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0억원 지하주차장 LED 등 교체 사업 놓고 주민회와 다툼
서울시 "김부선 측 아파트 관리비 비리 주장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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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선/조선일보 DB
“우리 아파트에 17년을 넘게 살면서 난방비 관리비를 거의 한 번도 안낸 사람이 40% 가량 된다고 성동구청 담당직원이 양심고백을 했습니다.” (영화배우 김부선)
동네 주민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로 예정된 영화배우 김부선(사진·54)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12일 아파트 반상회에서 리모델링 문제로 주민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고, 김씨가 이웃주민과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화면으로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몸싸움을 벌인 주민은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는
14일 이 같은 내용에 정면 반박하는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는 아파트 가구 별 난방비의 내역이 적힌 각종 서류
사진 10여 장과 함께 “아파트 난방비 비리를 얼마 전 밝혀냈다. 주민들과 난방비리 대책을 논의하던 중 동대표와 전 부녀회장이
회의장에 난입해 시비가 붙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몸싸움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김씨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자치회는 현재 개별난방과 지하주차장 등을 유기발광다이오드(LED) 등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 공사의 사업비는 약 10억원 가량. 김씨는 LED교체 작업에 반대하는 측이고, 부녀회장 측은 찬성하는 쪽입니다.
김
씨는 입주 18년차인 아파트에 LED등 교체는 낭비라고 주장하며, 부녀회장과 동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을 모아 LED등 교체
작업에 반대하는 모임을 조직합니다. 지난 12일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바로 이 모임의 회의가 있던 회의실이며, 회의 진행 중에
부녀회장을 비롯한 동대표 몇 명이 난입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김씨는 페이스북에서 “자기 돈이라면 10억원씩 쓸 수
있겠냐”고 성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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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아파트.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폭행 혐의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김씨를 비난했던 여론은 김씨의 반박글이 알려지자 김씨측으로 돌아서는 분위기입니다. 더욱이
16일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김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난방비 비리와 관련해 현장 실태조사를 했으며, 그 결과 당시 한겨울인데도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계량기가 약 300건 발견돼 성동구청장에게 시정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1998년
입주한 이 아파트는 10개동 총 774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중앙난방 구조입니다. 중앙난방은 각 세대별로 연료 사용량을 측정하는
시스템이 없어 난방비를 계량기에 의존해 나눠서 청구합니다. 결국 난방 계량기가 0인 300여 가구는 그 겨울 난방비를 한 푼도
안냈다는 이야깁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네티즌은 뿌리깊은 아파트 관리비 비리 실태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파헤쳐야 한다며 김씨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조
선일보는 지난해 기획시리즈를 통해 동대표나 관리소장이 관리비를 횡령하고, 공사 수주 대가로 뒷돈을 받고,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횡령하는 각종 비리를 파헤쳤습니다. 그 때 대단지 아파트 동대표나 부녀회 등이 관리비를 축내는 사례가 수두룩했습니다.
동
작구 D아파트에선 부녀회가 아파트의 잡수입을 관리하면서 2011~2013년 3년간 1억800여만원을 잡수입에서 빼내 선물·행사
비용 등으로 써버렸고, 강남구 D아파트에선 주민 친목 단체가 운영비로 매달 250만원씩 관리비에서 타가고도, 회의비 등 명목으로
260만원을 또 관리비에서 빼갔습니다.
서울 중랑구 H아파트에선 2011년 8월부터 1년간 난방 배관 공사비로
장기수선충당금 7억6000만원을 썼는데, 이는 적정 공사비의 두 배에 가까운 절반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직업 동대표와 관리소장들은
길게는 십여년씩 야금야금 주민 호주머니를 털어 온 겁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조폭도 탐내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2011년 초 경북 영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인근 지역에서 조폭 생활만 20년 한 사람이 입주자대표회장이
되기 위해서 이 아파트에 월세를 얻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자신에 반대하는 주민 대표들에게
주먹세례를 퍼붓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공동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비리 횡령 사고가 많은 걸까요. 보통 매달 10만∼20만원가량 되는 관리비는 개별
입주민이 내기에 큰돈이 아닙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그 돈이 어떻게 부과되고,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지는 주민은 드뭅니다.
하지만 서울의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는 연간 걷히는 관리비만 100억원이 넘습니다.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부럽지 않은
규모입니다.
그 돈을 관리하는 아파트 관리소장과 선거로 선출된 몇 명의 아파트 동대표는 매월 수억원이 넘는 돈을
만지게 됩니다.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큰 돈, 무관심한 주민, 소수에게 집중된 아파트 관리시스템.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파트 비리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99년엔 대통령 지시로 전국 경찰이 총동원돼
5838명을 입건했고, 서울경찰청도 2010년 79명을 적발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전국 경찰이 5개월간 진행한 기획 수사(특별
단속)을 통해 581명을 입건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중년의 여성 영화배우가
동네 주민과 몸싸움을 벌이고 SNS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 그가 아파트 관리비 비리에 대해 얼마나 억울하게
생각했었는지 짐작할 만 합니다. 서울시 아파트 관리비 실태 조사가 얼마나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구심이 듭니다. 김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자꾸 생각납니다.
“(부녀회장 집) 화단에는 경비반장이 (우리가 낸 관리비로) 꽃도 직접 사다가
심어줬다더라고요.이 (부녀회장)집 앞 화단은 하루 한번 경비 아저씨가 물을 주고 풀이 조금만 올라와도 깎아요. 내가 사는 101동
화단은 뱀이 나올만큼 풀들이 무성한데….”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