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얼마예요??'
'아~~ 만천원 나왔는데..
총각 그냥 만원만 줘~~
아침부터 좋은 이야기 듣게 해준 보답일세 보답~~~'
중간에 차가 막히더니..
역시 돈이 많이 나왔군..
난 아저씨에게 웃으며 만원자리 한 장을 내민 후,
차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시계를 바라보니,
결혼식이 한 10분정도 남아 있었다..
이런 서둘러야 되겠군..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결혼식장 주위를 비치고 있었다.
난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와 있나 살피며,
2층 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그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벌써 신부 화장은 끝냈겠지..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녀...
오늘은 예복을 입고 훨씬 더
아름답게 하고 있을 것을 상상하며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등치가 큰 사람들이 몇몇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그녀의 심촌도 서 있었다.
난 계단을 뚜벅 뚜벅 걸어올라가며
그녀의 삼촌을 바라보았다.
그녀 삼촌도 걸음 소리에 뒤를 보다
내가 오는 걸 봤는지,
조용한 눈빛으로 올라오는 나를 쳐다본다.
난 2층에 올라 그녀 삼촌에게 인사의 의미로
잠깐 고개를 끄떡인 후,
결혼식 준비로 왁자지껄한 2층 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부대기실 주위에 그녀와 친한
아는 과 여후배 몇몇이 몰려 있는게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녀..
그녀가 저 안에 있겠군..
난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눈길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새내기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 몇몇이
군중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동민이도 그 사이에 있었다.
짜식.. 어제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인가..
얼굴이 약간 벙 떴군..
난 혼잣웃음을 웃으며 동민에게 걸어갔다.
동민도 내가 오는걸 봤는지 내게 웃으며 달려와 인사한다.
'형 오셨어요~~'
'어..어엉...'
'형.. 이제 아픈 과거 싹 잊구..
새출발 하시는겁니다..
어제 술자리에서 한 약속 안 잊으셨죠??'
'엉.. 물론이지..'
'아참..성미 지금 저쪽 신부대기실 안에 있어요..
하실 말씀 있으면 지금 하시는게 좋을듯...'
난 동민의 말에 그녀가 있다는
왼편의 신부대기실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 친구들에 가려서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들의 다리 사이로 하얀색 예복의
끝단 부분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도같다.
먼저 봐도 될까..
내가 과연 그녀를 볼 수 있을까..
난 주춤 주춤 그녀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이~ 진석군 이제야 왔는가~~'
난 나를 부르는 소리에 홀 입구 쪽을 쳐다보았다.
하객과 이야기를 하시던 그녀의 아버님이
나를 보고 부른 것이었다.
'예..예....'
'자넨 정말 약속을 잘 지키는 멋진 친구야..
허허허... '
난 쑥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인사를 가볍게 하고는,
그녀가 앉아있는 신부대기실 쪽으로
발걸음을 계속 옮겼다.
점점 가까워 지는 그녀..
난 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신부 대기실 입구쪽을 둘러싸고 있는
그녀 친구들 너머로 그녀가 앉아있는 곳을
고개만 내밀어 말 없이 쳐다보았다.
'아.........'
그녀..
그녀의 지금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늘의 천사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녀의 천연의 아름다움은..
예복의 아름다움과 조화되어 ..
그녀 주위를 환하게..
아주 환하게 빛내고 있었다.
나는 잠시동안 눈부심을 느껴 눈을 깜빡 거린 후,
다시 흐뭇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서서 머리를 만져주고 있는
친구 민정이에게 무슨 주문을 하는지
연신 뭐라고 말을 하며 눈을 위로 한채 웃고 있었다.
그녀의 두 손에 들려져 있는 저 하얀 부케..
부케속의 꽃이 그녀의 아름다움의 힘을 얻어
한껏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신부 대기하세요~~~~ 3분후 입장입니다~~'
내 오른쪽에서 대기시간을 알리는
관계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위를 보던 눈을 내려 그 사람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잠깐 옆으로 돌리는가 싶더니,
이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는 얼굴을 하더니,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어주었다.
나도 그런 그녀를 보며 환하게 웃어준 후,
그녀의 웃는 얼굴을 뒤로 하고
다시 홀 입구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친구들과 후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성민형은 끝내 오시지 않으셨군..
성민형도 오셨으면 참 좋았을텐데..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는 꼭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다짐을 하셨는데.. 왜 안오셨을까..
난 혹시 성민형이 왔는데
나를 못찾고 있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이제 3분만 있으면 신랑입장이군..
기대되는데..
난 그녀가 앉아있는 곳과
신랑과 신부가 입장할 긴 융탄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있으면..
난 서로 서로 이야기를 하는 과 후배와
친구들의 곁에서 약간 벗어나,
신랑 신부가 입장하는 홀 입구 왼켠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있으면..
난 초조한 마음으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10시 59분 이었다.
11시가 시작이니까 딱 1분 남았군..
난 초조해 하며 사회자의 입을 바라보았다.
시간아.....
시간아..
난 다시 그녀가 있는 신부 대기실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눈으로,
그녀의 삼촌이 서 있던 2층 홀 입구쪽을 바라보았다.
'.................'
바로 그때,
내 가슴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신랑입장~~!'
조용한 음악이 홀 내에 잔잔히 깔리기 시작하며,
하객들의 박수소리가 홀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짝..............'
난 앞으로 한걸음 두걸음,
뚜벅 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
'뚜벅...뚜벅......'
'짝짝짝.....'
'뚜벅...뚜벅...'
'짝짝...'
'뚜벅...뚜벅...'
귓가에서 아련히 멀어져 가는 박수소리 사이로,
다시한번 사회자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온다.
'신부입장~~!!'
난 뒤를 한번 돌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뒤를 보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냥 내 앞에 있는 계단을
뚜벅 뚜벅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객들의 박수소리가 내 귓가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가슴속이 뭔가 뭉클해져 오면서 내 눈에서는
지금까지 꾹 참았던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오빠.. 나 이제 오빠한테....
그냥 아는 오빠 이상의 감정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지난 2년동안 이민혁이라는 사람 만나면서..
예전에 오빠한테 가졌던 감정..
지금은 그사람한테서 느끼고 있어요..
오빠..
저 그 사람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테니까...
내일 꼭 오셔서 웃는 얼굴로 절 축복해 주셔야해요...
아셨죠..
약속이에요 약속.. '
'약속...'
그래..
약속..
난 그녀와 약속을 지켰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웃고..
그녀를 아까 웃는 얼굴로 대했으니..
약속을 지킨 것이다..
세상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고 하더니..
그녀도 역시 세상 사람이기는 하구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럴수가..
난 계단을 술먹은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며 걸어내려오면서,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막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저 남자와 함께 행복할수만 있다면..
그녀가 행복할수만 있다면 ...
그래 난 만족이다..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못준 행복감..
그에게서 라도 한껏 느끼며..
남은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라..
그러면 난 만족이다..
결혼식장을 빠져나오자,
아침 햇살이 눈물에 반사되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아..
이제..
이제..
난 ..
이제 난..
이제 난 뭘...
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채
그냥 앞으로 한발자국..
두발자국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결혼식장을 거의 나가서
도로 있는쪽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