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만성질환 예측 돕는 ‘단백질 연령 시계’란?
알츠하이머병, 심장병, 암, 당뇨병 등을 혈액 내 20개 단백질 분석
혈액 속 204개의 단백질 수준이 실제 생활연령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혈액에서 발견되는 약 200개의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연령 시계’로 심장병, 암,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등 18가지 만성 질환의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다국적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 나이 시계의 정확도는 여러 만성 질환의 위험을 설명할 수 있는 단일 테스트의 개발 가능성을 높인다고 논문의 주저자인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의 오스틴 아르젠티에리 연구원(인구건강학)은 밝혔다.
개인의 생활 연령(일반적 나이)은 다양한 연령 관련 질환의 위험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생활연령이 질병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일부 60세 노인은 허약하고 심장병을 앓는 반면 다른 60세 노인은 건강 상태가 매우 좋을 수 있다.
연구진은 개인의 질병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시계’를 만들고자 했다. 그들은 이를 위해 생체 의학 샘플 저장소인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4만5441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샘플 규모는 종전 단백질 시계 연구에 사용된 것보다 약 30배 더 큰 규모이므로 통계적으로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4개의 단백질 수준이 실제 생활연령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가장 대표적인 20개 단백질만을 이용해 두 번째 시계를 만들었을 때 204개 단백질 시계만큼 나이를 거의 비슷하게 예측했다. 20개 단백질에는 세포 간 지지 구조를 구성하는 엘라스틴과 콜라겐, 면역 반응과 호르몬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포함됐다.
시계는 또한 다른 두 그룹의 사람들, 즉 중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000명 가까운 사람과 핀란드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2000여 명의 사람들의 생활 연령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전의 단백질 기반 시계는 보다 동질적인 집단의 데이터를 조사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두 그룹의 사람들, 즉 중국의 한 바이오뱅크 기여자 약 4,000명과 핀란드의 한 바이오뱅크 기여자 약 2,000명의 생활연령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전의 단백질 기반 시계들은 보다 동질적인 집단들의 데이터를 살펴본 것과 다른 점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일반적으로 단백질 시계를 사용하여 측정한 나이는 연대순 나이와 비슷했다. 그러나 일부 개인의 경우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단백질 수치가 변한다는 사실을 반영하듯 두 수치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단백질 시계 나이가 생활나이보다 높은 사람들은 당뇨병, 신경 퇴행성 질환, 암, 심장, 간, 신장, 폐 질환 등 18가지 만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 단백질 시계 노화는 신체적 허약, 느린 반응 시간 및 조기 사망과도 관련이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의 단백질은 평균보다 더 느리게 노화했다. 이것이 환경적 요인 때문인지, 유전적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복합적인 요인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르젠티에리 연구원은 연구에 참여한 ‘가장 느리게 노화가 진행된’ 10%의 사람들 중 “치매나 알츠하이머로 발전한 사람은 1%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을 검토한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의 사라 하그 교수(분자역학)는 이 연구의 강점 중 두 가지는 대규모 데이터 세트와 다양한 집단에서 성공저그로 복제된 점이라면서 “매우 강력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아르헨티에리 연구원은 단백질 시계를 사용하여 새로운 치료법이 “만성 질환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0년 또는 20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노화와 관련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체내에서 단백질이 얼마나 빨리 노화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및 행동 요인을 찾고 있다고 했다. 아르헨티에리 연구원은 “18가지 질병에 대한 미래의 위험에 대해 알려주는 것 뿐 아니라 그 궤적을 바꾸기 위해 뭐를 해야 하는지도 함께 알려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4-03164-7)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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