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행을 확정 지은 후 기뻐하는 라드반스카. 호주= 박준용 기자
지난해 KDB코리아오픈 우승자 아그니에쉬카 라드반스카(폴란드)가 디펜딩 챔피언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를 침몰시키며 생애 첫 호주오픈 준결승에 올랐다.
1월 22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 단식 8강에서 아그니에쉬카가 아자렌카를 두 시간 만에 6-1 5-7 6-0으로 물리쳤다.
첫 번째 세트는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라드반스카가 상대의 서비스게임을 차곡차곡 브레이크하며 순식간에 5-0까지 앞서갔다. 아자렌카는 제대로 된 공격도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첫 세트를 1-6으로 맥없이 내주고 말았다.
두 번째 세트는 긴장감이 넘쳤다.
세트 초반 두 선수 모두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키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게임스코어 2-2에서 라드반스카가 아자렌카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하자 아자렌카는 곧바로 라드반스카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균형을 맞춰나갔다.
하지만 게임스코어 6-5로 아자렌카가 앞선 상황에서 아자렌카가 라드반스카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경기의 향방을 안개 속으로 몰고 갔다.
마지막 세 번째 세트는 라드반스카를 위한 세트였다.
랠리가 길어지고 궁지에 몰릴 때마다 라드반스카는 믿기 힘든 위닝샷을 터트리며 승리의 기쁨을 안았다. 이번 승리로 라드반스카는 아자렌카에게 당한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라드반스카는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을 6-3 6-0으로 꺾은 도미니카 시불코바(슬로바키아)와 결승행을 다툰다.
한편, 이 날 아자렌카의 패배로 남녀 디펜딩 챔피언이 모두 탈락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호주오픈 남녀 디펜딩 챔피언이 8강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오픈시대(1968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다음은 라드반스카의 승리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Q1. 아자렌카를 정말 오랜만에 이겼습니다. 이전 경기에서는 항상 어렵게 경기를 했었어요. 오늘의 승리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한층 늘어나겠군요?
A1. 네 상대전적이 절대 열세(오늘 승리로 상대전적이 4승 12패가 됨)인 상대와 경기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아자렌카가 대단한 선수란 것은 이미 알고 있었죠. 특히 호주오픈에서는 항상 잘했으니까요.
하지만 또 한편으론 전 부담감이 없었죠.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란 압박이 있었고 전 그런 게 없으니까요. 정말 제 테니스를 하려 했고 매 샷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오늘 멋진 경기를 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매우 기쁩니다.
Q2. 항상 코트에서 영리하고 뛰어난 전술을 구사하는 선수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작전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그 작전에서 기술적인 부분은 또 어떻게 고려하나요?
A2. 아자렌카와 같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상대로 전술을 계획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상대는 공을 많이 넘기고 실수를 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먼저 공격적으로 경기하려 했습니다. 어중간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요. 우선 서브에 집중하기로 했죠.
아자렌카와 같은 선수를 이기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Q3. 오늘 결정적인 순간에 아자렌카의 포핸드가 좋지 않았습니다. 경기 중 그런 부분을 감지했나요? 혹시 컨디션에 이상이 있지는 않았을까요?
A3. 그건 몰랐네요. 그 부분에 대해 한 번 물어봐야겠군요. 현재로선 오늘 경기를 잘 했기 때문에 기쁩니다. 평소보다 더 잘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승리할 수 없었겠죠.
Q4. 두 번째 세트 마지막 서비스게임을 놓쳐 세 번째 세트에 가게 되었을 때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어요. 아쉽게 두 번째 세트가 끝나고도 그렇게 멘탈적으로 강했던 이유에 대해 얘기해줄래요?
A4. 항상 매 세트 후 다음세트가 시작될 때는 힘든 건 사실입니다. 특히, 충분히 이길 기회가 있었던 세트를 지고나선 말이죠. 세 번째 세트에 들어서면서 굉장히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상대는 두 번째 세트를 이겼기 때문에 자신감이 충만한 채 다음 세트에 임할 것이었으니까요.
오늘 경기의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는 세 번째 세트 첫 게임이었어요. 멋진 샷을 몇 개 만들어냈죠. 시작이 좋았습니다. 그랬기에 세 번째 세트를 압도할 수 있었죠.
Q5. 호주오픈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어요. 사실 8강 경기는 다른 투어 경기에서도 많이 해봤을 텐데 여기서 한 8경 경기는 어땠나요?
A5. 멋졌습니다. 특히,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을 이겼다는 사실에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드로가 만만치 않았거든요. 8강에 오를 때까지도 말이죠. 이곳에서 처음으로 4강에 오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Q6. 호주오픈 4강에 진출했고 윔블던에서는 준우승 한 적도 있잖아요. 그러한 경험들이 오늘처럼 큰 대회에서 이기는데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요?
A6. 테니스에서 그랜드슬램 결승과 준결승 경험은 정말 중요합니다. 결승은 이미 윔블던에서 경험해봤고요. 물론 호주오픈이라는 또 다른 그랜드슬램에서 준결승에 올라 정말 기쁩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를 발전시켜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약간 압박도 있죠. 벌써 그랜드슬램 4강이에요. 그리고 제 첫 호주오픈 4강입니다. 다음 경기에서도 오늘처럼 경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7. 다음상대인 시불코바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떻게 준비할 생각이에요?
A7. 시불코바와 정말 오랫동안 많은 경기를 했습니다. 작년에도 두 번 정도 한 것 같네요. 가장 최근에 만나 것이 제 기억으로는 작년 스탠포드 결승이었는데 애석하게도 제가 졌죠.
전 호주오픈에서 그녀의 경기를 계속 봤어요. 특히 오늘은 정말 잘하더라고요. 저 역시 최선을 다할 겁니다.
Q8. 굉장히 침착해 보여요. 혹시 승리의 트윗을 적었나요?
A8. 네!
Q9. 인터뷰 끝나면 숙소로 가서 오늘 경기를 여러 번이고 다시 볼 건가요?
A9. 모르겠습니다. 사실 시간이 별로 없어요. 전 바로 내일 경기잖아요. 충분히 쉬고 마사지 받고 쉬어야죠. 내일 경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Q10. 앞으로도 DVD를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볼 건가요?(이전 인터뷰 질문한 기자가 쉴 때 무엇을 하냐고 물어봤고 아그니에쉬카가 DVD를 가지고 다니며 본다고 대답했다)
A11. 저녁 때 몇 개 볼 거에요. 제겐 참 즐거운 시간이죠.
Q11. 윔블던 준결승에서 리시키에게 진 적이 있잖아요. 그렇게 큰 패배 후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왔는데 그러한 과정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을까요?
A11. 물론 윔블던 같은 곳에서 진다는 건 항상 실망스럽습니다. 고통스럽기도 하죠. 특히, 그랜드슬램 준결승이라면요. 하지만 앞으로 다른 경기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잊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Q12. 오늘 경기를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이용하여 구사한다는 것의 중요성이 얼마나 컸나요? 과거에 아자렌카와 상대해서 졌을 때는 대부분 베이스라인에서 움직이지 않았어요. 오늘 작전을 다양화 한 것이 실제로 통했다고 생각하나요?
A12. 오늘 참 다양한 작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네트 플레이도 많이 했고 상대를 뛰게 만들었어요. 상대는 항상 안정적으로 경기를 합니다. 한 켠에 드롭샷과 로브 등 또 다른 무기를 숨겨놓고 경기하는 스타일이에요. 예측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오늘은 제가 경기를 주도했고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Q13. 멋진 샷을 잘 만들어내기로 유명합니다. 경기를 보면 예측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상대의 서브와 샷을 어떻게 알아채나요?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A13. 음… 오랫동안 연습한 것들에 대한 부가적인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것이라면 시간당 서브 200개씩 넣는 연습 같은 건 하지 않겠죠? 경기에서 승리하고 모든 가능성과 작전을 잘 조합하고 많이 뛰어야 합니다. 제 플레이는 단지 그것뿐입니다.
Q14. 코트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실제 마음 속은 어떤가요? 경기 중 실제 마음속은 복잡한가요? 아니면 일부러 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가요?
A14. 전 침착하게 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잡념 하지 않고 매 포인트에 집중하려 하죠. 특히 경기 중에는 더욱더 그러는 편이에요. 한 순간 방심하면 그 순간 경기가 상대방에게 넘어가기 마련입니다. 전 항상 매 포인트 후 다음포인트를 생각해요.
Q15.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거 같아요?
A15. 물론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할 거에요.
Q16. 공이 빠른 코트를 좋아하나요?
A16.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올해 코트가 더 빨라졌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 못 느끼겠어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런 부분을 말하는데 민감한 요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모든 조건은 매 해 바뀌기 마련이죠.
예를 들면 1, 2년 전에는 대회기간 내내 바람이 매우 많이 불었습니다. 2번 혹은 3번 코트 같은 센터코트보다 작은 코트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어 경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불었죠. 이번 대회기간에는 ‘기온’이 가장 문제랍니다.
사실 전 코트가 지난해와 바뀌었다고는 하는데 차이를 모르겠어요.
Q17. 작년 윔블던과 같이 이변이 속출하고 세레나가 빨리 떨어진 것도 모자라 상위 랭커들이 대거 초반에 떨어진 것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그랜드슬램 우승 타이틀을 따 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이번 대회 역시 작년 윔블던과 비슷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잖아요. 작년 윔블던에서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잖아요.
A17. 물론 작년 윔블던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현재 상위 랭커들이 많이 떨어졌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이틀을 따기가 더욱 쉬워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남아있는 선수들 모두 이번 주 내내 경기를 정말 잘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선수들이 상위 랭커들을 이기고 올라온 것이죠.
물론 상위 랭커들은 특히 그랜드슬램 준결승과 결승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어요. 그런 부분이 상위 랭커들과 경기할 때 어려운 점이고요. 하지만 현재 대진도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Q18. 시불코바와 처음 경기했을 때가 생각나나요? 아마 정말 오래 전 일이겠죠?
A18. 우리는 동갑이에요. 어린 시절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수많은 대회에서 만났었죠. 기억에는 아마 10세 미만 어린이들의 대회였던 것 같아요.
Q19. 첫 경기 할 때 누가 이겼는지 경기가 어땠었는지 기억나나요?
A19.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Q20. 둘 다 당시 키가 얼마나 작았나요?
A20. 제 생각에는 우리 둘 다 당시에는 네트보다 작았어요(웃음).
주니어 때 우리 둘이 정말 많은 경기를 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첫 경기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Q21. 그 때도 당신과 시불코바는 지금과 같은 경기스타일이었나요? 당신은 다양한 경기운영을, 시불코바는 작지만 힘있는 경기운영을 하는 스타일이었나요?
A21. 사실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많이 경기를 해 본 친구와 경기하는 건 항상 재미있어요.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듯 매 경기는 하나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랍니다. 특히, 그 경기가 그랜드슬램의 준결승전이라면 그리고 우리 둘 모두에게 호주오픈 첫 준결승이라면요. 어디 한 번 보자고요.
Q22. 오프시즌 동안 폴란드 집에 지낼 때 체력훈련을 정말 혹독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오프시즌 동안 새 시즌 준비를 위해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없나요? 운동과 휴식에 대한 균형을 어떻게 잡나요?
A22. 음… 시즌 후 잠깐의 휴식이 끝나면 벌써 11월 중순이에요. 시즌 시작까지 단지 6주밖에 남지 않습니다. 어떤 대회는 이르면 그 해 12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하죠. 실제로 몸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은 5~6주가 고작이에요.
이 때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몸을 만듭니다. 전 코트에서 항상 잘 하고 싶고 다음을 향해 더욱 열심히 하고 싶거든요.
Q23. 겨울에 대학교 수업을 들었다면서요?
A23. 네. 대학에서 네 번째 학기를 마쳤어요. 2학년을 마치려면 이제 시험 하나만 더 보면 됩니다. 3학년이 되기 위해 시험을 하나 더 치러야 해요.
Q24. 그랜드슬램과 같은 대회에서 멘탈의 중요성이 얼마나 될까요?
A24. 물론 코트에 설 때 두려움이 없어야 하는 건 기본이에요.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항상 경기 초반에 압박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의 경우 저에겐 호주오픈 첫 준결승이니까요. 하지만 몇 게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스스로의 경기 스타일을 찾게 될 것이고 그리고 최선을 다해 경기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