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익병을 말한다저자함익병,지승호출판비온뒤발매2022.11.28.
이 책은 함익병 평전인 셈이다.
함익병은 피부과 의사이면서 방송인이다.
이 책은 지승호라는 사람이 함익병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피부에 관한 이야기와 함익병의 인생이야기가 실려있다.
함익병은 1961년생으로 진해에서 태어나 자랐고,
연세대 의대를 나와 피부과 전문의로 활동했다.
준수한 외모와 입담으로 <동치미> 등 방송에 나오는 유명인사다.
본인의 말대로 큰 굴곡없이 평이하게 산 편이지만,
시대의 아픔을 피해갈 수는 없었기에
대한민국의 굴곡과 궤를 같이 했다.
남다른 머리와 논리로 말을 조리있게 잘 하는 사람이다.
주견이 뚜렷하고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고집이 있다.
나도 방송을 통해 몇 번 얼굴을 봤는데
말이 진솔하고 논리가 정연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는 함익병이라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읽는 동안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읽고나서는 함익병이라는 사람이 더 좋아졌다.
이 사람이라면 정치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책에서 읽은 함익병의 생각 몇 가지.
- 선생님은 집안일을 가사 분담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 집사람을 위해서 집안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니까요.
저 혼자 살아도 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아니고, '내'나라예요.
그래야 전쟁 나면 쫓아가서 막죠.
'우리'나라면 '나 말고 너'가 나가서 막으라고 하죠.
내 집이니까 내가 청소할 뿐이에요.
'집사람이 힘드니까 도와줘야지' 그러면 하기 싫죠.
저는 제가 할 일이면 무조건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 의과대학을 가겠다고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 "아버지, 뭐 하면 좋겠습니까?"했더니 아버지께서
"6.25때 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몇 번이 바뀌어도
안 죽이고 안 잡아가는 직업이 딱 하나 있다.
의사는 안 죽인다"하고 말씀하셨어요.
- 능력있는 사람들이 의사를 안하면 의사가 부족해지지 않을까요?
- 변호사는 1년에 2천명밖에 안 나와요.
의사는 매년 3천 명 이상 나올 거예요.
그런데도 변호사는 안 좋고, 의사는 괜찮은 이유가 뭔지 아세요?
의사는 의료보험이 있잖아요. 의료보험이 있다는 얘기는
전 국민을 잠재적으로 환자로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겁니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요. 돈 냈잖아요.
의사는 제도적으로 5천만 명의 잠재 환자를
기본적으로 깔고 시작하는 겁니다.
- 피부가 건강하려면?
- 건강상태가 좋으면 피부도 좋아요.
폐 건강에 좋은 방법이 있나요?
위장 건강에 좋은 방법이 특별히 있나요?
왜 피부만 톡 꼬집어서 좋아지는 비법이 따로 있을까요?
피부도 신체 장기의 하나일 뿐입니다.
피부가 건강해지려면 몸이 건강하면 됩니다.
몸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기본적인 것을 충실하게 하면 되죠.
- 다크서클도 유전인가요? 피곤하면 내려온다고 하는데요.
- 유전입니다. 피곤하면 내려온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느낄 뿐이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닙니다.
다크서클이 있는 사람이 피곤하고 잠 못 자면,
색깔도 더 짙어지고 탄력도 더 처지는 느낌이 드는 거죠.
원래 없는 사람은 아무리 밤을 새워도 다크서클은 안 생깁니다.
- 어떤 택시 기사 분은 세상 얘기를 다 들으니까
자신이 정치를 다 안다고 생각하시잖아요?
-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정치적 민심은 많이 듣겠죠.
그러면 그 기사는 지하철이나 버스 타는 사람의 민심은 모를 거고요.
자가용 타는 사람들의 마음도 모르겠죠.
- 영국의 의료체계는?
- 영국은 의료세예요. 의료 기관은 국영기업이고,
의사는 공무원이에요.
공무원들이니까 수술하다가도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합니다.
나머지 수술은 당직 수술팀이 들어와서 이어서 합니다.
환자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요.
이광요 싱가포르 수상이 영국에서 공부한 사람이잖아요.
수상의 어머니가 영국에 갔다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 응급실로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간단한 응급조치 후에
응급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대요.
주영 싱가포르 대사가 아무리 재촉해도
후속 치료는 하염없이 미루어지기만 하는 상황이었답니다.
이틀인가 지난 후 이광요 수상이 열받아서
전세기를 보내 어머니를 싱가포르로 모시고 왔다고 합니다.
...영국의 야심 있고 능력 있는 의사들은 미국으로 가버리고,
영국의 부족한 의사들은 인도, 파키스탄, 호주, 남아공 등
영연방 국가 출신 의사들이 채우고 있어요.
영국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상당수가
영연방 국가 출신의 유색인종입니다.
자국보다는 영국이 낫거든요.
- 요새 국회의원은?
- 프랑스하고 독일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1차,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수천만 명이 죽었어도,
전쟁 후 EU를 만들어서 한 나라처럼 살아가잖아요.
선거전 한번 치렀다고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얼굴도 안보고 살면 되나요
해당 상임위에 아는 의원이 여야 한 명씩 있어서
"같이 골프나 한번 치면서 필드에서 대화를 나누면 어떻겠니?"그랬더니,
"형님, 누구 죽일 일 있어요?"라고 해요. 양측 대답이 똑같아요.
상대 당 의원과 함께 골프 치는 모습이 언론에 나가면,
자신은 다음번 선거 운동할 필요도 없대요.
변절했다, 야합했다, 온갖 소리 듣고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답니다.
예전 국회의원들은 안 그랬어요.
당선되면 같이 여행도 다니고, 술집에서 술도 한잔씩 하고,
골프도 치면서 대화를 나눴죠.
- 묘비명에 뭐라고 쓰이면 좋겠어요?
- 그냥 화장해서 뿌려달라고 할 겁니다.
무덤이나 묘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존재에 대해 너무 오래 기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가질 수 있는 기억,
그것도 좋은 기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등산을 가든 여행을 가든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아요.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으면 추억으로 남는 것이고,
기억에서 흐려지면 천왕봉도 스러져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삶은 기억의 축적이고 기억이 흐려지면서
삶도 서서히 사그라드는 모습일 거로 생각합니다.
애들에게는 화장한 다음에 납골은 하지 말고,
분골을 10등분 해서 지리산, 북한산, 한라산, 설악산, 청계산, 관악산 등
함께 올랐던 산의 적당한 양지바른 곳에 뿌려달라고 했습니다.
"아빠, 그러면 아빠 유골을 10년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
언제 다 올라가?"
"등산 가는 셈 치고 가면 안 되겠니?"
"그건 너무 힘들어. 한군데 묻으면 안 될까?"
<모셔온 글, 존재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