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두산건설 성남FC 후원금은 뇌물” 이재명 기소의견 檢통보
검찰 보완수사 요구 7개월만에 文정부때 ‘무혐의’ 판단 뒤집고 ‘성남FC 후원금’ 대가성 인정
“李 성남시장때 후원금 유치하고 그 대가로 부지 용도변경해줘 李측에 돈 흘러간 정황은 확인안돼”
경찰 “관련자 의미있는 진술 확보”… 檢, 기록 검토후 기소여부 등 결정
민주당 “이재명 죽이기 3탄” 반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FC 후원금으로 160억여 원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두산건설에서 받은 후원금 42억 원에 한해 이 대표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기소 의견을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이 올 2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다만 경찰은 두산건설 외에 후원금을 낸 네이버 등 다른 5개사에 대해선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 무혐의 판단 뒤집은 경찰 “의미 있는 진술 확보”
휴일인 12일 4시간여 동안 비공개회의를 마치고 국회 당대표실에서 나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대연 기자
경기남부경찰청은 13일 이 대표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통보했다.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경찰은 두산건설 이모 전 대표와 성남FC 후원금 모금에 직접 관여한 성남시청 공무원 A 씨에 대해서도 기소 의견을 통보했다.
이 사건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바른미래당이 이 대표를 뇌물 혐의로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이 대표가 2015∼2017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 두산건설 등 관내 6개 회사로부터 건축 인허가나 부지 용도변경 등의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성남FC 후원금 160억여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고발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3년 3개월 동안 수사한 후 지난해 9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사건을 건네받았다. 이후 보완수사 여부를 두고 당시 박은정 성남지청장과 박하영 차장검사가 갈등을 빚은 끝에 성남지청이 올 2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수사를 재개한 경찰은 두산건설과 관련한 부분에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기존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성남시는 2015년 11월 두산건설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종합병원 부지(9936m²)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줬는데,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본 두산건설은 2016년 20억 원, 2017년 22억 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냈다. 매입가 70억 원대였던 이 부지에 두산건설은 분당두산타워를 지었는데 현재 가치가 1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검찰, 기록 검토 후 李 출석 요구할 듯
경찰은 5월 두산건설과 성남FC 압수수색 등을 통해 두산건설이 2014년 10월 병원 부지를 업무시설 용도로 변경해주면 성남FC 후원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성남시에 보낸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성남시가 기부채납 면적을 15%에서 10%로 줄여주는 대가로 두산이 성남FC 후원을 하기로 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의 의미 있는 진술을 바탕으로 의견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이날 성남FC가 받은 후원금 중 일부가 이 대표 측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선 “해당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은 경찰이 보낸 기록을 꼼꼼하게 검토한 뒤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 대표에 대한 출석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 검찰은 이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소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임박해 서면조사로 대체했지만 이 사건의 경우 사안이 중대한 부패범죄인 데다 공소시효도 최대 15년으로 충분히 남아 있다. 이날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대장동과 백현동이 소재였으나 흥행에 실패하자 이번엔 성남FC로 소재만 살짝 바꿔 ‘이재명 죽이기’ 3탄을 내놓았다”고 반발했다.
수원=이경진 기자, 신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