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날마다 좋았던 가을의 절정 시월은 가고...
막바지 단풍으로 곱게 물든 늦가을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이미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은 텅 비어 있고,
시골 마을마다 주홍빛으로 잘익은 감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곱게 물든 잎들이 시선을 빼앗은 만추의 가을...
아름다운 늦가을의 풍경이 차창으로 스치며 지나갑니다.
경주, 언제 가 보아도 좋지요.
신라 천년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경주는 옛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지나온 영화를 누렸던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 입니다.
간간히 비가 내리는 날씨에 버스는 남으로~~
철이 바뀌고. 가고 싶었던 곳이 나를 부르니 집을 나섰지요^^
첫 일정으로 경주시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
늦가을의 서정을 느끼게 하는 나무 중 하나가 은행나무 입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숲도 아름답지만 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진 은행잎이
'노란 비'로 황금빛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풍경도 장관이지요.
사진 찍는 명소로 알려진 탓인지 주중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은행나무숲에 들어가
갖가지 폼으로 사진 찍으며 즐기는 모습들도 구경거리 입니다.ㅎ.ㅎ..
동학의 성지 '용담정'
올해는 수운 최재우 대신사 출세 200년의 해 랍니다.
수운 최제우 대신사께서 포덕1년(1806) 4월 5일에 한울님으로부터
동학 천도교를 득도하신 천도교의 발상지이자,
다시 개벽의 성지입니다.
최제우는 37세의 나이에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지만.
그의 가르침이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백성을 현옥하는 죄목으로
결국 41세(1864년)의 나이로 대구 관아에서 효수형을 당하게 됩니다.
용담정 가는 길
용추각 아래로 폭포수가 흐르고 애기단풍이 화려하게 물든 아름다운 모습에 모두들 사진에 담느라....
용담정 앞에서 신분 차별과 폭정에 시달리던 조선의 배성들에게
'사람을 하늘처럼 모셔라' 의 事人如天의 가르침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하는 힘이 되었고.
동학농민혁명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라는 무심재님의 설명이 이어 집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줄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에 노랗게 물든 잎들이 바람에 날리며 떨어져 내리고...
아~! 가을이 가고 있어요!!
기림사
기림사는 토함산(吐含山)이 달의 정기와 빛을 내 뿜으면
그것들을 흡수하여 담아낸다는 함월산(含月山)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절입니다.
신라 때 창건된 명찰로 대적광전 .약사전, 관음전, 응진전 등 많은 법당이 고색창연합니다.
한적한 숲길에는 은은하게 가을빛이 스며든 적막함이 좋았습니다.
천왕문을 지나 절 바깥마당을 들어서며 바라보는 진남루의 모습은 풀을 잘 먹인 모시나
결 고운 삼베조각을 잇대어 만든 조각보 같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진남루는 다른 절집의 강당처럼 무척 거대하다든가 높은 건물이 아니다....자료에서
대적광전은 기림사의 본전으로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어졌으나
그 뒤 8차례나 다시 지어진 보물 제 833호 입니다.
지혜의 빛으로 세상을 비춘다는 비로나자불을 모시는 법당으로 기림사의 본전입니다.
비로나자불 양 옆으로 아미타부처와 약사여래 부처를 모셨습니다.
기림사 대적광전의 가장 큰 미학은 소담한 꽃살문에 시선이 머물렀지요
채색되지 않은 꽃살문으로 자세히 보면 조각을 한 나무가 건조되고 세월이 지나면서
나뭇결의 요철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 담백한 아름다움을 보여 줍니다
석조 오백나한상을 모신 응진전
안을 들여다보니 갖가지 다른 표정의 나한상들이 장엄합니다!!
문 하나를 두고도 양편의 담 모양이 다르게 쌓아 변화를 주었지만 주위와 너무 잘 어울리는 탓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변화를 잘 실감할 수가 없습니다.
잿빛 기와지붕과 어울려 주홍빛으로 먹음직스럽게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 입니다!!
한적하고 정갈한 분위기의 절집 기림사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였습니다.
다시 또 찾아 오고 싶은 기림사^^
경주 지킴이 이재호님이 주인장인 한옥 고택 수오재(守吾齋)에 도착.
수오재에서 하룻밤 머물렀던 인연도 오늘 까지 세번째 입니다.
아늑한 온돌방에 짐을 풀고 불맛이 나는 삼겹살 구이에 곡주를 곁들여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경주 야경 투어에 나섰습니다.
오늘이 보름^^
흐린 날씨라는 예보에 기대하지 않았던 둥근 보름달이 푸른 밤하늘에 휘영청~~
계속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생각외의 보너스에 감사했지요!!
달빛 야경기행은 월정교- 계림- 반월성 -첨성대 - 안압지 일정으로~~
남천이 흐르는 경주의 월정교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얽힌 설화속의 장소입니다.
신라 왕궁이 있는 월성과 건너편 남산을 연결하는 다리는 조선시대 들어와 유실된 것을
고증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완공했다 합니다.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휘감은 다리는 반영의 아름다움까지 더해져 관광상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둥글고 환한 보름달이 월정교 기와지붕 위에~~
밤이면 일정한 시간 차이를 두고 조명의 색이 바뀌는 첨성대를 멀리서 바라보고...
안압지
조선 초기에는 기러기가 하늘을 날고 오리가 물위를 헤엄치는 연못이라고
시인 묵객들의 詩心을 자극하는 안압지(雁鴨池)로 불리웠다 합니다.
주로 연회를 베풀던 임해전은 3개의 전각과 연못주위 나무에 조명을 설치해 놔
물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그림자에 연신 카메라의 셧터를 눌렀죠^^
연못 가운데는 크고 작은 3개의 섬(봉래, 영주, 방장)이 떠 있어
연못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야경을 즐겼습니다.
궁터나 페사지에서 느꼈던 찡한 감동의 심도는 약 할지라도
휘황한 조명탓에 어쩌면 낮보다는 밤의 야경이 더 매력적인 관광지로 알려진 듯...
야간관광을 위해 온 유적지에 불 밝혀 놓은 시각적 유혹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야간 기행을 즐기러 찾아온 탓에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밤 마실을 다녀와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재호님의 단소 소리를 들으며
불멍도 곁들여 운치 있는 달밤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고풍스런 한옥 수오재(守吾齋)의 주인장 이재호님은 재줏꾼이십니다.
경주의 문화 유적에 대한 해박함을 깊이 있는 글로 풀어 낸
<천년고도를 걷는 즐거움>冊의 著者이지요^^
다수의 책을 출간하시고, 유명 문화인사들과 폭넓은 인맥도 자랑할 만 하며,
무심재님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으십니다.
활활 타 오르던 불꽃도 점점 사그라지고...
신라의 달밤은 점점 깊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