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허브
곽미숙
살포시 쓰다듬으면
귀찮다는 듯 살짝 물러나지만,
이 향기 어쩔 건데
너는 간지러워 재채기했다지만,
두 눈 닫고 사르르 녹아드는
이 몸 어쩔 건데
꽃도 아닌 것이
꽃잎처럼 연약한 것이
칸나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바람만 불어도
만져봐
만져봐 재잘거리지
손으로 살짝 스치기만 해도
까르르 웃고
온몸 비틀며 재잘거리는 네가
아주 오래전 그 아이 같아서
어쩌면, 수억 년 전
내가 너였는지도 몰라
그렇지 않고야
내 몸이 이리 흠뻑 젖을 리 없지
너만 자꾸 보일 리 없지
--애지 여름호 발표 예정
삶은 사랑의 첫걸음이고, 사랑은 삶의 꽃이자 열매이다. 모든 춤과 노래의 주제도 사랑이고, 모든 먹이활동과 놀이문화의 주제도 사랑이다. 사랑은 종족의 명령이며, 그 어떤 생명체도 종족의 명령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고 죽는다는 것---, 개체는 유한하지만 종은 영원하다는 진리가 이 세상의 삶의 근본법칙인 것이다.
사랑은 수치심을 모르고,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사랑은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사랑은 모든 불륜마저도 문화 예술의 영원한 주제로 승화시킨다. 모든 사랑은 불륜이자 순수한 사랑이고, 사랑은 선악을 초월해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는 광기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사랑 앞에서는 그 모든 인간들이 시인이 되거나 미치광이가 된다. 남녀가 만나면 사랑을 하고 사랑의 꽃이 피면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지상낙원이 펼쳐진다.
곽미숙 시인의 [장미 허브]는 다육식물이며, 서양에서는 향료나 약재로 사용하기 위해 키우는 식물이지만, 그러나 그 잎이 가로와 세로로 번갈아 나오는 모습이 ‘꽃 중의 꽃’인 장미와 아주 비슷하다고 한다. “살포시 쓰다듬으면/ 귀찮다는 듯 살짝 물러나지만” 그 향기는 어쩔 수가 없다. “꽃도 아닌 것이/ 꽃잎처럼 연약한 것이/ 칸나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바람만 불어도/ 만져봐/ 만져봐 재잘거”린다. “손으로 살짝 스치기만 해도/ 까르르 웃고/ 온몸 비틀며 재잘거리는 네가// 아주 오래 전 그 아이”와도 같다. 아니, “어쩌면, 수억 년 전/ 내가 너였는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고서야/ 내 몸이 이리 흠뻑 젖을 리가 없”는 것이다.
[장미 허브]는 사랑의 꽃이고, 이 [장미 허브]는 오래 전 그 아이와도 같고, 수억 년 전의 나와도 같다. 장미 허브는 더없이 맑고 순진한 어린소녀의 탈을 쓰고 있으면서도 그처럼 요염하고 성숙한 여인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이다. “꽃도 아닌 것이/ 꽃잎처럼 연약한 것이/ 칸나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바람만 불어도/ 만져봐/ 만져봐 재잘거리지”가 그것을 말해주고, 또한, “어쩌면, 수억 년 전/ 내가 너였는지도 몰라// 그렇지 않고서야/ 내 몸이 이리 흠뻑 젖을 리 없지// 너만 자꾸 보일 리 없지”가 그것을 말해준다. 사랑은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어린소녀처럼 순수해지고, 사랑은 또한,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때문에 온몸으로 꽃을 피우며 수많은 이성들을 유혹한다.
곽미숙 시인의 [장미 허브]는 사랑의 꽃이고, 이 사랑의 향기는 자기 짝을 유혹하는 암내이며, 자기 짝을 찾아가는 시인은 모든 것을 미화시킨다. 그 어떤 장애물과 고통을 따져볼 새도 없고, 자기 자신의 이해타산과 타인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고, 사랑은 진실로 모든 고귀함과 위대함의 근본동력이 된다. 사랑은 사막을 오아시스로 만들고, 사랑은 고목나무에서도 꽃을 피우고, 사랑은 히말라야의 설산에서도 새가 울고 꽃을 피운다.
오늘도 우리 인간들은 [장미 허브]를 꽃 피우며, 그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의 찬가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