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 넣으면 입이 마른다?
16세기 스위스 의화학자 파라셀수스는
"모든 약은 독"이라며 "약이냐 독이냐는 용량의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적정한' 용량이다.
똑같은 양이라도 누구에겐 약이, 또다른 누구에겐 독이 될 수 있다.
50대 후반의 여성이 "근래 입이 몹시 마르다"며 약국을 찾았다.
하도 물을 자주 마시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당뇨병이 있는 건 아닌지 검사를 받아보라고 할 정도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근무약사에게 "이 약 먹고 나서 입이 많이 마르는 것 같은데, 한 번 봐달라"며
약 처방전을 꺼내 보여 주었다.
처방전을 본 약사는 입을 마르게 하는 약은 없다고 답했다.
'무슨 약인데 저리 자신만만하게 그런 약이 없다고 하지?'라는 의심이 들어 직접 처방전을 살폈다.
먹는 약이었는데,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어 보였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혹시 약을 먹으면서 안약을 함께 눈에 넣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역시,
그렇다고 답했다.
안약 중 안압을 조절하는 안약은 입 마름의 부작용이 보고돼 있다.
사용한 사람의 5~10% 정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매우 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입이 마르는 증상이 안약으로 인한 증상인 줄 모르고 다른 조치를 취한다는 점이다.
흔히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당뇨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안약은 눈에 넣는 외용제이지만 눈에 들어간 약의 일부는 전신 순환을 한다.
안약을 넣었는데 입이 마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안약을 넣고 나서 1분 정도 콧등 옆 눈 앞의 눈물관을 눌러주면 눈에 남는 안약 성분이 많아지고,
그래서 약효는 더 좋게 되고 전신 순환하는 양은 줄어 부작용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자는 특히 영·유아, 소아들이 안약을 사용하는 경우 이런 복약 지도를 꼭 해 준다.
안약은 부작용 외에도 주의할 게 많다.
유효기간이 그렇다.
흔히 안약 겉면의 사용기한만 확인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봉한 안약은
한 달 뒤 유효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버려야 한다.
잘못했다간 세균 덩어리를 눈에 넣을 수 있다.
정명희
일신약국 대표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