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택리지>를 완역까지 열권으로 마무리 짓다.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우리 문화와 역사에 눈뜨고서 처음 접한 <택리지>를 보고, 나도 이 땅을 답사한 뒤, 택리지를 쓰고자 했던 것이 1980년대 초였다. 그 뒤, 이 땅 구석구석을 걸어서 답사하고서 1차로 <다시 쓰는 택리지>세권을 발간했던 것이 2004년 2월이었다.
당시 모든 언론에서 호평을 받았고, 2004년 4월에 <간행물 윤리위원회> 추천도서가 되었다. 그때 책의 추천사를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정년퇴직하고 한림대 한림과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던 한영우 선생님이 썼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을 구석구석 밟아보고, 그 땅의 자연과 물산과 그 땅에 심어 놓은 조상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죽도록 이 땅을 사랑해 본 일이 있는가. 2백 년 전의 이중환은 불우한 가운데서 그런 일을 했고, 『택리지>라는 명저를 냈다. 150년 전의 김정호도 이 땅의 아름다움과 문화를 대동여지도로 그려냈다. 그런데, 바로 지금 또 하나의 21세기 ‘택리지’가 나타났다. 세월이 변하고 국토가 변하고, 문화가 바뀐 이 시점에서 당연히 ‘택리지’는 다시 쓰여 져야 할 것이고, 그 일을 신정일이라는 문화사학자가 일구어냈다. 비록 분단의 북쪽은 밟아 보지 못했으나 이 책은 왜 우리가 죽도록 이 땅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뜨거운 가슴으로 말하고 있다. 귀중한 현장 사진과 더불어 옛날과 지금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땅과 사람의 대화를 그려낸다.”
그 뒤, 2004년 가을과 2006년에 1권으로 도합 5권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그해 KBS <TV 책을 말하다>를 통해 1시간을 방영하기도 했다.
그 뒤부터 스테디셀러 작가가 되었고, 수많은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책을 펴냈다. 그 뒤 <다시 쓰는 택리지>를 증보하여 <신 택리지>를 9권으로 펴냈고, 출판사의 사정으로 인하여
그 책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올해 다시 <새로 쓰는 택리지>를 아홉 권으로 낸 뒤, 지난 토요일 드디어 원전 <택리지>를 번역하여 <완역 택리지>를 출간, 10권으로 마무리 짓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일생일대에 걸친 작업이 일부분 마무리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택리지>라는 짐을 내려놓았지만 마음이 그리 가볍지가 않다. 그것은 2003년 북한의 일부분(백두산, 묘향산, 구
월산, 평양 등)을 돌아다보긴 했지만 북한의 전 지역을 보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직도 이중환 선생이 의도했던 대로의 완전한 <택리지>를 다시 썼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운명처럼 <택리지>가 내 곁으로 다가왔고, 그 뒤의 결과를 보면 택리지는 어쩌면 나에게 은인이자, 행운이며 동반자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면서 공부하고 터득했던 모든 지식을 <택리지> 속에 다 넣고자했다. 그러나 다시 보면 아직도 모자란 것투성이다.
다만 내가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새로 쓰는 택리지>10권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죽는 날까지 고쳐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절실하게 살았던 시간을 들라면 <택리지>를 쓰기 위해 걷고 답사한 뒤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쓰던 시기일 것이다.
한 시대가 가면 한 시대가 올 것이다. <택리지>를 내 손에서 떠나보내며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한 것은 내 마음이 그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일말의 부끄러움이 나에게 엄습해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 책들이 이 세상에서 조그맣게나마 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택리지> 열권을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에 띄워 보낸다.
‘잘 가라’고 마지막 인사를 보내며,
나는 다시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될까?
임진년 동짓달 스무엿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