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UV 인기는 국가와 지역, 세그먼트와 파워트레인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실용성을 중시했던 SUV는 파워트레인 다변화와 세단 못지 않은 안락한 승차감까지 챙기며, 세단을 제치고 철옹성을 구축했다. 발 빠른 미국의 몇몇 제조사들은 판매가 부진한 세단 라인업을 아예 정리하며 SUV와 픽업 트럭 위주의 포트폴리오로의 변화를 꾀한다. 그렇다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사정은 어떨까. 요즘 BMW의 독특한 SUV 라인업이 눈길을 끈다.
BMW는 시리즈 넘버 ‘1’부터 시작해 ‘7’까지 이어지는 전 세그먼트에 걸친 촘촘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소형부터 중형까지는 수월한 판매를 기록하지만 플래그십으로 올라가면 판매는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의 판매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밀려 맥을 못 춘다. 존재감마저 미미하다. 그런데 플래그십 SUV의 판매는 BMW가 벤츠보다 우위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S
지난해 국내에 BMW X7은 2669대가 팔렸다. 벤츠 GLS는 146대에 그쳤다. 물론, 벤츠 GLS가 지난해 풀체인지를 겪어 본격적인 판매는 8월 이후부터 가능한 것을 고려해야. 올해는 어떨까. X7이 789대 팔린데 반해, GLS는 366대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본격적인 경쟁에서도 GLS는 X7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 놀라운 사실은 X7 판매가 7시리즈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판매된 7시리즈는 2369대로 초라했다. 같은 기간 X7(2669대)이 더 많았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을 봐도 X7이 789대, 2천만원 내외 할인을 하는 7시리즈는 763대에 그쳤다.
BMW THE 7
X7이 인기 요인을 몇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우선 세단에 버금가는 안락함이다. X7을 타보면 플래그십 모델답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 적용은 물론 2.5톤 차체가 네 바퀴를 지면으로 꾹꾹 누른다. 태생적으로 편안한 승차감을 갖출 수 밖에 없다.
거대한 차체를 바탕으로 좌석 크기도 넉넉하다. 전장 5151mm, 전폭, 2000mm, 전고 1805mm, 휠베이스 3105mm다. 7시리즈(전장 5120mm, 전폭 1902mm, 전고 1467mm, 휠베이스 3070mm)보다 모든 면에서 길고, 넓고, 높다. 이런 큰 차체를 바탕으로 3열까지 갖춰 많은 인원을 태울 수도 있다.
1열 위주로 편의장비가 구성된 과거 SUV와 달리 X7은 2열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가 넘쳐난다. 2열과 3열 승객을 위한 별도의 공조장치는 물론, 전동으로 시트를 조절할 수도 있다. 또 2열 승객을 위한 별도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마련했다. 2열에서 사용할 수 있는 CD 투입구와 이어폰을 꼽을 수 있는 단자가 위치하고 있어 다양한 콘텐츠의 소비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앉아가는 쇼퍼드리븐의 느낌이 강한 플래그십 세단과 달리 SUV는 오너드리븐 성향이 짙다. 운전기사 없이 직접 운전을 하는 이들이 X7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더 뉴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GLS
한편, X7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부분변경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벤츠는 X7에 맞서기 위해 한 등급 위에 위치한 럭셔리 SUV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