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다

[햇살편지]

아고고...아니 먹어도 된다 하여도 기어이 약속을 실천하는 그녀 서지나.

작년에 이뤄지려던 약속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새해 들어서도 마음에 걸렸던지

"별 일 없으시면 점심에 햄버거 데이트 어떠세요" 라는 문자를 보내온다.

당연히 콜.

눈이 올 것이라고,  하루종일 추울 것이라는 협박성 일기예보가 있었던 차라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바깥 풍경을 살펴보았다.

"어라, 눈이 안왔구만. 좋았어...오후에 눈이 올지 모르니 일단 나가야징'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날아온 문자 다.

그러니 어찌 안 나갈소냐.

어차피 나갈 작정을 하였던 터라 이런 저런 볼 일을 보고 들어오려던 것인데

금상첨화도 유분수지 어째 이 심정을 그리도 잘 알아서 문자를 보내주신다는 말이더냐.

본래 일정은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고 누군가를 위로 할 예정이었지만 그 누군가는 이미

엊그제 세상을 버린 지인의 장지를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니 아웃.

그리하여 시내에 나가 그동안 못만났던 지인 하나를 잠깐 눈 인사차 만나 원고 이야기를 하고

약속 장소 맥도널드로 찾아들었다.

아, 그 사이에 아주 잠깐 모 고등학교 총동문회 사무실에도 들려 아끼는 지인 경희씨를 만나

눈도장을 찍으려 했으나 그녀는 풀타중.

암튼 미리 와서 기다리던 그녀 왈,

"언니, 안성에 있기는 너무 아깝다. 복장이, 가방이 장난이 아닌데?"

헐, 서방은 내가 간단한 복장을 입었다가 다시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것을 보고는

" 아니, 밥 한끼 먹으러 간다면서 무슨 옷을 이래 맞추고 저래 맞추면서 난리야. 뭐 남자라도 만나시는 거야?"

흐이그, 저 남자는 어째 딴지를 건다냐 싶다가도 하긴 서방은 눈이 올까봐 출근도 안하고 눈 치울 생각하는

데 마누라는 점심 먹으러 나간다니 약오르기도 하겠다 싶어

"아니, 이 사람아. 아주 만만한 사람의 집엘 가면 휘리릭 편한 복장을 입지만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고 나름

은  집으로 찾아가도 웬만하면 복장을 갖추고 가건만 안성 시내에서 밥을 먹자는데 그냥 가겠남?

가다가 누굴 만날 수도 있고 예정이 바뀌어  어디론가 날아갈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지.

언제나 어찌 될지 모르는 돌발상황을 대비해야지. 난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는 것이 젤 싫더라.

당신은 집에서 입는 옷이나 외출복이나 복장을 구별하지 않고 입고 다니는데 난 그게 싫다고.

하긴 뭐가 비싼 옷인지 명품인지 구별 못하는 당신에게 좋은 옷을 사줘도 마구 입어버리니 에이 아까워.

하긴 뭐 고수는 그리 살긴 하더라만"

"그래...난 여자를 만나도 애인을 만나도 그렇게 할걸?"

" 맞아. 그렇게 하면 딴 년과 연애해도 안 걸리는 방법이 되겠지. 바보같은 것들이 연애하면서 멋을 낸다니

까. ㅎㅎㅎㅎ"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진심으로 나는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는 않다.

집에서야 편편한 복장이어도 되지만 장소와 사람에 따라 복장을 갖춰주는 것, 예의요 상대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것이 허세라고 하여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복장에서도 자신이 드러나지는 데 그 자신을 무지랭이로 추락시키기는 싫다는 말이다.

물론 내공이 깊으면 복장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 고수들의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적당한 눈치밥 정도는 챙겨가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렇다고 뭐 명품으로 처바르고 명품 액세서리로 도배하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도 기본은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감.

어쨋든 그렇게 맥도널드에 갔다. 드디어 갔다고...

원하는 것을 주문하라시는데 원하는 새우 버거가 없다.

해서 불고기버거 세트메뉴를 시켜 간만에 콜라까지 폭풍흡입하며 맛나게 잡숴주셨다.

간만에 들척지근한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입맛을 다시고 짭조름한 감자 튀김까지 바닥을 내어주시고

짧은 시간에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으며 여자로서의 자존감을 이야기 하고 그 넘치는 자존감에 무너진 맥도널드

할머니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에 얽매어 현실을 놓아버린 그녀가 다시 한 번 안쓰러웠다.

무엇이든 부모가 해결해 주다 보니 저 혼자서는 어찌 살아야 될 지 모르게 된 그녀,

온실 속의 화초로 살아지다  툭 내던져진 야생의 삶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내기가 버거웠을 그녀를 생각하면

사는 것에 정답은 없겠지만 부모들의 무지막지한 과잉 보호 사랑에 대해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떠 먹여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떠 먹을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립심을 갖도록 키우지 못 한 죄, 그 가르침을 받지 아니하고도 무심하게 살아낸 자식으로서의 불찰죄 까지를

거론하면서 잠시 생각은 허공을 매돌았다.

게다가 영악한 삶의 방식을 터득한 덕분에 남의 힘을 빌려 숭숭장구 하는 누군가를 힐난하는 목소리 또한

톤을 높여가며 단죄하는 우리의 자세는 바람직하지는 않았으나 옳지 않은 세태에 대해 게거품 물기는

그녀나 쥔장이나 장난이 아니었다 는 후문.

그리고나서도 한참을 떠도는 이야기와 들려지는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시인 이은유를

만나기 위해 그녀의 집 근처로 향했다.

나 참, 안성살이 십년을 넘기도록 지명을 아는 동네가 많지 않다니 한심하였다.

도대체 동네 이름을 들어도 모르겠는거다.

게다가 네비라는 년이 요지부동, 움직이지도 말도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옥천교, 발화동, 현수동을 읇조리며 찾아드는데 일러주는 장소를 기억해내고 찾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오호 애재라 총재라. 부연 설명이 쓸데 없이 길고도 잘못 되었다.

쉽게 찾아들 거리를 돌아서 찾아들게 하다니 괘씸한지고...였으나 그녀를 보는 순간 욱 하고 치솟아 오르던 짜증이

봄 눈 녹듯이 사라졌다.

간만에 만나는 즐거움 탓이다.

장소를 옮겨 커피컬쳐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밀린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당연한 일.

서울 한 복판의 문단 이야기에 귀를 바짝 세우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문인들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니

새삼  그 바닥이 그립다.

희비곡선은 물론이요 온갖 허울과 그 조각들이 넘실거리는 곳,

그런데 묘하게 매력이 넘치는 것이 또 그 바닥이니 참 아이러니 하다.

그렇게 길고도 긴 시간 동안 웃고 떠들다 보니 광대뼈 상승중 아귀가 아파온다.

그야말로 미치도록 웃었다.

그리하여 그 하루가 즐거움으로 마감되었다.

  

돌아와 그녀가 형부를 위한 것이라며 사준 햄버거를 전하려고 보니 완전히 찌그러졌다.

"아니, 왜 이걸 깔고 앉았어? 나 원참, 먹을 것을 이리 만들어 오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다 보니 그리 된 걸 뭘 그리 심사 사납게 구시냐?"

"아줌마, 아줌마 같으면 기분이 좋겠냐? 먹을 거 주면서 모양이 엉망인 것을 먹는다...마치 구걸받아 먹는 기분인뎁쇼.

그래도 먹어야지. 난 햄버거 먹은지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방은 폭풍 흡입하였다는 말씀.

아, 살아있다는 것은 시시한 것에도 웃울 수 있다는 것이요 그로 인한 엔돌핀이 팍팍 오르는 것을 느끼는 것 일 터.

나는 살아있음을 즐길 것이다...사소한 일상 일지라도.

후훗, 맥도널드 햄버거 덕분에 더 없이 행복하였노라는 하루치 행복.

[jina]

햄버거가 호떡도 아니고.. 에궁. 어쩌면 더 맛있었을지도 ㅎㅎ

[햇살편지]

그러게...그래도 폭풍 흡입하였다는.

[메아리]

와~ 찌그러진 햄버거지만 맛나겠다.. 햄버거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햄버거 데이트 재미졌겠는데요~

[jina]

좋았어요..^^

[햇살편지]

ㅎㅎㅎㅎ 잊지 못할 기억 하나 추가 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