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그날로 평범해 보이지만 2월 29일은 아무래도 다른 면이 있다. 우선 2월의 마지막 날이면서 4년에 고작 한 번뿐인 날이다. 4년에 3번은 없는 날이다. 이만하면 아주 특이한 날이라고 해도 괜찮지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계절로 나눌 때 12월~2월이 겨울이라면, 3월~5월은 봄으로 구분 짓는 2월 말이 갈림길이었다. 2월에 속한 오늘은 아직 겨울이라고 해도 괜찮으며 3월인 내일이면 봄이라고 해도 멋쩍지 않다. 다만 날씨가 오락가락하면서 기온에 따라 꽃샘추위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갈수록 기온을 회복하면서 따사로운 봄을 맛볼 수 있다. 매년 2월은 졸업시즌이기도 하다. 상급학교로 진학을 하기도 하고, 한 학년씩 올라가기도 한다. 학교의 일 년을 보람있게 마무리 짓는 달이다. 그런가 하면 긴 겨울 방학을 끝내고 3월이면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어 아이들은 가슴 설레기도 한다. 담임 선생님은 누굴까. 남자 선생님 아니 여자 선생님, 궁금하다. 짝꿍은 누가 될까. 잘 사귀며 사이좋게 지내야지. 부족했던 공부도 해야지. 나름대로 다부진 꿈을 싣고 마음속에 이런저런 설계를 해보기도 한다.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은근히 걱정되면서 잘할 수 있다고 다짐도 한다. 오늘 생일을 맞는 사람은 오랜만이어서 감동에 섭섭함도 깃들어 있다. 이처럼 2월 29일은 의미가 깊은 날이다. 그런데 오늘은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하늘도 걱정거리가 많은 것일까. 오늘과 내일이면서 겨울이고 봄의 분수령으로 획을 그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비가 오고 곳에 따라 눈이 오면서 추위가 몰려든다는 일기예보에 잔뜩 긴장하게 한다. 하지만 이미 봄으로 대세가 기울어졌음을 대개는 다 느끼고 있다. 냇가에 나서면 버들가지가 연초록으로 반기지 싶고 산수유 노랑 꽃이 들먹거리고 있다. 들풀도 푸릇푸릇 기운을 되찾고 있다. 까치가 바삐 오락가락한다. 바람이나 냇물이 썰렁하기보다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미 사방에서 봄기운이 몰려드는 2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