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릉구용(摸稜苟容)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용납되려 한다는 뜻으로,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 스스로 입지를 좁히지 말고 양다리를 걸쳐 놓고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을 잡는 것이 처세의 요령이라는 말이다.
摸 : 본뜰 모(扌/11)
稜 : 모날 릉(禾/8)
苟 : 구차할 구(艹/5)
容 : 얼굴 용(宀/7)
출전 : 구당서(舊唐書) 소미도열전(蘇味道列傳)
모서리를 잡고 임시방편으로 넘어가려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일을 처리할 때 명백하게 결단을 내리지 말고 이쪽저쪽을 다 걸치게 하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 성어는 구당서(舊唐書) 소미도열전(蘇味道列傳)에서 처세의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을 살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형상을 살피지 않고, 그림자만 살피면 된다. 겉모습에 힘을 쏟는 것이 형상이고, 참된 정에서 드러난 것이 그림자다. 능히 만종(萬鍾)의 녹을 사양하다가도 콩국 앞에 낯빛을 잃는다.
입으로는 백이(伯夷)를 말하지만 마음속에는 도척(盜跖)이 들어앉았다. 공손히 꿇어 충성을 바치면서도 속으로는 속임수를 쓴다. 겉보기엔 어진 이를 좋아하는 듯하나 속에는 독사를 품었다.
이 밖에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넘어가려는 술책, 뜻에 영합해서 총애를 취하려는 자취, 겉으로 칭찬하고 속으로는 배척하는 형상, 간악하고 교묘하게 은혜와 원한을 되갚는 것 등등, 일상의 사이나 사물과 접촉하는 즈음에 드러나는 그림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림자가 이와 같다면 형상은 굳이 볼 것도 없다. 이것이 군자가 사람을 살피는 방법이다. 이상은 이기(李墍)가 '간옹우묵(艮翁疣墨)'에서 한 말이다.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을 논했다. 이 가운데 핵심을 피하는 대신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넘어가려는 모릉구용(摸稜苟容)의 술책은 당나라 때 재상 소미도(蘇味道)에게서 나온 말이다.
그는 측천무후의 섭정기에 전후로 세 차례에 걸쳐 7년간 재상의 지위에 있었다. 그는 뛰어난 시인이었고 해박한 식견을 지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나랏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위의 눈치나 보고 아첨이나 하면서 특별히 한 일이 없었다.
구당서(舊唐書)의 소미도열전(蘇味道列傳)에는 그가 누군가에게 했다는 충고가 실려 있다. '일 처리는 명백하게 결단하려 하지 말게. 만약 착오라도 있게 되면 반드시 견책을 입어 쫓겨나게 되지. 그저 모서리를 문지르며 양쪽을 다 붙들고 있는 것이 좋다네.'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 스스로 입지를 좁히지 말고, 양다리를 걸쳐놓고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을 잡는 것이 처세의 묘방이라고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당시 사람들이 이를 비꼬아 그에게 '소모릉(蘇摸稜)'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 밖에 사람을 판단할 때 살펴 따져야 할 일이 많다. 인기에 영합해서 점수나 벌려는 행동, 겉과 속이 다른 처신, 말과 어긋나는 몸가짐 같은 데서 그림자의 실체가 언뜻언뜻 드러난다. 겉만 보면 안 된다.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양다리 걸치는 사람을 경계하라.
▶️ 摸(본뜰 모, 더듬을 막)는 형성문자로 摹(모)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莫(막, 모)로 이루어졌다. 손으로 '더듬다'의 뜻이다. 또, 摹(모)와 통용(通用)하나 지금은 摹(모)는 거의 쓰이지 않고 摸(모)가 그 뜻을 겸한다. 그래서 摸(모, 막)는 ①본뜨다, 베끼다 ②찾다, 탐색하다(探索--) 그리고 ⓐ더듬다(막) ⓑ잡다, 쥐다, 가지다(막)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비길 의(擬)이다. 용례로는 다른 것을 보고 본뜨거나 본받음이나 흉내를 냄을 모방(摸倣), 좋은 방법이나 돌파구를 이리저리 생각하여 찾는 것을 모색(摸索), 무엇을 본으로 삼아 그대로 만들거나 행하는 일을 모습(摸襲), 본떠 지음이나 본떠 만듦을 모제(摸製), 결정을 짓지 못하여 가부가 없음을 모릉(摸綾), 모를 떠서 그대로 그림을 모화(摸畫), 실제의 것을 흉내내어 시험적으로 해 보는 일을 모의(摸擬), 글씨나 그림을 본떠서 그림을 이모(移摸), 다시 모사함을 개모(改摸), 소매치기로 남의 몸이나 가방을 슬쩍 뒤져 금품을 훔치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을 도모(掏摸),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는다라는 뜻으로 어림 짐작으로 사물을 알아내려 함을 이르는 말을 암중모색(暗中摸索), 닭을 훔치고 개를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살금살금 나쁜 짓만 함을 이르는 말을 투계모구(偸鷄摸狗), 장님 코끼리 말하듯이라는 뜻으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분을 가지고 전체인 것처럼 말함을 이르는 말을 중맹모상(衆盲摸象) 등에 쓰인다.
▶️ 稜(모날 릉/능)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벼 화(禾; 곡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夌(릉)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稜(릉/능) ①모나다(사물의 모습이나 일에 드러난 표가 있다) ②모, 모서리(물체의 모가 진 가장자리) ③서슬(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 ④논두렁(물이 괴어 있도록 논의 가장자리를 흙으로 둘러막은 두둑) ⑤이랑(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뿔 각(角)이다. 용례로는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선을 능선(稜線), 물체의 뾰족한 모서리를 능각(稜角), 낭떠러지 따위가 모가 지고 중첩된 모양을 능첩(稜疊), 출입을 막기 위하여 대궐의 문에 서로 어긋맞게 가새 지르는 둥근 나무를 능장(稜杖), 매우 존엄한 위세를 능위(稜威), 모가 지고 강직함 또는 그런 사람을 능골(稜骨), 모가 나고 쭈뼛쭈뼛함 또는 추위가 몹시 심함을 능릉(稜稜), 산줄기의 등성이를 척릉(脊稜),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에 있는 산봉우리의 줄기를 산릉(山稜), 추체 결정에서 위아래 방향에 빗나가서 축에 교차되는 모서리를 극릉(極稜), 세 모서리 또는 그러한 물건을 삼릉(三稜), 모뿔이나 모뿔대의 두 이웃진 사면이 만난 모서리를 사릉(斜稜), 옆 모서리를 측릉(側稜), 존엄한 위력을 위릉(威稜), 어깻죽지와 팔의 윗마디뼈를 잇는 근육을 삼릉근(三稜筋), 죄인을 때리는 데 쓰던 세모진 방망이를 삼릉장(三稜杖), 침의가 쓰는 세모진 침을 삼릉침(三稜鍼),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용납되려 한다는 뜻으로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 스스로 입지를 좁히지 말고 양다리를 걸쳐 놓고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을 잡는 것이 처세의 요령이라는 말을 모릉구용(摸稜苟容) 등에 쓰인다.
▶️ 苟(진실로 구/구차할 구)는 ❶형성문자로 茍(구)는 통자(通字), 芶(구)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句(구)로 이루어졌다. 본디 풀 이름으로 음(音)을 빌어 적어도 결코의 뜻의 부사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苟자는 ‘진실로’나 ‘참으로’, ‘구차하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苟자는 艹(풀 초)자와 句(글귀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苟자를 보면 양쪽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개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개가 주변을 ‘경계’를 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개가 귀를 세우고 있는 모습을 句자와 艹자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글자의 구성만으로 뜻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苟자는 개가 주변을 철저히 경계한다는 의미에서 ‘진실로’나 ‘참으로’라는 뜻을 가지게 된 글자이지만 지금은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구차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苟(구)는 ①진실로, 참으로 ②다만, 단지(但只) ③겨우, 간신히 ④만약(萬若) ⑤구차(苟且)하게 ⑥바라건대 ⑦잠시(暫時) ⑧구차하다, 구차하게 굴다 ⑨미봉(彌縫)하다(일의 빈 구석이나 잘못된 것을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주선하여 꾸며 대다) ⑩낮다 ⑪탐(貪)하다, 탐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또 차(且)이다. 용례로는 몹시 가난하고 궁색함을 구차(苟且), 한때 겨우 편안함을 구안(苟安), 구차하게 겨우 살아감을 구생(苟生), 겨우 합치함이나 아부함을 구합(苟合), 겨우 채움을 구충(苟充), 간신히 액을 벗어남을 구면(苟免), 구차한 목숨을 구명(苟命), 구차스럽게 삶을 구존(苟存), 구차하고 과람함을 구람(苟濫), 구차하게 참아 견딤을 구모(苟冒), 진실로 사양함을 구사(苟辭), 구차하게 좇음을 구순(苟循), 구차스러운 말을 구언(苟言), 비굴하게 남의 비위를 맞춤을 구용(苟容), 일시적으로 구차하게 따름을 구종(苟從), 구차하고 가난함을 간구(苟艱), 눈앞의 안일을 탐냄을 구투(苟偸), 가난하고 구차함을 간구(艱苟), 구차스럽게 겨우 목숨만을 보전하며 부질없이 살아감을 이르는 말을 구명도생(苟命圖生), 구차하게 생명을 보전함을 구전성명(苟全性命), 아부하여 남의 환심을 사려고 힘씀을 구합취용(苟合取容), 남에게 잘 보이려고 구차스럽게 아첨함을 아유구용(阿諛苟容), 구차하게 세월을 보냄을 구연세월(苟延歲月), 질은 돌보지 않고 그 수효만을 채움을 구충기수(苟充其數) 등에 쓰인다.
▶️ 容(얼굴 용)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谷(곡, 용)이 합하여 이루어졌다. 谷(곡)과 큰 집에(宀)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듯이 많은 표정을 담을 수 있는 얼굴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容자는 '얼굴'이나 '용모'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容자는 宀(집 면)자와 谷(골 곡)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谷자는 계곡에 흐르는 물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모양자로 응용되었다. 우선 갑골문에 나온 容자를 보면 內(안 내)자에 항아리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창고에)물건을 보관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방안에 항아리가 자리 잡은 모습을 통해 '보관하다'라는 뜻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마치 사람의 얼굴과도 같아 후에 사람의 '얼굴'이나 '용모'를 뜻하게 되었다. 요즘 중국에서 囧(빛날 경)자를 '난감하다'라는 뜻으로 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容(용)은 ①얼굴 ②모양, 용모(容貌) ③몸가짐 ④용량 ⑤속내, 속에 든 것 ⑥나부끼는 모양 ⑦어찌 ⑧혹(或), 혹은(그렇지 아니하면) ⑨담다, 그릇 안에 넣다 ⑩용납하다 ⑪받아들이다 ⑫용서하다 ⑬치장하다, 몸을 꾸미다 ⑭맵시를 내다 ⑮조용하다, 누긋하다(성질이나 태도가 좀 부드럽고 순하다) ⑯권하다, 종용하다 ⑰쉽다, 손쉽다 ⑱어렵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물건을 담는 그릇을 용기(容器), 관용을 베풀어 벌하지 않음을 용서(容恕), 사람의 얼굴 모양을 용모(容貌), 무릎을 간신히 넣는다는 뜻으로 방이나 장소가 매우 비좁음을 용슬(容膝),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언행을 받아들임을 용납(容納), 아주 쉬움을 용이(容易), 입을 놀림 또는 옆에서 말참견을 함을 용훼(容喙), 용납하여 인정함을 용인(容認), 용기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분량을 용량(容量),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을 용의자(容疑者), 사물의 속내나 실속을 내용(內容), 남의 문물이나 의견 등을 인정하거나 용납하여 받아들이는 것을 수용(受容), 허락하여 받아들임을 허용(許容), 도량이 넓어서 남의 잘못을 이해하여 싸덮어 줌을 포용(包容), 마음이 넓어 남의 말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을 관용(寬容), 범법자 등의 특정한 사람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 가둠을 수용(收容), 사물의 어떠함을 말이나 글 또는 시늉을 통하여 드러냄을 형용(形容), 침착하고 덤비지 않음을 종용(從容), 여자의 꽃다운 얼굴을 가용(佳容), 위엄 있는 모습을 위용(威容), 얼굴과 몸매가 뛰어나게 크고 씩씩하고 훌륭함을 일컫는 말을 용모괴위(容貌魁偉), 얼굴 모습과 몸매가 가지런하여 아름다움을 일컫는 말을 용자단려(容姿端麗), 대지가 만물을 포용하듯이 마음이 크고 너그러움을 일컫는 말을 용지여지(容之如地),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자태를 이르는 말을 화용월태(花容月態),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란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일컫는 말을 설부화용(雪膚花容), 머리털 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는 뜻으로 사태가 단단히 급박하여 조그마한 여유도 없음을 비유하는 말을 간불용발(間不容髮), 탐스러운 귀 밑머리와 꽃 같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미인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운빈화용(雲鬢花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