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온빌 1동의 다른 입주자 분들의 목욕을 돕는 동안, 용우 씨는 직원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용우 씨! 목욕 하는 날이라서 저 계속 보고 있었던 거죠? 이제 목욕하러 가실까요?”
용우 씨 옆에 다가가 물으니 직원을 계속 바라만 본다.
“목욕하러 갈까요?”
용우 씨에게 조심스레 손을 건네니 굳은 표정과 함께 손을 뿌리친다.
“지금은 아니예요? 그럼 조금 이따가 할까요?”
용우 씨 옆에서 기다렸다. 오랜만에 목욕을 도우러 온 직원이 어색하고 낯설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옆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잘 지냈는지, 지금 보고 있는 TV는 재밌는지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렸다. 용우 씨는 대답은 없었지만 직원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한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다시 한 번 용우 씨에게 손을 건네며 물었다.
“이제 목욕하러 갈까요?”
용우 씨가 직원에 손을 꽉 잡아당기며 웃기에 목욕 준비를 시작했다. 직원의 도움을 받을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어떤 거 입을까요?’ 하는 질문으로 목욕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안에 기모가 있는 긴 팔이 좋을 것 같기에 가져가서 용우 씨께 물었다.
“이거 어떠세요? 이게 따뜻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한데요”
대답은 없지만 용우 씨는 조금 전부터 계속 밝게 미소 짓고 있는다.
“그럼 이거로 입는 걸로 하고 이제 욕실로 갈까요?”
욕실로 가서 용우 씨를 목욕 침대에 누울 수 있도록 도왔다. 목욕을 위해 옷을 벗으니 한기가 도는 욕실이 추운지 몸을 떠는 용우 씨, 얼른 따뜻한 물로 목욕할 수 있도록 도와야했다.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의 물이 몸에 닿으니 용우 씨가 여전히 몸을 떨었다. 온도를 조금씩 올려가며 용우 씨의 표정과 함께 몸을 살폈다. 일정 온도가 되자 용우 씨의 표정이 편안해지며 몸 떨림이 멈췄다. 용우 씨에게는 그 정도 온도가 적당한 것 같았다.
머리를 감을 때에도, 몸을 닦을 때에도 용우 씨에게 물었다. 대답하지 않아도 표정과 몸 상태를 확인해가며 목욕할 수 있도록 도왔다. 머리를 감을 때에는 몸이 추워 보였기에 한 손으로는 머리 감는 것을 돕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따뜻한 물을 몸에 계속 뿌려줬다. 용우 씨의 표정은 편안했다.
옷을 입을 때가 되니 더 이상 따뜻한 물을 뿌려 줄 수 없기에 따뜻한 상의부터 입도록 도왔다. 그래도 따뜻한 물로 인해 몸이 많이 풀렸는지 경직은 그나마 덜했고, 옷을 입도록 돕기 좋았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서 머리가 항상 위로 뻗쳐있는데, 드라이로 차분하고 멋지게 내려 볼까요~”
용우 씨의 머리는 잘 뻗치는 성향이 있기에 차분하게 드라이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드라이를 마치고 함께 거울을 보니 멋진 20대 청년이 거울 속에 있었다.
2023년 12월 19일 화요일 최승호
매순간 물어봐주셨네요. 용우 씨도 본인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알았을겁니다.
고맙습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