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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릉구용(摸稜苟容)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용납되려 한다는 뜻으로,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 스스로 입지를 좁히지 말고 양다리를 걸쳐 놓고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을 잡는 것이 처세의 요령이라는 말이다.
摸 : 본뜰 모(扌/11)
稜 : 모날 릉(禾/8)
苟 : 구차할 구(艹/5)
容 : 얼굴 용(宀/7)
출전 : 구당서(舊唐書) 소미도열전(蘇味道列傳)
모서리를 잡고 임시방편으로 넘어가려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일을 처리할 때 명백하게 결단을 내리지 말고 이쪽저쪽을 다 걸치게 하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 성어는 구당서(舊唐書) 소미도열전(蘇味道列傳)에서 처세의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을 살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형상을 살피지 않고, 그림자만 살피면 된다. 겉모습에 힘을 쏟는 것이 형상이고, 참된 정에서 드러난 것이 그림자다. 능히 만종(萬鍾)의 녹을 사양하다가도 콩국 앞에 낯빛을 잃는다. 입으로는 백이(伯夷)를 말하지만 마음속에는 도척(盜跖)이 들어앉았다. 공손히 꿇어 충성을 바치면서도 속으로는 속임수를 쓴다. 겉보기엔 어진 이를 좋아하는 듯하나 속에는 독사를 품었다.
이 밖에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넘어가려는 술책, 뜻에 영합해서 총애를 취하려는 자취, 겉으로 칭찬하고 속으로는 배척하는 형상, 간악하고 교묘하게 은혜와 원한을 되갚는 것 등등, 일상의 사이나 사물과 접촉하는 즈음에 드러나는 그림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림자가 이와 같다면 형상은 굳이 볼 것도 없다. 이것이 군자가 사람을 살피는 방법이다.
이상은 이기(李墍)가 '간옹우묵(艮翁疣墨)'에서 한 말이다.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을 논했다. 이 가운데 핵심을 피하는 대신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넘어가려는 모릉구용(摸稜苟容)의 술책은 당나라 때 재상 소미도(蘇味道)에게서 나온 말이다.
그는 측천무후의 섭정기에 전후로 세 차례에 걸쳐 7년간 재상의 지위에 있었다. 그는 뛰어난 시인이었고 해박한 식견을 지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나랏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위의 눈치나 보고 아첨이나 하면서 특별히 한 일이 없었다.
구당서(舊唐書)의 소미도열전(蘇味道列傳)에는 그가 누군가에게 했다는 충고가 실려 있다. '일 처리는 명백하게 결단하려 하지 말게. 만약 착오라도 있게 되면 반드시 견책을 입어 쫓겨나게 되지. 그저 모서리를 문지르며 양쪽을 다 붙들고 있는 것이 좋다네.'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 스스로 입지를 좁히지 말고, 양다리를 걸쳐놓고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을 잡는 것이 처세의 묘방이라고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당시 사람들이 이를 비꼬아 그에게 '소모릉(蘇摸稜)'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 밖에 사람을 판단할 때 살펴 따져야 할 일이 많다. 인기에 영합해서 점수나 벌려는 행동, 겉과 속이 다른 처신, 말과 어긋나는 몸가짐 같은 데서 그림자의 실체가 언뜻언뜻 드러난다. 겉만 보면 안 된다.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양다리 걸치는 사람을 경계하라.
소하(蕭何)와 제갈공명의 안목(眼目)
한신(韓信)은 뛰어난 지략과 전술로 중국 통일에 큰 공을 세운 한(漢)나라 대장군이다. 젊은 시절 고향 회음(淮陰)에서 깡패들이 그를 에워싸고 말했다. "네가 사람을 죽일 수 있거든 나를 죽여봐라. 죽일 수 없거든 내 가랑이 밑을 지나가." 한신은 깡패의 가랑이 밑을 기었기 때문에 겁쟁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한신을 국사무쌍(國士無雙)이라 말한 사람이 한나라 승상 소하(蕭何)다. '천하에 겨룰 자가 없는 뛰어난 인물'이란 뜻이다.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진(秦)을 칠 때 항우가 약속을 어기고 한중(漢中)을 먼저 차지하자 파촉(巴蜀)으로 밀려난 유방의 장졸들이 도망쳤다. 한신도 도망을 가자 소하가 뒤를 좇아갔기 때문에 승상도 도망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하가 돌아오자 유방이 "승상까지 도망을 가다니 말이 되느냐?"고 추궁하자 소하가 "한신을 데리러 갔다"고 했다. "장수들도 도망치는데 그깐 한신을 데리러 갔단 말이오?" 그러나 소하는 이렇게 대답했다. "장수는 다시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신은 국사무쌍입니다. 왕이 이 파촉을 영유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한신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금후 천하를 얻으려면 한신을 빼놓고 더불어 군략을 논할 인물은 없습니다." 소하의 말에 따라 유방은 한신을 대장군으로 삼았다. 결국 한신은 항우가 긴장을 늦춘 사이 파촉을 나서 한중을 평정했다.
인사청문회 합의는 했지만 인재 하나가 이렇게 천하를 얻고 잃음을 좌우한다면, 인재를 얻음은 곧 천하를 얻음과 다르지 않다. 제갈공명은 유비의 '삼고지례'로 은둔생활에서 나와 촉나라를 세운 현상이다.
그는 이렇게 인재를 판단했다. 첫째, 어떤 일의 선과 악에 대해 판단 시키고 뜻이 어디에 있는 지 관찰한다. 둘째, 꼼짝 못하게 해놓고 상대의 태도 변화를 살핀다. 셋째, 계략에 대해 의견을 내놓게 하고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넷째, 곤란한 일에 처하게 하고 용기가 있는 지 본다. 다섯째, 술에 취하게 하고 본성을 관찰한다. 여섯째, 이익을 미끼로 유혹해보고 마음이 깨끗하고 사욕이 강한 지 살핀다. 일곱째, 일을 시켜보고 신뢰할 수 있는 지 알아본다.
새해 벽두부터 인사(人事)가 화두다. 공무원들과 공기업 인사 열풍이 관가를 휘몰아 치더니 닷새 후엔 새 국무총리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또한 광주시와 전남도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들도 산하 공기업 대표 등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갖기로 시·도의회와 전격 합의했다. 지역에서는 초유의 일이지만, 이 또한 올바르고 깨끗하고 능력있는 인물을 임용하기 위한 진일보한 현상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만으로 정말 백성만을 위하는 진실한 인물을 가려낼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에 재물과는 거리가 먼 척 하다가도 뇌물 앞에 낯빛을 잃는 사람. 입으로는 백이(伯夷)를 말하지만 마음 속에는 도척이 들어앉아 있는 사람. 공손하지만 속임수로 사는 사람. 겉보기엔 어진이를 좋아하는 듯하나 속에는 독사를 품은 사람. 뜻에 영합, 총애를 취하면서 겉으로 칭찬하나 속으로는 배척하고, 간악하며 교묘하게 은혜와 원한을 되갚는 사람 등등을 가려낼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다음은 당나라 때 재상 소미도(蘇味道)에 얽힌 유명한 일화다. 그는 측천무후의 섭정기에 전후로 세 차례에 걸쳐 7년간 재상의 지위에 있었다. 그는 뛰어난 시인이었고 해박한 식견을 지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나라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는 위의 눈치나 보고 아첨이나 하면서 특별히 한 일이 없었다.
하지만 '구당서(舊唐書)'의 소미도열전(蘇味道列傳)에는 그가 누군가에게 했다는 충고가 실려 있다. "일 처리는 명백하게 결단하려 하지 말게. 만약 착오라도 있게 되면 반드시 견책을 입어 쫓겨나게 되지. 그저 모서리를 문지르며 양쪽을 다 붙들고 있는 것이 좋다네."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 스스로 입지를 좁히지 말고, 양다리를 걸쳐놓고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을 잡는 것이 처세의 묘방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당시 사람들이 이를 비꼬아 그에게 ‘소모릉(蘇摸稜)’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물론 국무총리든 장관이든 지방공기업 대표든 간에 사람을 뽑을 때 작은 흠을 따지기 시작하면 온전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임명권자는 이것만은 명심해야 한다. 청렴이 훌륭해도 무능과 맞바꾸면 안 된다. 백성이 고단해지기 때문이다. 욕먹을까봐 명품 백 감춰두고 싸구려 들고 다니는 검소는 속임수이므로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방법이 바르고 정도가 넘치지 않는다면 비싼 물건을 살 수도 있고, 외제차를 몰 수도 있다. 청백리 정신을 지키는 것은 중요 하지만 가식과 위선인지를 분명하게 살피는 등 청문회가 통과를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하긴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뛰어넘어 낙지국장에 부동과장, 방자(放恣)담당이 판치는 지방 관가다. 민원인과 다투다 "흉기로 찔러 죽이고 싶다"는 폭언도 서슴치 않는 간부 공무원이 꺼리낌 없이 근무하는 마당에 법적 구속력도 없는 시·도 인사청문회로 정말 괜찮은 인재가 발탁될 수 있을까? 또 발탁 된들 얼마나 소신껏 일할 수 있을까? 공직 세계는 꿈쩍도 안하고 있는데 인사청문회가 열린다고 무엇이 변할 것이냐는 물음이다 .
인재 활용법
중국 서적 '모략(謀略)'이라는 책에 언급된 중국 고전 인사 활용법이다. 고전에 언급된 사례는 국가의 중대사인 전쟁에 승리하기 위한 인재활용 중심이지만, 현대 국가의 정치나 산업계에 활용하는 부분 또한 대동소이 하지 않겠는가? 어렵게 뽑은 인재를 어떻게 활용 할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역사의 과정에서 승리한자는 인재를 뽑아서, 잘 활용했을 때에서만 성공하였다. 반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적이 되고 쓰레기로 전락 할 뿐이다. 세상에 그럴싸하지 않은 글이 어디 있겠는가? 단지 상황에 맞게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지도자 능력의 문제일 것이다.
어렵게 뽑은 인재 활용법
1. 사람을 선택했으면 그 다음은 '勢'에 맡긴다
이말은 손자병법 세편에서 활용한 부분이다. "용병을 잘하는 자는 승리를 勢에서 찾지 병사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적재적소에 인재를 골라 쓰고 그 다음은 勢에 맡긴다." 그럼 '勢'란 무엇을 말함인가? 선택된 지휘관의 주체적인 노력을 통해 유리한 전쟁상황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적의 정세에 따라 용병술을 달리하며 상황에 맞게 인재를 배치하여 자신의 능력을 다 발휘 할 수 있도록 지휘한다면 승리와 성공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2. 승리를 형세에서 찾고 사람 개개인에게 묻지 않는다
지휘에 능한 사람은 형세를 이용해 승리를 얻지, 부하탓을 하지 않는다. 손자병법에서는 형세를 이용하려면 특수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고, 적극적이면서 유능한 인재를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勢'는 처음부터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형성되고 난 다음에는 강한 관성을 가질 수도 있지만, 우선은 힘있는 원동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원동력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특별히 선발된 인재다. 이것을 일컬어 이른바 "적재적소에 인재를 골라 쓴 다음, 세에 맡긴다"고 한것의 요체다.
3.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않는다
송나라의 구양수는 "사람을 쓰는 도리는 의심하지 않는데 있다. 섣불리 신임하고 난 다음에 금세 믿지 않는것 보다는 어렵게 사람을 택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라고 하였으며, 삼국지 주해를 쓴 배송지는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고, 오로지 재능만을 중시하라"라고 하였다. 어떠한 경우가 되었든지 인재는 승리의 결정적인 요소다. 제대로 뽑은 후에는 믿고 마음껏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의심하지 않으려면 사람을 판별 할 수 있는 '知仁' 이 있어야 한다.
4. 믿으면 속이지 않는다
태공망이 쓴 '육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장수를 논하는 길이란 어떤 것입니까? 태공이 답하길, "장수에게는 五才와 十過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오재라 함은 勇, 智, 仁, 信, 忠 인데, 용감하면 감히 범하지 못하고, 지혜가 있으면 어지럽히지 못하고, 어질면 사람을 사랑하고, 믿음이 있으면 속이지 않고, 중성스러우면 두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즉 상기 조건을 갖춘 인재가 부하를 통솔한다면, 부하 역시 장군을 속이지 않고 순응한다는 것이다.
'병뢰'라는 책에서는 "옛날 현명한 왕들은 사해를 속이지 않았고 패자는 사방을 속이지 않았으며,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자는 백성을 속이지 않았다. 따라서 군자는 믿음을 보배로 여겼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불신하여 상하의 마음이 갈라지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믿고 믿어 몸에 짙게 베이게 하면 천하와 통한다. 이로써 병사를 다스리면 무적이다."
5. 백성들로 하여금 장수의 뜻을 알게 한다
임기응변은 순식간이다. 병사들로 하여금 장수의 뜻을 알게 하고, 장수는 병사의 분위기를 알아 전투에 임하면 마치 손이 손가락을 부리듯이 할 수 있다. 군사상의 행위는 종종 임기응변이 불가피하고 순간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므로 부하들은 상관의 의도를 잘 알아야 하고 상관은 부하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군대는 마치 자신의 열손가락을 부리듯이 일사불란한 군대가 될 수 있다.
6. 장수는 사졸 보다 앞선다
'기효신서'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병사들보다 앞서라는 말은 꼭 陳의 앞장에 서라는 말만이 아니라 평소 어려울 때도 늘 앞장서야 한다는 뜻이다. 함께 나누어 먹으라는 말은 어려울때 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함께 나누어 먹으라는 뜻이다." 고대의 명장들은 군을 다스릴때 솔선수범을 중시했다. 장수가 맹렬하면 병사도 맹렬하다. 장수가 솔선수범하는 것은 한 군대가 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중요한 보물이나 마찬가지다.
7. 밖으로 원수라 하여 피하지 않고 안으로 친척이라 하여 피하지 않는다
춘추시대 진나라 대부 기해는 공평무사한 궁중의 고위관리였다. 그런 기해가 나이가 많아 퇴직하려 하는데, 군주인 도공이 후임으로 재능있는 인사를 추천하라고 하자, 서슴치 않고 개인적으로 적대관계인 해호를 추천하였다. 도공은 깜짝 놀라서 "해오? 그 사람은 당신과 개인적인 원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하자, 기해가 답하길 "저에게 재능있는 인물을 추천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개인적으로 감정이 있건 없건 그런 점은 신경쓰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도공은 해호를 발탁하였으나, 부임도 하기전에 해호가 병사하였다. 도공은 다시 기해를 찾아가서 새로운 인물 추천을 의뢰하였다. 기해는 자신의 아들인 기오를 추천하였다. 깜짝 놀란 도공은 "기오? 당신 아들이 아니오?"라고 하자, "적절한 인물을 추천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제아들이든 아니든 그런 것에는 신경쓰지 않습니다"라고 기해는 답했다. 그리고 도공은 기오를 발탁했다. 정말 멋진 신하와 군주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검증하는 여덟가지 방법(八徵之法)
'팔징지법'은 병서로 유명한 강태공의 '육도삼략' 의 장수편에 나온다. 장수(인재)는 나라를 보좌하는 중요한 신하다. 장수를 쓰려면 그 사람의 행동거지가 반드시 내심의 진실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육도'에서는 한 개인의 박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그 속마음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 열 다섯가지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겉 모습과 속마음이 일치하는지 살필 수 있겠는가?
여기에는 여덟가지 방법이 있다. '팔징법'의 원리는 그 사람에게 어던 행동을 하게 하여 그 반응을 근거로 진면목을 판단하는 것이다. ① 어떤 문제를 내서 그 이해의 정도를 살핀다. ② 꼬치 꼬치 캐물어 그 반응을 살핀다. ③ 간접적인 탐색으로 충성여부를 살핀다. ④ 솔직담백한 질문으로 그 덕행을 살핀다. ⑤ 재무관리를 시켜 청렴과 정직 여부를 살핀다. ⑥ 여색을 미끼로 그 품행을 살핀다. ⑦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그 용기를 살핀다. ⑧ 술에 취하게 하여 그 자세를 살핀다. 팔징법의 특징은 연못에 일부러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켜 그 움직임 가운데서 사람을 인식하는데 있다.
이 팔징법은 멀고도 먼 4천년 전에 강태공이 쓴 인물 감별법인데, 현대 사회에서 적용되는 인사관리 기법에는 보다 선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많을것이지만, 궁극적으로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을 판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간사함을 살피는 기술
'간사한 자를 식별해 내는 찰간술은 '한비자'의 '내저설 좌상'에 나온다. 이 책은 군주의 통치술을 주제로 한것인데 어떻게 하면 신하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가에 대해 논하고 있다.
① 관청법(觀聽法)
관청이란 말 그대로 보고 듣는 것이다. 단편적인 사실에만 근거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보고들은것을 서로 참고하고 비교하여 증명하지 않고는 진상을 제대로 알거나 이해 할 수 없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기꺼이 받아 드리려 하며 싫어라는 것은 물리친다. 군주의 이런 약점을 이용하여 간신은 달콤한 말로 군주의 좋아하는 것만 보고 듣게 한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반드시 다수의 의견을 듣고 비교 분석 판단해야 한다.
② 일청법(一聽法)
'일청'이란 일일히 들어 본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집단속에서 재능도 없이 머리 숫자만 채우는 자들을 간파해 내는 것이다. '일일히 들어 보지 않으면 지혜로운 자와 우둔한 자를 구별 할 수 가 없다.' 한비자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우화를 제시하고 있다. 제나라 선왕은 피리 연주를 몹시 좋아하였는데, 특히 합주를 좋아해서 300명 정도의 합주단이 있었다. 남곽이라는 사람은 자칭 피리연주의 명수라며 늘 합주에 참여하여 많은 봉급을 받앗다. 선왕이 죽고 민왕이 등극하여, 합주를 하지 않고 각 개인의 연주를 듣기로 하였다. 그러자 남곽은 얼른 줄행랑을 쳐 버렸다. 이 방법은 꼭 개인의 의견만을 청취하는데 국한하지 않고, 확실하지 않은 애매한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는 자에게 책임을 추궁하여 그 진심을 파악하는데 있다.
③ 협지법(挾智法 )
'협지'란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모른체 한다는 말이다. 즉 모르는체 하면서 상대를 시험하는 것이다. 한 소후가 하루는 가위로 손톱을 자르다 일부러 잘린 손톱이 없어졌다며 "손톱이 없어진 것은 불길한 징조니 어떻게든 찾아내라!"라고 엄명하였다. 측근들이 온 방안을 다 디졌지만 손톱이 있을리 없었다. "없을리 있나? 내가 직접 디져보지?" 소후가 직접 나서자 한 측근이 몰래 자기 손톱을 잘라서 "찾았습니다. 여기!" 라고 외쳤다. 소후는 이런 방법으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냈다.
④ 도언법(倒言法)
이 방법은 황당한 말로 상대를 시험하는 것이다. 즉 사실과 상반된 애기를 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방법이다. 연나라의 상국인 '자지'란 자가 부하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불쑥, "방금 문 입구에서 뛰어나간 것이 백마가 아닌가?"라고 하자 대부분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유독 한 사람만이 "분명 백마 한필이 뛰어 나갔습니다"라고 하였다. '자지'는 이렇게 해서 자기 주위에 누가 진실하지 않은지 알게 되었다. 조금은 비열한 방법이다.
⑤ 반찰법(反察法)
상반된 입장에서 동기를 찾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간이 일어났을때 그 일로 누가 이득을 보느냐 하는 것을 살피는 것이다. 이런 고사가 있다. 한 희후가 목욕을 하다가 욕조에서 작은 돌을 발견하자 시종을 불러 "욕실을 담당하고 있는 자를 파면하면 후임자는 누구인가?" 그러자 그 자는 "있습니다." "그 자를 불러오라." 그러자 희후는 그 자를 심하게 나무랐다. "어째서 욕조에 돌을 넣었느냐?" 그러자 그 자는 "담당관이 파면되면 제가 그자리를 맡으리라는 생각에서..." 주관적 분석에만 한정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서 그 동기를 찾는 것, 이것이 상대를 간파하고 그 상대를 부리는 방법이다.
고대의 통치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타인의 심리를 이용하는 조금은 비열한 심리활동도 서슴치 않았다. 현대인에게 상기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작은 것은 얻을지라도 큰 것을 잃어버리는 '소탐대실'의 전형이 될것이다. 그러나 알고도 써먹지 않은 현명함은 최소한 간신과 소인의 비열함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공자가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 3가지
현대사회는 가면 갈수록 개인주의와 배금주의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면 갈수록 사람들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해지는 것 같다. 이기적이고 앞과 뒤의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보며, 업무와 인생의 좌절과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현재까지도 전해 내려오는 공자의 다음 지혜에는 현대사회에서 사람을 판별하는 세 가지 기준을 알려준다. 다음 구절을 살펴보자.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瘦哉? 人焉瘦哉?
시기소이, 관기소유, 찰기소안, 인언수재? 인언수재?
사자성어를 각각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시기소이(視其所以)는 그 사람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본다. 관기소유(觀其所由)는 어떤 의도로 그 일을 하는지 본다. 찰기소안(察其所安)는 어떨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본다.
실생활에 적용하면,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업무를 할 때 본인이 맡은 일을 어떠한 자세로 임하는가 봐야 할 것이고(視其所以 시기소이), 어떤 일들을 잘 해내감에도 그 악의가 있는지 그 목적을 살펴야 할 것이며(觀其所由 관기소유), 그 사람이 어떤 일들을 할 때 즐거워 하는지? 예를 들어, 술이나 도박 등에 중독되어 그것을 일상의 즐거움으로 삼는지 아니면 남을 돕고 배우는 데서 즐거움을 삼는지(察其所安 찰기소안) 살핀다면, 어찌 사람의 본성을 숨길 수 있겠는가(人焉瘦哉 인언수재)?
우리는 보통 나한테 예의바르고 친절한 사람이 좋은 사람 생각하며,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원망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지금까지 사람들을 볼 때, 나와 언쟁을 벌이거나 무례한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치부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
비록, 삭막한 현대 사회지만 타인에게는 너무 엄격한 잣대를 두지 않고, 공자가 가르쳐 준 세 가지 지혜를 통해 사람을 판단하는게 더욱 현명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관인학(觀人學): 사람을 보는 지혜
사람의 본성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마다 선과 악의 정도도 다르지만 그 본성과 외모도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보면 공자가 외양으로 사람을 판단했다가 실수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중국인들이 잘 하는 말이 있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人不可貌相).' 이것이 관인학(觀人學)의 요체다.
전국시대 대표적 유가(儒家)인 순자(荀子)는 '비상(非相)'에서 관상으로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관상술이 근거 없다고 하면서 군자가 되는 연유는 관상이 좋아서가 아니라, 당사자의 행실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장자(莊子)'에도 외모를 배제하고 사람을 파악하려 했던 유가학파의 흔적이 남아있다.
공자가 말한다. "사람들의 마음이란 산천보다도 험난하고 하늘을 알기보다 어렵다. 하늘에는 봄, 가을, 겨울, 여름 및 아침과 저녁의 일정한 시간의 변화가 있다. 그러나 사람은 두꺼운 외모 속에 감정을 깊이 감추고 있다. 외모는 점잖아 보이면서도 내심은 교만한 자가 있고, 재주가 뛰어난데도 어리석어 보이는 자도 있다. 정의를 갈구하던 사람이 도리어 정의를 불에 덴 것처럼 내팽개치기도 한다."
뒤를 이어 외모나 인상을 배제하고 행적을 통해 사람을 관찰하는 아홉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이를 구징(九徵)이라고 한다. 후세에 오면 촉한(蜀漢)의 제갈량이 공자와 유사한 방법을 제시했다.
삼국이 각축하던 시대, 절대 열세의 상황에서 통일을 꿈꾸던 제갈량에게 밑천은 사람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장수 선발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갈량은 '심서(心書)', 또는 '장원(將苑)'이라고 부르는 책에서 사람을 식별하는 일곱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사람의 본성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마다 선과 악의 정도도 다르지만 그 본성과 외모도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외모는 온화하고 선량해 보이지만 행실이 간사한 사람도 있고, 겉으로는 공손해 보이지만 마음속이 기만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도 있다. 또 겉으로는 용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약하고 겁이 많은 사람도 있고, 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따로 꾸미는 일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본성을 알아낼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어떤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해 물어 보고 포부와 관점을 관찰한다. 둘째, 일부러 트집을 잡아 난처하게 만들어 임기응변 능력을 관찰한다. 셋째, 어떤 책략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고 식견을 관찰한다. 넷째, 큰 재난이 닥쳐온 것을 미리 알리고 용기를 관찰한다. 다섯째, 술 마시는 기회를 이용해 크게 취하게 만든 뒤 품성을 관찰한다. 여섯째, 이익이 눈앞에 어른거리게 하고는 청렴한지 아닌지 관찰한다. 일곱째, 기한이 설정된 일을 맡기고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관찰한다. 이상이 제갈량의 칠징(七徵)이다.
그런데 칠징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사람을 볼 때 조심할 사항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칠류(七繆)이다. 칠징과 칠류는 동전의 앞뒤처럼 붙어 있다고 할까. 촉한의 숙적인 위(魏)나라 사람 유소(劉劭)가 지은 '인물지(人物志)'에 나온다. 유소는 공자의 '구징'을 의식한 듯, '인물지'의 첫 편을 '구징'으로 명명했는데 인재 선발과 임용을 위해 이 책을 편찬했다.
삼국시대, 조조와 유비는 영토를 두고도 싸웠지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싸웠다.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쓰는 나라가 살아남기 때문이다. '인물지'의 내용은 이채롭다. 그중 '칠류'에서 사람을 살필 때 조심할 사항을 언급했다. 대략은 다음 같다.
첫째, 사람들의 평판을 편파적으로 받아들이는 잘못. 둘째, 세상일을 개인적 호오에 맞추어 보는 잘못. 셋째, 타인의 마음을 파악하는데 무엇을 먼저 살피고 중시해야 하는지 놓치는 잘못. 넷째, 자질을 평가할 때 조숙(早熟)형 인재인지 만성(晩成)형 인재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것. 다섯째, 인재의 유형을 구별할 때 자신과 같은 성향의 인물은 너그럽게 다른 성향의 이들은 배척하게 되는 태도. 여섯째, 능력을 살필 때 빈부귀천의 처지를 간과하는 것. 일곱째, 기발한 점을 평가할 때 진짜 능력자와 사이비 능력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충고가 많다. 악인을 싫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나 간혹 악인과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한 가지 장점은 있기 마련인데 그것이 나와 맞아떨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와 친해지고 그가 악인이라는 걸 잊게 된다고 분석하는 내용이 그 하나이다.
또한 성장 환경이나 출신 배경에 눈이 가려져 잘못된 인물을 고르는 사례를 경고하기도 한다. '인물지'에 따르면, 최고의 인물은 평담무미(平淡無味)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런 밋밋하고 멋대가리 없는 사람은 탁월한 안목이 없는 한, 알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사람을 찾아내는 일에 이렇게 애를 써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편안하게 하려면 수많은 인재가 필요하지만 세상을 망치는 데는 한 사람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 摸(본뜰 모, 더듬을 막)는 형성문자로 摹(모)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莫(막, 모)로 이루어졌다. 손으로 '더듬다'의 뜻이다. 또, 摹(모)와 통용(通用)하나 지금은 摹(모)는 거의 쓰이지 않고 摸(모)가 그 뜻을 겸한다. 그래서 摸(모, 막)는 ①본뜨다, 베끼다 ②찾다, 탐색하다(探索--) 그리고 ⓐ더듬다(막) ⓑ잡다, 쥐다, 가지다(막)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비길 의(擬)이다. 용례로는 다른 것을 보고 본뜨거나 본받음이나 흉내를 냄을 모방(摸倣), 좋은 방법이나 돌파구를 이리저리 생각하여 찾는 것을 모색(摸索), 무엇을 본으로 삼아 그대로 만들거나 행하는 일을 모습(摸襲), 본떠 지음이나 본떠 만듦을 모제(摸製), 결정을 짓지 못하여 가부가 없음을 모릉(摸綾), 모를 떠서 그대로 그림을 모화(摸畫), 실제의 것을 흉내내어 시험적으로 해 보는 일을 모의(摸擬), 글씨나 그림을 본떠서 그림을 이모(移摸), 다시 모사함을 개모(改摸), 소매치기로 남의 몸이나 가방을 슬쩍 뒤져 금품을 훔치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을 도모(掏摸),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는다라는 뜻으로 어림 짐작으로 사물을 알아내려 함을 이르는 말을 암중모색(暗中摸索), 닭을 훔치고 개를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살금살금 나쁜 짓만 함을 이르는 말을 투계모구(偸鷄摸狗), 장님 코끼리 말하듯이라는 뜻으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분을 가지고 전체인 것처럼 말함을 이르는 말을 중맹모상(衆盲摸象) 등에 쓰인다.
▶️ 稜(모날 릉/능)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벼 화(禾; 곡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夌(릉)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稜(릉/능) ①모나다(사물의 모습이나 일에 드러난 표가 있다) ②모, 모서리(물체의 모가 진 가장자리) ③서슬(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 ④논두렁(물이 괴어 있도록 논의 가장자리를 흙으로 둘러막은 두둑) ⑤이랑(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뿔 각(角)이다. 용례로는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선을 능선(稜線), 물체의 뾰족한 모서리를 능각(稜角), 낭떠러지 따위가 모가 지고 중첩된 모양을 능첩(稜疊), 출입을 막기 위하여 대궐의 문에 서로 어긋맞게 가새 지르는 둥근 나무를 능장(稜杖), 매우 존엄한 위세를 능위(稜威), 모가 지고 강직함 또는 그런 사람을 능골(稜骨), 모가 나고 쭈뼛쭈뼛함 또는 추위가 몹시 심함을 능릉(稜稜), 산줄기의 등성이를 척릉(脊稜),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에 있는 산봉우리의 줄기를 산릉(山稜), 추체 결정에서 위아래 방향에 빗나가서 축에 교차되는 모서리를 극릉(極稜), 세 모서리 또는 그러한 물건을 삼릉(三稜), 모뿔이나 모뿔대의 두 이웃진 사면이 만난 모서리를 사릉(斜稜), 옆 모서리를 측릉(側稜), 존엄한 위력을 위릉(威稜), 어깻죽지와 팔의 윗마디뼈를 잇는 근육을 삼릉근(三稜筋), 죄인을 때리는 데 쓰던 세모진 방망이를 삼릉장(三稜杖), 침의가 쓰는 세모진 침을 삼릉침(三稜鍼),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용납되려 한다는 뜻으로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 스스로 입지를 좁히지 말고 양다리를 걸쳐 놓고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을 잡는 것이 처세의 요령이라는 말을 모릉구용(摸稜苟容) 등에 쓰인다.
▶️ 苟(진실로 구/구차할 구)는 ❶형성문자로 茍(구)는 통자(通字), 芶(구)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句(구)로 이루어졌다. 본디 풀 이름으로 음(音)을 빌어 적어도 결코의 뜻의 부사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苟자는 ‘진실로’나 ‘참으로’, ‘구차하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苟자는 艹(풀 초)자와 句(글귀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苟자를 보면 양쪽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개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개가 주변을 ‘경계’를 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개가 귀를 세우고 있는 모습을 句자와 艹자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글자의 구성만으로 뜻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苟자는 개가 주변을 철저히 경계한다는 의미에서 ‘진실로’나 ‘참으로’라는 뜻을 가지게 된 글자이지만 지금은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구차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苟(구)는 ①진실로, 참으로 ②다만, 단지(但只) ③겨우, 간신히 ④만약(萬若) ⑤구차(苟且)하게 ⑥바라건대 ⑦잠시(暫時) ⑧구차하다, 구차하게 굴다 ⑨미봉(彌縫)하다(일의 빈 구석이나 잘못된 것을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주선하여 꾸며 대다) ⑩낮다 ⑪탐(貪)하다, 탐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또 차(且)이다. 용례로는 몹시 가난하고 궁색함을 구차(苟且), 한때 겨우 편안함을 구안(苟安), 구차하게 겨우 살아감을 구생(苟生), 겨우 합치함이나 아부함을 구합(苟合), 겨우 채움을 구충(苟充), 간신히 액을 벗어남을 구면(苟免), 구차한 목숨을 구명(苟命), 구차스럽게 삶을 구존(苟存), 구차하고 과람함을 구람(苟濫), 구차하게 참아 견딤을 구모(苟冒), 진실로 사양함을 구사(苟辭), 구차하게 좇음을 구순(苟循), 구차스러운 말을 구언(苟言), 비굴하게 남의 비위를 맞춤을 구용(苟容), 일시적으로 구차하게 따름을 구종(苟從), 구차하고 가난함을 간구(苟艱), 눈앞의 안일을 탐냄을 구투(苟偸), 가난하고 구차함을 간구(艱苟), 구차스럽게 겨우 목숨만을 보전하며 부질없이 살아감을 이르는 말을 구명도생(苟命圖生), 구차하게 생명을 보전함을 구전성명(苟全性命), 아부하여 남의 환심을 사려고 힘씀을 구합취용(苟合取容), 남에게 잘 보이려고 구차스럽게 아첨함을 아유구용(阿諛苟容), 구차하게 세월을 보냄을 구연세월(苟延歲月), 질은 돌보지 않고 그 수효만을 채움을 구충기수(苟充其數) 등에 쓰인다.
▶️ 容(얼굴 용)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谷(곡, 용)이 합하여 이루어졌다. 谷(곡)과 큰 집에(宀)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듯이 많은 표정을 담을 수 있는 얼굴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容자는 '얼굴'이나 '용모'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容자는 宀(집 면)자와 谷(골 곡)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谷자는 계곡에 흐르는 물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모양자로 응용되었다. 우선 갑골문에 나온 容자를 보면 內(안 내)자에 항아리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창고에)물건을 보관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방안에 항아리가 자리 잡은 모습을 통해 '보관하다'라는 뜻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마치 사람의 얼굴과도 같아 후에 사람의 '얼굴'이나 '용모'를 뜻하게 되었다. 요즘 중국에서 囧(빛날 경)자를 '난감하다'라는 뜻으로 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容(용)은 ①얼굴 ②모양, 용모(容貌) ③몸가짐 ④용량 ⑤속내, 속에 든 것 ⑥나부끼는 모양 ⑦어찌 ⑧혹(或), 혹은(그렇지 아니하면) ⑨담다, 그릇 안에 넣다 ⑩용납하다 ⑪받아들이다 ⑫용서하다 ⑬치장하다, 몸을 꾸미다 ⑭맵시를 내다 ⑮조용하다, 누긋하다(성질이나 태도가 좀 부드럽고 순하다) ⑯권하다, 종용하다 ⑰쉽다, 손쉽다 ⑱어렵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물건을 담는 그릇을 용기(容器), 관용을 베풀어 벌하지 않음을 용서(容恕), 사람의 얼굴 모양을 용모(容貌), 무릎을 간신히 넣는다는 뜻으로 방이나 장소가 매우 비좁음을 용슬(容膝),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언행을 받아들임을 용납(容納), 아주 쉬움을 용이(容易), 입을 놀림 또는 옆에서 말참견을 함을 용훼(容喙), 용납하여 인정함을 용인(容認), 용기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분량을 용량(容量),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을 용의자(容疑者), 사물의 속내나 실속을 내용(內容), 남의 문물이나 의견 등을 인정하거나 용납하여 받아들이는 것을 수용(受容), 허락하여 받아들임을 허용(許容), 도량이 넓어서 남의 잘못을 이해하여 싸덮어 줌을 포용(包容), 마음이 넓어 남의 말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을 관용(寬容), 범법자 등의 특정한 사람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 가둠을 수용(收容), 사물의 어떠함을 말이나 글 또는 시늉을 통하여 드러냄을 형용(形容), 침착하고 덤비지 않음을 종용(從容), 여자의 꽃다운 얼굴을 가용(佳容), 위엄 있는 모습을 위용(威容), 얼굴과 몸매가 뛰어나게 크고 씩씩하고 훌륭함을 일컫는 말을 용모괴위(容貌魁偉), 얼굴 모습과 몸매가 가지런하여 아름다움을 일컫는 말을 용자단려(容姿端麗), 대지가 만물을 포용하듯이 마음이 크고 너그러움을 일컫는 말을 용지여지(容之如地),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자태를 이르는 말을 화용월태(花容月態),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란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일컫는 말을 설부화용(雪膚花容), 머리털 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는 뜻으로 사태가 단단히 급박하여 조그마한 여유도 없음을 비유하는 말을 간불용발(間不容髮), 탐스러운 귀 밑머리와 꽃 같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미인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운빈화용(雲鬢花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