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경 JFC 법무법인 대표(jfc.philip@gmail.com)
이집트에 살면서 겪는 여러 가지 상황 중에 현지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바로 '인샬라, 보끄라, 함두릴레'이다. '인샬라'는 '신의 뜻대로', '보끄라'는 '내일', '함두릴레'는 '신께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현지인들, 특히 관공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조차도 이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인샬라'와 '보끄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행정절차를 비롯한 모든 일처리가 책임감 없이 그리고 약속도 없이 지연되거나 늦어지는 경우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행으로 투자대상 기피 국가들 중 하나가 된 이집트이지만, 유럽·중동·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요충지의 지정학정인 위치와 최근 들어 1억을 넘어선 인구, 청년층의 비율이 거의 70%에 육박하는 등의 여건을 보면, 분명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다. 13년간의 이집트 생활과 법무법인을 운영하면서 느끼고 배운 몇 가지 사항들을 개인과 기업으로 나누어 공유하고자 한다.
개인
1) 집 렌트 관련 체크 사항
계약서는 아랍어와 영문으로 작성해야 하며,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1~2개월치의 보증금을 걸게 되는데, 계약 만료 시에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만료 한 달 혹은 두 달 전에 만료를 통지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거나 마지막 달에 월세를 안 내는 걸로 계약서 상에 반드시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전기세, 수도요금 관련해서도 간혹 집주인들이 수기로 기록해 터무니 없는 금액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의 요금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지불해버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OFFICIAL 영수증 상의 집 주소와 사용기간, 금액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2) 관광비자 관련 사항
이집트의 한국 교민들 일부는 관광비자를 연장해 거주하고 있는데 현재 비자 관련 법이 예전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 비자 발급 절차가 통일된 메뉴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담당 직원들에 따라 요구되는 서류나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 비자 연장을 위해서 통상적으로 등기소에 등록된 집 계약서를 요구한다. 최근에는 시리아, 수단 난민들의 급증으로 이민청 업무가 많이 지연되니 오전 8시 반에 가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3) 교통사고 관련 사항
이집트는 교통사고율이 아주 높은 나라로, 도로에 신호등과 차선이 거의 없고 무질서하며 난폭한 운전으로 악명이 높다. 대형 사고뿐 아니라 가벼운 접촉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현지인들이 무조건 외국인 운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진을 찍어 사고에 대한 증거를 남기고 경찰을 불러 경찰리포트를 꼭 작성해야 한다. 자동차보험을 가입한 경우에도 보험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처리해주지 않기 때문에 경찰리포트 작성이 필수이다. 해당 리포트를 보험회사에도 제출해야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
1) 회사 설립 및 워크비자 관련 사항
보통 한국 기업들은 연락사무소, 현지법인, 지사, 합작회사의 형태로 이집트에서 회사를 설립한다. 설립 서류를 작성할 때, 가장 실수가 많은 것이 한국식으로 이름을 작성(성-이름)하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영문과 동일하게 '이름-성' 순으로 기입해야 한다. 필자가 많은 업체의 서류를 확인한 결과, 상기와 같이 이름 순서가 잘못돼 정정한 경우가 많고 위임장도 여러 번 작성한 경우를 볼 수 있었다.
법인 설립을 위해 필요한 서류로는 2인 이상의 주주의 위임장, 사무실 렌트 계약서, 주주들의 여권 사본 등이 필요하고 설립기간은 2개월에서 3개월 소요된다.
회사 오너의 경우 워크비자 발급이 수월하나 고용인의 경우 현지 직원 9명당(SOCIAL INSURANCE에 가입된 직원만 유효) 1명의 쿼터가 주어진다.
2) 노사 간 문제 발생 시
이집트는 프랑스 법을 따르고 있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만약 직원이 문제를 일으켜 해고해야 하는 경우 근무연수에 매년 두 달치 월급을 계산해 정산해야 한다. 고용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이집트 노동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작성할 필요가 있다.
3) 회사 서류 관련 사항(위임장, 계약서, 주주총회 서류 등)
많은 한국 기업이 현지인 직원들의 설명만 듣고 아랍어로만 작성된 서류에 서명하는데, 이로 인해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인된 번역본 혹은 변호사를 통해 내용을 확인한 후 서명해야 한다.
4) 현지 업체와의 문제 발생 시
문제를 법적 소송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소 1년 반에서 최대 7년 정도까지 소요되므로 가능하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 김익경(한국 0020-11-2005-5880 / 이집트 011-2005-5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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