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집을 꺾어야 할까?
2022년 9월 22일 목요일
음력 壬寅年 팔월 스무이렛날
어제 아침에 이어 오늘도 한자리 숫자의 기온이다.
영상 6도, 너무 갑작스레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직 산천초목은 녹색을 간직하고 있는데 가을은
성급한 모습으로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9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어 둘째네는 바쁜 모습이다.
그 모습을 지겨보는 우리도 덩달아 마음이 바쁘다.
어제 둘째네가 이런저런 준비를 위해 멀리 광명에
있는 대형마트에 다녀왔다. 함께 가보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우리는 우리의 일이 있어 그냥 집에 남아
있어야 했다. 지금껏 연일 둘째네와 함께 움직이며
일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밀려있어 그랬다.
특히 아내는 밭에서 붉은고추를 따서 손질을 하여
건조기에다 말리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슬이 내려 촉촉한 아침나절에는 고추를 딸 수가
없어 잠시 면사무소에 다녀왔다. 전날 다녀간 군청
폐기물 처리반에서 남겨놓고 간 것이 있어 추가로
스티커 발부를 받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이면
그 일은 모두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아내는 걱정이 많다. 느닷없는 탄저병과 무름병이
고추밭을 덮치는 바람에 예상보다 훨씬 기대에 못
미치는 수확량 때문에 많이 속상해하는 눈치이다.
지금까지 수확하여 말린 고추로는 자급자족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약간 상한 것
까지 따서 일일이 손질을 하여 말리곤 한다. 그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아프다. 애써 지은 농사를 병충해로 그만 한순간에
망쳐버린 것은 지금껏 농약 사용을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나름 자부심으로 농사를
지어왔었기에 자존심까지 상한다고 할까? 아무래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고추농사에 대하여 뭔가 새로운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고민을
하게 된다.
아내가 붉은고추를 따는 동안에 촌부는 절개지에서
넘어오는 돼지감자, 아카시아, 그 외 수많은 잡초를
제거하느라 바빴다. 없어진 줄로 알았던 돼지감자는
어느새 절개지에 쳐놓은 그물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점령하고 말았다. 덩달아 아카시아까지 마찬가지다.
이놈의 돼지감자와 아카시아의 번식력은 상상초월,
우리의 힘으로는 잡을 방법이 없다. 일단은 그물망
넘어오는 녀석들은 낫, 전지가위, 톱을 총동원하여
베고 자르고 쓰러뜨려놓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것은
못된다. 마을 아우의 말마따나 제초제 근사미를 확
뿌려 버려야 할까 싶기도 하다. 이제 녀석들과 다툴
힘도 없다. 촌부의 오랜 고집도 어쩔 수 없이 이제는
꺾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첫댓글 가을을 맞아서
거두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고집은 꺽고 또 다른 변화에는 순응하는 것이
이제 우리들이 해 나가야 하는 일 같습니다.
결국 벼가 익어서 고개를 숙이듯이 말입니다.
늘 건강하시기만을 빌어 봅니다.
오늘도
결실의 시간 즐겁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