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다대포
오월 셋째 토요일이었다. 그간 들녘 들길을 걷거나 산자락 산길을 많이 오르내렸다. 강가나 바다가 궁금해졌다. 두 곳을 동시에 만족할 만한 데가 낙동강 하구였다. 나는 이른 새벽 창원실내수영장 앞에서 진해 용원으로 가는 757번 직행버스를 타서 남산동 터미널과 안민터널을 지났다. 평일이면 승객이 많았을 텐데 주말이라 한산했다. 용원 종점까지 타고 간 승객은 나 혼자뿐이었다.
용원에서 부산 지하철 1호선 하단역까지 가는 버스는 탔다. 녹산공단을 거쳐 명지시장을 돌아 을숙도를 지났다. 저만치 차창 밖 을숙도는 묵은 갈대 그루터기에서 시퍼런 새순이 돋아났다. 여름 철새가 찾아오는 즈음인 을숙도에 내려 산책길을 걸어도 좋았겠으나 나는 그것으로 양이 차지 않아 다대포까지 걸어갈 요량이었다. 내가 탄 버스는 낙동강 하구둑을 가로질러 하단역 종점으로 갔다.
종점에서 강가로 나가는 길로 들어 다대포로 향하는 강변 산책로를 걸었다. 시원하게 탁 트인 전망이었다. 건너편은 을숙도였고 저 멀리 을숙도대교가 빙글 돌아갔다. 하구둑을 빠져 나온 낙동강 물은 넘실넘실 흘렀다. 한 태공은 드리운 낚싯대에서 팔뚝만한 숭어를 낚아 올렸다. 겨울 강가나 바닷가는 거닐었지만 늦은 봄 걸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을숙도대교까지는 산책객이 더러 있었다.
2년 반 전, 그러니까 재작년 겨울에 하단에서 다대포 강변을 걸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찾은 다대포고 몰운대였다. 내가 낙동강 하구를 찾았을 때는 대개 늦가을이나 겨울이었다. 을숙도 습지에서는 갈대가 서걱거리고 강물에는 청둥오리를 비롯한 겨울 철새들이 날아들었다. 봄날이나 여름철에는 뙤약볕도 그렇거니와 산나물을 마련하거나 버섯을 채집하느라 찾을 틈이 없었다.
창원 가까이도 바닷가가 없지는 않으나 아주 잔잔해 호수 같기만 하다. 진해 앞 바다가 그렇고 구산이나 진동 앞 바다가 그렇다. 동해남부선을 타고 해운대를 지난 남창역에서 간절곶으로라도 가면 좋겠으나 그럴 사정이 못 되었다. 울산 정자나 경주 감포까지는 사치였다. 영덕 평해나 울진 망양정은 마음속으로나마 그려볼 뿐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다대포만이라도 가슴이 후련하였다.
연전 겨울 다대포 강변길을 찾았을 때 차도를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저 멀리 가덕도 사이엔 강 하구 특유의 지형인 몇몇 모래섬이 보였다. 장자도나 신지도 같은 섬 이름을 얻은 것도 있으나 소 등 같다하여 붙인 ‘등’도 여럿이었다. 바로 가까이 도요등이고 백합등이었다. 그곳 풀숲엔 남녘 여름철새가 올라와 둥지를 틀어 새끼를 까고 있지 싶었다.
드넓은 바다로 나가는 길목에는 몇몇 어선들이 가물거렸다. 낚싯배인지 조개잡이를 하는 배인지 알 수 없었다. 무인도인 여러 모래섬에 건너 갈 수만 있다면 가 보고 싶었다. 겨울 철새가 날아왔을 때는 수많은 오리들이 와글거리고 배설물이 많아 머뭇거리지만 이맘때면 여름철새가 날아와 둥지를 틀어 새끼를 까지 싶었다. 나는 그 녀석들 신혼집이나 진배없을 보금자리를 훔쳐보고 싶었다.
강변길 따라 걷는 내 눈길은 다대포의 여러 모래섬을 바라보느라 “우로 봐!”였다. 다대포 롯대캐슬 아파트가 가까워질 무렵부터 강변길이 완성되어 가로수를 심어두었다. 다대포 해수욕장에 이르자 갑자기 차도가 혼란스러웠다. 해수욕장 앞은 지하철 연장구간으로 공사판이었다. 나는 해수욕장으로 들지 않고 까까스로 보행통로를 찾아 길 건너편을 올랐다. 몰운대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새벽녘에 나선 산책 걸음이 어쩌다 발길이 다대포까지였다. 평일이라면 출근 이후 첫 수업시간에 들 때였다. 공사장을 돌아 몰운대까지 가 봐도 되겠으나 굳이 그럴 필요 없었다. 장림시장을 돌아 하단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하단에서 용원으로 복귀하는 버스를 갈아탔다. 용원에 닿으니 열 시였다. 그냥 창원으로 돌아오기 허전해 돼지국밥집에 들려 새참을 먹고 757번을 탔다. 1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