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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디어를 낸 건 해남군 ‘출산장려팀’이다. 7년째 이 팀을 이끌어온 김충재(57) 해남군 보건소장은 “아기의 탄생을 온 동네가 함께 축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네에서 ‘저출산 해결사’로 통하는 김 소장은 10일 ‘제4회 인구의 날’ 기념 행사에서 녹조근정훈장을 받는다. 해남군을 전국 출산율 1위 지방자치단체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 받았다.
2004년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36명이었다. 그러다 2013년 2.47명, 2014년 2.34명으로 껑충 뛰어올라 2년 연속 전국 출산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1.21명이다. ‘출산율 높이기가 통일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을 1명 가까이 끌어올린 해남군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김 소장은 2008년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출산장려팀’을 꾸렸다. 군청·주민센터·보건소에서 각기 나눠 맡고 있는 저출산 관련 업무를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데 모았다. 출산장려팀은 아이 기르는 부모의 마음을 살뜰하게 보살피는 정책을 내놨다.
출산 직후의 산모에게는 미역과 쇠고기 1㎏, 아기 내의, 목욕용품 등을 담은 ‘아기사랑택배’를 보내주기 시작했다. 사주·작명에 능통한 지역 노인과 신생아 부모를 연결해 아기 이름을 지어주는 일도 했다. 2009년부터 600여 명의 아기가 이름을 얻었다.
이 팀에서는 일시에 목돈으로 주는 출산축하금 대신 매달 양육보조금을 주자고 건의했다. 해남군은 이에 따라 2011년부터 양육보조금제를 도입했다.
첫 아이를 낳으면 부모에게 30만원을 주고 그 뒤 아기가 생후 18개월 될 때까지 매달 15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한다. 김 소장은 “매달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야 육아에 필수적인 기저귀·분유 값에 보탬이 된다”고 설명했다. 관광지인 땅끝마을을 무대 삼아 육아에 무심한 아빠, 아빠와 소원해진 자녀를 위한 ‘아빠와 1박2일 캠프’, 미혼 남녀의 만남을 위한 ‘사랑의 1박2일 캠프’도 열고 있다.
“요즘 37년 공무원 생활의 보람을 흠뻑 느끼고 있다”는 김 소장은 “1남 3녀를 둔 아빠로서 아이 많은 집이 얼마나 행복한지 잘 안다.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노력한 결과가 아기 울음소리로 돌아오니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땅끝아빠캠프 아빠와 아이 얼굴에 함박웃음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