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일 저녁 미스터 트롯을 시청하고 (2)
어제 밤 12시까지 연이어서 하는 미스터트롯 5개 팀에서 선발된 각 팀 대표의 노래 실력을 감상했다. 순위가 뒤바뀌는 긴장의 순간들이 시청하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팀1위의 패밀리팀의 김호중씨의 노래는 긴장된 상태에서 음정이 흔들려 890점을 받아 5위로 쳐지고, 4위 영탁씨의 팀이 기부점수로 2위로 올랐고, 팀 1위로 패밀리팀과 동점을 받은 뽕다발 임영웅 팀이 기부점수 합산 3위로 처졌다. 이를 극복하고 임영웅씨 팀이 1위로 등극한 요인은 관객점수 500점에 435점을 얻은 결과다. 임영웅씨의 노래실력과 선택한 노래에 관객들이 몰표를 주었다. 가창력이 탄탄한 노래실력을 인정해줬다.
임영웅의 노래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였다. 영웅씨가 선택한 이 노래는 1990년 20대인 김목경씨가 작사 작곡을 했고 고 김광석씨가 부른 노래다. 영국 유학중 5년차에 부모님도 친구도 보고 싶은 향수병에 영국에서 저녁 10시 정도에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정원을 거니는 뒷모습을 보고 이런 노랫말을 작사했다는 김목경씨의 시를 임영웅이 한을 감정에 실어 구성지게 불러댔다. 60대라면 61살서부터 69세에 이르는 세대로서 우리나라 배고픔의 시절과 성장의 시절 그리고 현재 은퇴한 세대를 아우른다.
험한 세상을 부부가 헤쳐 온 가시밭길을 지나 황혼에 이르러 애환의 시절을 추억 속에 그리며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생사의 이별을 절절이 그려낸 노부부의 영원한 황혼의 사별을 노래한 가사는 뭇 관객과 시청자들을 슬픔에 빠지게 하였고 그 감동이 점수가 임영웅씨 팀에게 주어져 총점 상 1위를 차지했다. 이번의 미스터트롯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이었다. 그 가사는 아래와 같다. 이 가사를 20대가 작사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노랫말은 이렇게 흘러간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가네. 흰 머리가 늘어가네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이런 가사를 세상물정 잘 모르는 세대인 20대 김목경이 썼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위 가사 내용에서 지금의 60대 후반의 사람들이라면 가슴에 무엇인가 솟아오르는 감정을 느낄 것이다. 임영웅씨가 애절하게 불러보는 여보! 라는 대명사는 누구나 언젠가 실질 속에 견뎌야 만하는 부름이다. 한번 태어난 세상에 같이 행복하게 가 보자고 살아온 세월이 허망하게 무너지던 날, 세상은 사라지고 슬픔만이 가슴에 남는다. 노년에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홀로 된다는 것은 자신이 치욕의 세월을 가슴으로 견디는 시간이고, 가시밭길을 홀로 걸어가는 길이기에 이 노래가 노년에게는 더욱이 가슴에 울려온다. 이것은 이별의 한이다. 이는 누구나 반드시 닥치는 사실이기 때문에 감동을 준다. 구성진 노래는 우리세대의 영혼을 위로하고 감동을 주고 기쁨을 준다.
또한 선출된 14명이 개인 점수 대결을 벌리는 장르에서 10대 정동원이가 부른 남진의 우수는 음정 박자 감정이 10대 같지 않다고 레전드 평가자들의 칭찬이 대단했다. 우수는 남진이 1968년 22살 때 부른 노래로 영화 형수의 주제가란다. 내가 대전공전 4학년 때 고은아가 주연배우인 형수라는 영화는 대전극장에서 상영되었었다. 내용도 형수에 대한 사랑의 한이다.
1921년의 채규엽씨의 노래를 부른 김호중씨의 희망가와, 1990년에 김광석의 노래를 부른 임영웅의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와, 1968년 22세 남진의 노래를 부른 정동원이 부른 우수라는 노래는 그 내용이 우리 민족의 恨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이는 오래도록 잊었던 어머님 뱃속의 태(胎)의 소리였다.
일제와 해방 후 그리고 6.25를 거치면서 우리민족이 걸어온 삶의 고뇌와 방황, 그 처절한 사랑과 죽음은 우리 민족 모두의 아픔이었다. 한마디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을 주제로 삶의 과정이 이어져온 시대의 아픔이다. 이 아픔도 민족의 DNA로 전수되는지 모르겠다. 22살에 김목경이 노부부의 이야기를 썼고 10대의 정동원이 우수를 구성지게 불렀다. 10대의 가창력과 20대의 노랫말이 전국에서 시청하는 6~70대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저 먼 옛날에 남겨두고 떠나온 애환의 기억들, 숱한 인연들, 그리고 삶의 숙명적 어려움과 고달픔, 이런 고난의 역정을 밟고 지나온 세월들 이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었고 극복하는 과정이 지향하는 이상이었고 삶의 갈망이었다. 이런 순간들을 미스터 트롯을 통해 극명하게 눈시울을 적셨다.
나도 트롯을 시청하며 감동의 전율을 느끼기도 하였다. 20명중 6명이 탈락하고 14명이 준결승에 올랐다. 승부의 세계는 잔인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아프게 한다. 모두가 개성 있는 명가수였다. 새도 죽을 때는 지저귐이 애달프고 사람도 죽음 앞에선 말이 착하다 했다. 승자와 패자가 껴안고 승자는 아쉬운 눈물을 흘리고 패자는 부디 성공할 것을 주문하며 건투를 빌어주는 이별의 장면이 이 또한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인생이 영욕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인생을 7~80년 살아온 이들에게도 격랑처럼 굽이치던 고뇌의 세월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트롯가수들이 들려줬다.
백합처럼 순수했던 명상의 언저리를 서성이며, 아직도 탐욕의 굴레를 벗지 못한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마음 아파할지도 모른다. 모질고 각박했던 언행들, 종래 내려놓지 못한 자신에 대한 이기적 사랑, 그리고 그 덧없는 욕망들이 우리들의 영혼을 자유 없는 감옥에 둔치 시켰다. 그러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위안을 가져다 준 것은 이와 같은 한을 풀어주는 구성진 노래 소리였다. 죽지 못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 가치와 살아야할 이유가 분명이 있기에 고통의 삶을 살아온 역사가 그 과정이 진정한 자유이자 참다운 용기였음을 알게 해준 이번의 미스터 트롯의 진정한 즐거움은 시청자 우리 모두의 행복이었고
흘러간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흘러온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이번 시청의 결과다.
시청한 감상문을 오늘 아침에 위와 같이 서술해 보았다.
어제 깊은 밤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2020년 2월 21일 오전 10시
율 천
첫댓글 저또한 밤을 새우며 시청했습니다. 임영웅님은 어찌노래를 그리도 잘하는지요. 누가 마지막을 환희로 장식하려나 궁금합니다.
요즘젊으니들 트롯트도 잘 부르고 감성들도 타고난 명가수들입니다. 보이스퀸
미쓰트롯. 미스타트롯. 모두 놀랬습니다. 그중 젤스타가 많은 미스터트롯은 흥미진진 합니다. 아직도 잔잔한여운이 감동으로 머물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율천님의 미스타트롯트 감상문 정말 공감하며.... 잘 표현하셨고 많이 연구하셨군요.
이놈의 "우환폐렴" 때문에 하루종일 방콕 하자니 안보던 TV에 미스타트롯트가 요긴하게
봅니다! 감상문 전적으로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