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과 만난다.
특히 일면식도 없는 상인과 자주 만난다. 그런데 상인의 얼굴이나 말투가
약아 보이면, 괜히 속일 것 같은 선입감이 들어 지레 겁을 먹고 피하게 된다.
자신이 약은 사람과 거래해서는 이득을 볼 수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수룩해 보이는 어딘가에 빈틈이 있어 보여
'내가 저 사람에게는 속지 않겠구나!'
싶은 편한 생각에 경계심을 풀고 쉽게 거래를 하게 된다.
주말에 애들이 집에 왔다. 늦은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수박을 막 자르려는데,
가리개로 가려진 현관문 사이로 촌부가 얼굴을 내밀며 반은 죽어가는 목소리로
위층에 사는 딸네 집에 온 시골 사람인데 실례를 해도 되는지부터 물었다.
위층에 사는 주민이라는 말에 웬일인가 싶어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촌부의 얘기는 길었다.
지리산 자락에서 토종꿀을 따며 1남 4녀를 교육해 모두 출가시켰다.
장녀가 우리 아파트 고층에 작년부터 이사 와서 산다.
이사 때도 농사일이 바빠 와 보지를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외손자를 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시골에서 돈 되는 것이라고는 토종꿀밖에 없어 차비에 보태려고 2병을 가지고 왔다.
진짜 토종꿀이니 믿고 사달라는 내용이었다.
말씨도 어눌하고 긴 치마에 까맣게 탄 얼굴이 영락없는 촌부 모습이었다.
가격은 어떻게 하든 사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촌부가 가져온 꿀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커피부터 한잔 대접했다.
외손자가 울지 모르니 빨리 가서 봐줘야 한다고 했다.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딸이 몇 동에 사세요? 하고 묻자,
머뭇거리더니 1503호에 산다고 했다.
우리 아파트는 12층밖에 없어 1.500단위로는 호수가 없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가짜 꿀은 아니지요?" 하며 넌지시 얼굴 표정을 살폈다.
당황해 하며 시골 사람이라고 무시하느냐며 화를 냈다.
"진짜 꿀인지 확인해 보고 돈은 1503호로 갖다 줄게요." 하고 오금을 박자.
필요 없다며 꿀을 가지고 도망쳐 버렸다.
촌부가 나간 후 가짜 꿀에 대해 검색을 해 봤더니 벌에게 설탕을 먹여
채밀한 벌꿀인 사양벌꿀에 값싼 물엿 등을 50% 상당 혼합한 후
마치 국내산 100%인 ‘아카시아 꿀’ 및 ‘잡화 꿀’ 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캐러멜색소와 밀가루를 넣는다.
가짜 꿀은 실제 꿀은 전혀 넣지 않는다고 설명되어있다.
작년에도 동향 분들에게 고창 복분자를 시음용으로 보낼 테니
시음해보고 구매해도 좋다는 말에 주소를 알려줬더니,
한 박스를 보내 반품하느라 전화를 수십 번 했던 기억이 있다.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와 양구에서 재배한 민들레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6개월분을 산 일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어눌한 표정, 촌부 흉내 내는 사람에게 동정심으로
물건을 사 주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옮겨온 글>
첫댓글 이래서는 안되는데,
세상살이가 무서워지는데, ~~~~
나만의 생각인가~~??
여러번 올릴 필요는 없는 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