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돌 이야기 )
< 가수 임영웅의 ‘고향으로 가는 배’ >
- 정영인 -
임영웅이 부른 「고향으로 가는 배」가 실향민을 울리고 향수병에 접게 하고있다. 더구나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때문에, 정부조차 고향으로 가서 차례 지내지 말라고 연일 야단이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동족상잔의 6.25 비극 때문에 이산가족도, 댐 때문에 고향이 물속에 잠긴 사람도 그렇고, 나처럼 고향은 있지만 찾아가지 못하는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 거기다가 다른 나라에서 이주한 다문화 가족도 점차 고향을 잃어가고 있다. 나는 내 고향이 지척에 있지만 감히 찾아가지 못한다. 마음속에 고향은 이미 없어지고 얼마나 많이 변한 고향땅이 되었으랴? 나는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내 고향 이 깨질까봐 감히 찾아 나서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동원과 박인수가 부른 시인 정지용의 「향수(鄕愁)」를 좋아한다. 5절까지 감히 완판으로 부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여기서 정동원은 남진의 「빈잔」을 부른다. 늙은 인생은 어찌 보면 인생의 빈잔과 같은 것, 인생이라는 술은 다 마시고 이젠 빈잔만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을 나이다. 그의 맑은 목소리는 빈잔만 두드리고 있었다.
이찬원은 김영훈의 「홍도야, 우지마라」를 구성지게 넘기고 있다. 6.25의 비극이 남긴 우리 모두의 상처를 헤집는다. 이 시대는 성폭력 피의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기막힌 시대를 노래하는 것 같다. 그 시대의 홍도는 지금도 울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은, 김희재는 방실이의 「뭐야 뭐야」를 간드러지게 부른다. 연신 백일섭의 “아 글씨!” 추임새가 우리를 배꼽 잡게 한다. 작금의 시대에 노인은 무슨 존재일까? 꼰대일까? 혹은 꼰대 인턴일까? 하기야 꼰대들은 투표에도 나오지 말라고 하는 대통령 후보도 있었으니…. 그래도 “라떼말이야”는 계속 될 것이다.
네 번째로 부른 것은 임영웅이다. 그는 오진일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그 특유의 잔잔하게 부른다. 어디서 그런 노래를 선곡했을까? 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다. 고향으로 가는 배는 묶여 있다. 태풍이 지나가더니, 이젠 코로나19가 고향으로 가는 배를 타지 말란다. 아마 실향민들은 꿈에서나마 고향으로 가는 타 보고 싶을 것이다. 눈 빠지게 귀향하는 자식을 선착장에서 기다리던 우리네 부모님들, 이젠 현수막에 코로나 때문에 오지 말라고 마음에 없는 말을 써 붙이고 있다.
임영웅의 노래는 첫 소절부터 나를 울린다. “고향으로 가는 배/ 꿈을 실은 작은 배/ 정을 잃은 사람아/ 고향으로 갑시다~”
한국의 트로트는 ‘정(情)’ 과 ‘한(恨)’의 노래다. “한 많은 대동강아~/ 그놈의 정 때문에~/ ” 정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는겨! 세상은 정나미 떨어지는 천지다. 그런 정 없는 사회나 사람에게 정을 불어 넣어주는 가수기 임영웅이다. 고운 정, 미운 정을 다 불어 넣어주며 고향으로 가는 배처럼 잔잔하고 정겹게 노래를 부른다. 고향으로 가는 배나 열차를 타면 다 어렸을 적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다섯 번째로 영탁이 최성수의 「동행」을 잔잔하게 부른다. 지금은 인생길에서 ‘동행’없는 존재 천지다. 홀로라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늙은이 천지다. 잘못하면 고독사(孤獨死)에 이른다.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이 있나요?” 늙을수록 동행자가 필요하다. 부부, 친척, 친구…. 장수의 비결 중에 하나가 인간 관계를 잘 맺는 것이란다.
마지막으로 장민호가 대미를 장식한다. 그는 김용임의 「오늘이 젊은 날」을 젊지 않게 부른다. “나이야 가라, 나이가 가라” 아무리 ‘내 나이가 어때서’ 를 부르지만 가는 세월 못 잡고, 오는 세월 막지 못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이는 나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이 나이이고 세월이다. 그래서 세월불대인(歲月不待人)l라 하지 않던가?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고 박완서 작가는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다‘라고 했다. 웰빙(Well-Being)은 웰다잉(Well-Dying)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는 자기만 안다. 부귀영화(富貴榮華)일 수도 있고, 고향으로 가는 배처럼 순수한 마음일 수도 있다. 어느 장관님 부부처럼 딸을 의사로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마 건행(健幸)이 아닐까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 구구팔팔이삼사(9988234)가 아니라, 나는 팔팔칠칠이삼사(8877234)이다. 팔팔하게 살다가 바지에 똥칠, 칠하지 않고 이틀-사흘-나흘 정도 아프다가 잠자듯이 죽은 것! 다 복에 겨운 소리다.
다만, 이것만 알아두자. 태어날 때 입는 배냇저고리나 죽어서 입는 수의(壽衣)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전 대통령 아들은 돈을 귀신 같이 모았다고 제명을 당했지만 그래도 국회의원은 그대로 한단다. 하기야, 국회의원의 특혜가 2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 누가 국회의원 자리를 내놓으려고 할까?
나는 언제 ‘고향으로 가는 배’를 타 보려나? 임영웅이 부른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부르며…….
사랑의 콜센터 26회 자막에 이런 말이 나온다.
“청춘은 마음의 젊음이다./ 나날이 새롭게 활동하는 한/ 청춘은 영원히/
그대의 것이다.“ - 사무엘 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