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양자 다룬 MBC '리얼스토리 눈' 방송사고
“내가 전양자를 전도한 것은 맞지만, 구원파 탈퇴한 지 15년 됐다. 구원파 문제 때문에 잠적했다는 말 나오는 게 싫었다. 누가 전화해주길 기다렸다.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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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배우 윤소정(70)씨가 본지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습니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이
구원파 핵심 세력으로 지목된 배우 전양자(본명 김경숙ㆍ72)씨를 방송 소재로 다루면서 전씨를 구원파로 전도한 인물로 ‘윤소정’이란
실명을 거론했기 때문입니다. 윤씨는 “방송 제작진과 통화를 했는데 ‘애초 전도를 한 것은 맞지만, 나는 15년 전에 이미
구원파를 탈퇴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이 사실은 전부 편집됐다”며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양자씨 때문에 MBC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전씨가 출연 중이던 MBC 일일극 ‘빛나는 로맨스’는 전씨의 하차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고, 지난 12일엔 ‘리얼스토리 눈’이 방송사고까지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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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방송된 MBC '리얼스토리 눈'의 한 장면
“구원파가 방송국에 난입한 건가요?” 12일 밤 9시 30분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이 방송 막바지
2분 40초 가량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갑자기 끝나버리자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전양자씨에 대한 내용이었던 만큼 관심을
끌었고, 1999년 MBC ‘PD수첩’이 만민중앙교회 관련 내용을 취재해 방송하자 신도들이 MBC 주조정실을 점거했던 사태를
떠올린 겁니다.
MBC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외부(외주제작사)의 편집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방송국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합니다.
즉
석에서 낱장으로 전달하는 ‘쪽 대본’ 못지않게 열악한 방송 제작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 ‘쪽 테이프’입니다. ‘쪽 테이프’는 아침
정보 프로그램처럼 매일 당일의 이슈를 소화해야 하는 경우 더 빈번히 등장합니다. 이현숙 MBC 시사제작국장은 “원래 ‘눈’의
완성본이 오후 8시까지 입고돼야 했지만 이때까지도 편집이 제대로 되질 않아 테이프를 여러 장으로 쪼개 완성된 10분짜리 테이프를
먼저 틀고, 이후 편집 작업을 진행하면서 테이프를 계속 갈아 끼웠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한 회분 촬영에 2주
정도가 소요되지만 이날 방송은 핫이슈였던 전씨의 검찰 출두를 아이템으로 잡느라 촬영 기간이 5일로 줄었고, 결국 마지막 테이프는
제때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이 국장은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 대신 “외주제작사의 테이프 송고를 더 재촉하겠다”고만 말했습니다.
이미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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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소정씨가 2007년 3월 23일 남산 국립극장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tvN ‘응답하라 1994’는 18화 방송 말미 테이프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12분간 방송이 중단됐고,
KBS ‘적도의 남자’(2012)나 SBS ‘싸인’(2011) 등 매년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됐습니다. ‘생방송 급’ 제작 환경은
작품의 질 저하로 이어집니다. 지난달 종영한 SBS 월화극 ‘신의 선물―14일’은 방송 초반 ‘미드형 추리 드라마’로 기대를
모았지만 종영 날까지도 촬영이 계속되는 등 무리한 스케줄을 이어가다 결국 ‘드라마가 산으로 갔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습니다.
“작
품에 공을 들이느라 시간에 쫓기는 건 이해해줘야 한다”는 동정 여론도 있지만, 물렁물렁한 제재가 방송사고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적도의 남자’ ‘싸인’은 방송 화면 대신 컬러바가 뜨거나 방송 중간에 소리가 나오지 않는 등의 심각한 방송
사고에도 불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응답하라 1994’는 법정제재도 아닌 행정지도인
‘권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긴박한 제작 환경과 방송 사고 이후 재방송을 통해 온전한 영상을 내보낸 걸 감안한
결정”(방송통신심의위원회 최은희 지상파텔레비전심의팀장)이라는 겁니다. 노동열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방송 사고를
내도 사과 자막 정도 내보내면 사실상 외부 제재가 없다”면서 “벌(罰)이 엄해야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방송국 어디선가 헐레벌떡 쪽 테이프를 갈아 끼우고 있을 제작진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