘 극장에 가서 '뽕'이라는 영화를 본 스님들은 어서 나와 참회하십시오."라고 하는것이었다.
그 말과 함께 나를 포함한 나 어린 스님들은 어찌나 웃기던지
참다 참다가 큭큭하고 웃음이 입밖으로 그만 새어 나와 버렸다. 웃으면 안되는데.
그러자 죽비 든 입승스님이 우리 쪽을 아까보다 더 엄한 얼굴로 송곳처럼 노려보며
"지금 이게 웃을일입니까?"라고 하는데 우린 그게 더 웃겨 나는 여지껏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슬프고 괴로웠던 모든 기억이란 기억들을 다 동원하고 손으로 허벅지를 꼬집고 뜯으며
눈치없이 자꾸 터져 나오는 웃음을 중화(中和)하고 또 막아보려했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그 순간 "소원을 말해봐" 라고 누가 그런다면 지금 밖에 나가 배가 아프도록 실컷 소리내어 웃고 싶은것이었다.
웃다가 혼이 나고도 그 상황이 너무 웃겨 얼굴이 발갛게 상기가 되어 어금니를 꽉 물고
억지로 심각한 얼굴을 지으며 참고 마저 들었다.
밤이 깊어가고 대중공사가 끝나도록 그 '뽕'인지 뭔지를 본 서너명의 범인들은
끝내 자수하고 광명을 찾지않는 바람에 영영 이날토록 미제(未濟)의 x파일사건(?)이 되고 말았다.
두시간이 넘도록 일장연설과 함께 공사가 끝나고, 나오면서 스님들이 서로 얼굴을 보며
일제히 "스님. 뽕이 도대체 뭡니까?"라고 하였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얼마전 테레비에서 옛날 영화를 한다고 광고가 나왔는데 그 문제의 '뽕'이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싶어 보았는데 영 별로였고 제목인 '뽕'하고도 그리 관련이 없어 보였다.
저 놈의 '뽕'때문에 그때 대중스님네가 두시간이 넘도록 다리에 쥐가 나며 혼이 났나 싶었다.
글/ 효전(봉두총각)
첫댓글 ^^나무관세음보살()()()
ㅎㅎ
'뽕'이 어떤 내용인지 스님들께서 보시면 안되는가 봐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나는 이 영화가 어디 다 벗고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는 영환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뽕'하고는 거리가 좀 있고 '허벅지'가 노출이 좀 있는 영화였다.
제목이 그러니, 가끔씩 중간 중간에 뽕밭도 한번씩 나오긴 하였다.
...()()()...
^^
뽕밭에 뽕잎이 보엿으면 ,,뽕,,영화맞네요(ㅋㅋㅋㅋㅋ)
성불하십시요,,,_()()()_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