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음악을 좋아하던, 건축가가 꿈이라던 나의 세 오빠들은 지금 평양에 살고 있습니다. 30년 전, 어린 오빠들을 북으로 보낸 아버지를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기약 없는 만남과 아들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존경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염둥이 평양 조카 선화는 어느덧 어여쁜 아가씨가 되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나와 닮아있는 그녀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하며 사랑하는 가족에게 인사를 띄웁니다. Goodbye!! Goodbye!! 평양!
소개글. 재외동포재단펀드 지원 프로젝트. 사회주의 국가의 이름 아래, 국민을 통제하고 정보를 제한하며, 타국과의 폐쇄적인 외교를 계속하는 나라, 북한. 세계 언론 보도에 의해 북한 사람들은 별개의 생물이기라도 한 듯한 이미지로 비춰진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다. 감독은 평양에서 태어난 자신의 조카인 한 소녀를 중심으로 그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하여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이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등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들이 평소에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문제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양영희 감독은 전작 [디어 평양]을 통해 북한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이번에는 1970년대 초 일본에서 북한으로 이주한 오빠의 딸 ‘선화’를 등장시킨다. 선화의 모습을 통해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이민 세대는 물론이고, 처음부터 북에서 자란 이민 후세대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다. 선화의 성장 과정은 아주 보편적인 것이지만, 북한이라는 사회 속에 담겨 있는 특별함이 은근하게 묻어난다. 또한, 북한 사회의 이민 세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을 통해 북한을 단순히 폐쇄적인 사회로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지구상의 한 지역이 된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양영희 감독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모습을 통해 ‘북한’이라는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름에 평범함의 일상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