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탤런트 전양자(72·본명 김경숙)씨는 2일 "나는 잘못이 없다. 교회를
다니는 것뿐이지,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자신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인 경기 안성 '금수원'의
대표이사라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이날 오전 자택을 찾은 본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씨는 "오대양 사건은 나랑
하나도 상관없는 일인데 옛날 일을 끄집어내서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면서 "죽은 사람 애도해야 되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니까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사건의 불똥이 자신에게 옮아붙는 데 대한 불편한 감정을 담은 말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전씨는 "내가 얘기 안 할 사람도 아니고 두문불출할 사람도 아니다"면서 "노모(老母)가 몸이 불편하니 다음에 충분히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전씨는 서울 강동구 길동 자택에서 97세 어머니와 살고 있다. 전씨는 오전 10시 40분쯤 혼자 선글라스를 낀 채
자택을 나와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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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언씨 일가와 추종자들의 구심점으로 알려진 경기도 안성‘금수원’의 대표이사로 밝혀진 탤런트 전양자씨가 2일
오전 10시 40분쯤 서울 강동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카메라를 본 전씨는 자신의 휴대전화기로 얼굴을 정확하게 가렸다(작은
사진). /이태경 기자
검찰은 그러나 이날 '전씨가 (피의자로) 신분이 변화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소환된
송국빈(62·구속) 다판다 대표나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 등 측근들처럼 전씨도 언제든지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씨는 이미 출국 금지 대상에 포함돼 있다.
검찰은 전씨를 유씨 일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거쳐 갈
수밖에 없는 핵심 인물로 꼽고 있다. 유씨 추종자들의 구심점인 '금수원'의 대표일 뿐 아니라 횡령과 배임, 탈세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 노른자쇼핑과 국제영상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의 회사들에서 전씨가 차지하는 위치를 봐라.
소환은 시간문제 아니겠느냐"고 했다.
검찰은 전씨의 금융 계좌를 추적해 전씨가 신도들과 회사 자금을 유 전 회장 측에 흘려 보내는 창구 역할을 했는지, 유씨 일가 계열사에 부당한 대출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
편 MBC는 전씨의 드라마 출연 계속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씨는 현재 MBC 일일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에 출연
중인데, 2일 방송은 녹화분 그대로 전파를 탔다.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은 "사법부 판결이 나기 전에 하차시키거나 전씨
녹화분을 전부 편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극중 요리에 대한 엄격한 신념을 가졌지만, 요리사로
나오는 주인공에겐 인자한, 유명 한(韓)식당 주인으로 나온다. 공정하고 매사에 결단력 있는 인물로 나오는 만큼, 시청자들은 해당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전씨가) 세월호 침몰 책임이 있는 회사와 연관이 있는 배우였다니 충격이다' '자진 하차하라' 같은 글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전씨는 본지 기자에게 "드라마 촬영은 끝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1966년 데뷔 이래
12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를 찍어온 전씨는 심성 곧고 세련된 역할을 주로 맡았다. 1972년 MBC '새엄마'에선 계모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는 알뜰살뜰한 착한 새엄마로 나왔고, 2008년 KBS '엄마가 뿔났다'의 늦깎이 로맨스를 펼치는 곱게 나이 든
할머니처럼 밝은 이미지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