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하우스에 다녀와서 ....
2월 마지막 주...
한 주 동안 나는 꽤나 강도 높은 수련회를 다녀왔다.
물론 강도가 높은 만큼 잊을 수 없는 은혜를 넘치게 받아왔다.
4박 5일 동안 꼬박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 30분씩을 제외하고는
쉬는 시간도 일절 없이 좁은 마룻바닥에
다닥다닥 붙어앉아 성경을 공부했다.
5일 동안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일독을 하는데다
중간중간 강의까지 들어야 하니
그 시간도 부족할 따름이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test로 틀어주는 성경 낭독 테이프를 듣고
5일 동안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말빠른 개그맨의 대표격인 엄용수씨보다
10배는 빠른 속도로 성경을 낭독하는데
과연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실제로 점심 시간에 징소리(시작 시간에 종이 아니라 징을 친다)가 울려 들어가면
이미 성경 한 장은 넘어가있다.
징소리 듣고 나서 양치질을 하고 들어가면 세 장은 넘어가 있다.
그러나 은혜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4일 동안 꼬박 구약을 읽고 공부하고,
하루 동안 신약을 읽었다.
역사적, 시대적 배경을 듣고,
어려운 부분들은 쉽고 재미있게
스토리텔링 식으로 설명해주는 목사님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구약에 나오는 수많은 왕들...
그 왕이 그 왕 같고,
북이스라엘 왕 이름이 남유다 왕 이름과 똑같을 때도 있어
늘 헷갈리던 것도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니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수많은 어려운 규례들을 적어놓은 레위기,
숫자와 지명, 이름이 너무 많아 쉽지 않았던 민수기,
지파별로 분깃을 나누는 여호수아 후반부,
길고 어려워 중반부를 넘기 힘들었던 이사야, 에스겔, 예레미야...
혼자서는 쉬 읽혀지지 않던 구약을
400명이 모여앉아 어떻게든 앉아 읽으니
중간중간 졸기는 하여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마라톤도 혼자 하면 힘들지만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면 완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생활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100년 묵은 산삼 썩은 물이 졸졸 흐르는 산골짜기에 틀어박혀
주의 말씀을 주야로 읽는 시간은
내 일생에 있어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너무나 귀한 시간이었다.
강의를 인도하시는 목사님은
구약을 읽을 때
'하나님의 마음을, 하나님의 심정을 읽으라'고 계속해서 강조하셨다.
선지자를 통해
두려운 심판의 메시지를 전하시는 하나님,
진노하시는 하나님,
질투하시는 하나님,
때로 이해되지 않는 것을 요구하시는(호세아나 에스겔 등) 하나님...
그래서 난 구약을 읽을 때마다 하나님이 두려웠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대별로 성경을 읽으면서
이스라엘 역사 속에 나타나신 하나님,
심판의 메시지와 진노와 질투에 담긴
그 하나님의 '의도'와 '심정'을 조금씩 깨닫게 되자
참으로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주 여호와임을 알리라'고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은
인간과 사랑으로 교제하고 싶으신,
인간에게 당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원하시는,
인간이 죄에서 돌이키길 원하시는,
그런 분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패역한 이스라엘이라 하더라도
당신이 선택하신 인간과의 관계를 도저히 끊으실 수 없는
그런 분이었다.
마치 영적으로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에게
"나야 나!!" "내가 안 보이니?"
"내가 여기 있잖아"라고 애타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너무나 인격적인 분이라서
인간을 마음대로 조정하시지 않으시고,
인간의 배신과 불신앙에 그렇게 고통스러워하심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돌아오게 될 때까지 계속 '말씀을' 하시는 분...
하나님은 굳이
사람의 사랑과 섬김을 필요로 하는 분이 아니라고 배워왔다.
아마도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기에
인간의 도움이나 섬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지만
분명 사람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시는 분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제 1계명도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는 것이었고,
신명기 6장에서도 모세는
'가장 먼저 하나님을 사랑하고 말씀을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누구에게나 이 말씀을 강론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질투하시는 하나님'이 아닌가!!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면 질투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사랑하시기에
전혀 말을 듣지 않는 목이 곧은 백성들에게
선지자를 보내어 찢긴 마음을 전하시고,
선지자(호세아)에게 타락한 아내를 취하게 하여
하나님의 고통을 보여주시기도 한다.
그러나 참으로 희한한 것은
사람은 아무리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어도
뒤돌아서면 하나님을 잊어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님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어도,
열조들이 똑같은 죄를 반복했어도,
광야의 고난을 겪었어도
사람은 쉽게 잊어버리고 다시 불평하고 힘들어하며 원망한다.
하늘 나라는 현실이 아닌,
이 땅에 있는 것들을 철저한 현실, 실상으로 여긴다.
바벨론에서 그렇게 연단을 받고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무언가 달라질 것만 같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다시 하나님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대꾸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였노라"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께
"주께서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나이까?" 하고....
이 대목에서 난 할 말이 없다...
나 또한 그러했기에...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기보다는 내 상황,
내 현실이 더 급했기 때문에...
천년의 기간 동안 '내가 너를 사랑한다' '돌아오라' '죄에서 돌이키라,
그렇지 않으면 심판할 것이다'를 외치시며 기다리시던 하나님은
결국 인간 개조에 실패하신 듯하다.
그래서..
결국 신이신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이
직접 이 땅에 내려와 죽으심으로
인간의 생명 값을 물으시고 다시 부활하시고
성령을 주시는 일이 일어나야만 했던 것이다.
참으로...사람이 무엇이관대...
하나님은 이토록 '사람'에게 온통 초점을 맞추고 계시는 것일까..
거룩하시고,
그 영광이 이를 데 없는,
천사들이 수종드는 만왕의 왕,
하늘과 땅의 주권자께서
한낱 미물에 불과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 주시고,
관심을 가지시고,
교제하기 원하시는 이유가 뭘까...
그건 단 하나의 단어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따르는 좁은 길을 가는 것은
결코 낭만이 아니다.
분명 이 세상에서 좋아보이는 것들을
포기하고, 손해보고, 손가락질 당하고, 고난을 받아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믿는 자에게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라고 내버려두시진 않는다.
내가 하늘 나라의 시민이라면
나의 현실은 '하늘 나라'가 되어야 할텐데..
.내 소망이 정말 하늘에 있다면,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바라본다면
나의 현재 삶이나 내가 구하는 것은
확연히 달라져야만 할 것 같다.
하나님의 손에는 사과가 들려있다.
그리고 그 손은 언제나 나를 향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내가 이 사과를 너에게 줄게'
하지만 나는 머뭇거린다.
'저 사과 먹고 탈이 나면 어쩌지...사과 대신 귤이 더 좋은데...'
이미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약속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믿는 자만이 그 약속의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믿지 않아서 그 사과를 취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사과는 영영 하나님의 손에 들려있든지
다른 사람에게 가버릴 것이다.
예전에 이런 말씀을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항상 죽음과 심판을 내 앞에 끌어와서 살아라
(난 왜 이렇게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바로 내일 죽는다면,
예수님이 바로 지금 재림하신다면...
자꾸만 마음이 희미해지고,
세상의 것들이 크게 보일 때
난 그 말씀을 생각한다.
마지막 나팔이 불고 예수님이 돌아오실 때,
구름같이 허다한 증인들의 무리에 내가 끼여있을 수 있다면,
하늘 나라의 문이 열릴 때,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릴 때
거룩하고 공의로우시고 자비로우신 하나님을 소리높여 전심으로 찬양할 수 있다면.....
그 날을..그 날을..생각하면서 많이 울었다.
이 땅에서 먹을 것, 입을 것, 가질 것 다 누리고 산다면
그 날이 왔을 때 내가 마음껏 노래할 수 있을까..
마음껏 하늘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실상을 바라보며,
소망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허상으로 가득 찬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되고 싶다...
신실하지 못하고
똑같은 죄를 습관처럼 반복하는 나이지만
다시 주님께 그렇게 구한다.
나는 흔들려도 주님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
내 안의 하나님은 그렇게 하실 수 있기에 감사하다.
글 유미
첫댓글 귀한 체험을 하셨군요... 주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