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안개
다중이
미친놈처럼 춤을 추다가 내리깔리는 안개는
나의 몸띵이를 칭칭 에워싸고 목을 조인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인지
눈을 감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환상 속에 놀고 있는 것인지
방황 속에 허부적거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눈이 나빠졌다고 치자
안개가 움직이지 않으면 더 좋겠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마음은 평온할 것 같으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좋겠다
방향을 알 수 없는 길이지만
낯익은 태양이 나타난다면
사라져버렸던 너를 만날 수 있겠지만
노란 은행나무가 보이지 않아도 좋다
타원형의 호수가 보이지 않아도 좋다
발아래 낙엽이 보이지 않아도 좋다
냉장고 속에서 사과가 썩어가도 좋다
철새들은 텅빈 가을 하늘을
높게 낮게 북으로 남으로 날아가겠지
머무를 나뭇가지를 찾을 수 없어
날아오고 또 멀리 달아나겠지
하고싶은 말 : 냉장고엔 대파 고추 양파 버섯 마늘이 썩어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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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안개/다중이
다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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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
24.10.21 09:3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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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왕 누님의 가을 초대를 읽고
안개 자욱한 날 끄적거려보았어요
참 잘 하셨고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