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토요일이구나. 아침에 아파트 16층 응접실 창밖을 내다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오늘이 조카결혼식인데 이렇게 날이 흐려서야 어쩔가... 처제말로는 안개가아니라 미세먼지란다. 중국에서 요 며칠사이 계속 이렇게 안개처럼 깔린단다. 원 세상에 ! 이걸마시고 살다간 폐가 콩크리트처럼 굳어지지는 않을가 으아하다. 다행이도 오후엔 맑아지리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여섯시 결혼식에 늦지않게 일찍나가기로했다. 토요일이라도 길이 막힐지몰라 4시반에 pick up 하러오겠다는 막내동생전화를 받고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TV 밀린 드라마를 보기로했다. 딱히 볼것이 없어 "마이 비너스" 하고 "장사의 신"을 요즘보고있는데, 미국에선 인터넷으로 컴퓨터스크린으로 보던것이 크다란 TV 스크린으로 보니 훨씬 실감이 좋다. 다행이 본토방송이라 재방송도 시시때때로 있어 밀린방송을 불편없이 골라볼수있어서 한결낫다. 내가 떠나오던 1980년대에 한국드라마라면, 온 정신을 쏟고 지켜보시는 할머니곁에서 저게 무슨 발연기냐, 또는 연출이 순 억지춘향이다, 하고 야지놓다 쫒겨나는 재미로 보았었는데,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이게 보통이아니더군. 처음 재미를 붙인것이 "상도"였는데, 그때도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아주 쏙 - 빠졌드랫었다. 나중에 그걸 DVD 로 한질을 사서 요즘도 가끔 재미있는 에피소드만 또보고 한담. 그담으로 대장금 (이것도 DVD 한질 갖고있음. 너무 자주봐서 어느장면에 방송실수가 있는지도 알고), 허준, "나인 (9)", 별그대, 최근에는 "프로듀서", 등등 아주 컴퓨터 모니터를 옆에 달고 산다. 영화도 장족의 발전을 하여 최근 "베테랑" 이니, "암살", "인사이드 뷰티", 등등 할리웃에 조금도 뒤지지않는 작품들을 감탄하며 보았다. 잘된 드라마나 영화란 시나리오, 연기, 연출이 삼박자를 이루어 하모니를 이룰때, 야 - 좋다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돼있거든. 그런건 두번을봐도 재미있고, 세번을봐도 질리지않는 그런 거시기지요. 나에겐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 이 이야기나 이 다음장면이 어떻게 될거라는게 뻔하면 싱거워 볼 맘이 없어지는데, 요즘 나오시는 것들은 마치 지난번 올림픽예선전 한일 야구시합때 도쿄에서 9회말 역전승하던 것처럼 끝내주는데야, 안 꽂이고 베기남.
어느덧 시간이되어 막내동생내외가 우릴태우고 한강순환대로로 들어섰는데, 아니나다를가 길이 꽁꽁 막히는구랴. 일찍나왔길래 망정이지, 자칫 늦을뻔 했구먼. 한강변에 있는 무슨 요트클럽빌딩을 빌려서 했는데 결혼식장은 이층이고 친구되는 분들은 삼층에서 방송으로 보고 사층인가 오층에서 피로연을 하기로 돼있다는군. 홀이 그리 크지를 않아 그럴수밖에 없겠다여기고, 창밖을 보니 날씨도 깨끗하게 개여 화창한 가을날이라 햇빛이 쏟아져 한강물에 튀기는 풍치가 좋을시고. 식장을 보니 간편하게 조그마한 무대로 꾸며져있고, 탁자나 table 같은게 없어, 아마도 주례사같은건 생략하는가보다 짐작하였는데, 내 짐작이 맞었더군. 식이 시작되어 내 다른 조카딸들의 꼬맹이들이, 그러니까 조카 손자손녀들이 꽃뿌리가 되어 꽃잎들을 이쪽저쪽 뿌리며 신부앞에서 아장아장 걸어들 오는걸보니 "뀌신 꿈꿔떵"이드군. 드디어 신랑신부 나란히서서 그 앞에 서신 목사님 (원래는 주례없이 할려고 그랬는데, 신부집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시라, 최소한 그댁 목사님이 혼인서약 집전이라도 하자고해서) 께서 하나님의 부부에대한 태고적말쌈과 지고지신하신 하나님의 사랑의 말쌈을 주기 장창 늘여놓으시는 걸 듣자니, 이건 아니지 싶었다. 겨우 끝이나 목사님이 신랑에게 반지를 건네주며 "이것은 하나님의 사랑의 징표"로 하며 신부에게 주라고하신다. 신랑이 내가 생각하기에도 좀 짜증이 난걸 꾹 참고하는것 같은데, 반지를 끼워주며 하는 말 "이것은 나의 사랑의 징표요" 한다. 여기서 극적인 돌발사고가 일어났으니 - 목사님이 황급히 신랑손에서 그 반지를 가로채고 하시는 말 - "나의 사랑의 징표가 아니고, 하나님의 사랑의 징표" 라고 고쳐 말하라는 것이었다. 워따메 이게 무슨 일이랑가 ! 신랑이 뿔이났다. 다시 반지를 받아들고 하는 말 - "제 Style 대로 해도 될까요 ?". 목사님 얼떨결에 "음, 응, 그러지". 그 말을 듣자 신랑 우렁찬 소리로 "넌 내꺼야 !" 하고서는 반지를 끼워주는기라. 손님들이 박장대소하고 여기저기서 휘파람소리들리고.... 옆에 앉아계신던 제일 큰 누님께서 "과연 전씨집안 답다." 여기 그때 결혼식 사진 두어장 올린다.
다음에 계속 ......
첫댓글 역시 전 씨 가문이 똑똑하다.. 쫄래 만 빼고...ㅎㅎ
다음호 빨랑쓰라고했더니 빨랑 썼네. 나는 드라마에 대해선 할말이 없네. 결혼식은 역시 전씨가문이 성대하게 올리누먼. 다음호도 빨랑 쓰거라.
미국 사는 우리아들 내외도 드라마에 꽂혀서 드라마시청이 즐거운 일중의 하나더군요. 저도 두달 있는동안에 서울에서는 안 보던 드라마를 그곳에서 보면서 재미를 붙혔더랬답니다.
한국에서보다 외국에서 드라마를 더 본다는 말쌈? 고향 생각나고 외로워서 그럴까요?
@forever 그런가봐요
주례 목사님
앞으론 아무도 주례부탁
않하겠네요
암튼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즐거운 하루였겠네요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